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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Mar 03. 2023

멍멍_잠깐 기다려 봐! 이 상황은 괜찮아.

반려견과 소통에 대해 반려견 전문가와 이야기했습니다.

도그라피 최민혁 대표 & 꾸롱이 (7세)


출근 때 문 앞까지 배웅해 주는 존재. 밥 먹을 때도 나만 바라보고,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넌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문득 궁금해 인터뷰를 시도해 봤다. 마침 반려견의 생각을 알려주는 앱이 있었다. 짖는 소리를 해석해 주는 어플을 켜고 바로 시도. 하지만 우리 집 개는 짖지 않았다. 효과는 미미했다. 결과는 대실패. 


반려견과 인터뷰? 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반려견과 더 세밀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잘 알고 지냈던 ‘도그라피’의 최민혁 대표를 만났다. 최민혁 대표는 슬기로운 반려 생활을 위해 보호자를 교육한다. 그와 만나 반려견과의 소통 방법, 아니 정확히 반려견과 소통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 소양을 물어봤다.


최민혁 대표(이하 최) : 개와 의사소통에 앞서 반려견과 인사법을 알아야 해요. 많은 사람이 개가 보이면 반가움에 덜컥 다가가 쓰다듬으려 해요. 하지만, 그건 개 입장에서 실례가 될 수 있어요. 오히려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강아지들에게 좋은 인사가 될 수 있어요. 스스로 다가왔을 때 손등이나 내 소지품을 부드럽게 냄새 맡게 하는 것이죠. 밀고 당기기라고 한다면, 너무 당기지 않아야 해요.


: 아! 밀당!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손등을 내미는 것이 어떻게 인사가 되나요?

 : 개의 코는 인간의 눈 역할을 해요. 개의 시력은 물건이 30cm 앞까지 와야 초점이 잡힐 정도로 안 좋아요. 원시 개는 사냥을 통해 생존했기에 후각이 발달했죠. 후각으로 상상도 못 할 많은 정보를 해석할 수 있어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죠. 개가 사람의 손등 냄새를 맡으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거예요.


 : 아하! 강아지가 많은 색을 구분 못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시력이 그렇게 안 좋은 줄은 몰랐어요! 가끔 운전하며 갈 때 창문 밖으로 코를 내밀며 킁킁거리는 강아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강아지는 풍경을 구경하는 중이었군요?

 : 맞아요! 그리고 반가워서 목소리 톤을 올리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기가 막히게 캐치해요. ‘어? 이 사람 뭔가 이상하다?’라는 느낌이 들면 경계를 시작하죠. 때문에 평정심 유지가 중요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돼요. 인간도 처음 만난 사람이 불안한 행동을 하면 섣불리 다가가기 어렵잖아요? 강아지도 같아요. 여유롭고, 편하게 행동하면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아 그냥 사람이구나’하고 안심하게 됩니다.


: 저도 강아지를 좋아해서 강아지를 만나면 ‘오구오구!!’ 하며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데 강아지에게 오해를 사고, 심하면 위협이 될 수 있겠어요.

: 충분히 위협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무조건 위협이라 할 수도 없는 게, 상황을 봐야 해요. 만약 개가 먼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그러면 목소리 톤을 좀 올리거나 조금씩 표현을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강아지가 어떤 성격인지, 또 어떤 성장 과정이 있는 애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먼저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기다려주는 게 좋아요. 시간이 지나서 얘가 꼬리를 친다, 그때는 막 이런 식으로 해도 (까롱이_7세 쓰담쓰담) 괜찮아요.


: 정리하면 저희가 소통을 위해 특별히 뭔가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강아지들이 사람의 행동을 읽어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럼 이어서 질문! 사람이 강아지의 감정 표현을 읽는 방법이 있을까요?

 : 감정 표현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개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요. 다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경계 정도는 개가 몸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보며 파악할 수 있지요. 경계심이 없을 때 개들은 몸에 힘을 빼고 여유롭게 걸어요. 경계를 하면 일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지나치게 몸을 세우거나, 몸의 중심이 낮아지죠. 보폭은 불안정하고, 걷는 속도는 빨라졌다, 느려졌다 예측하기 어렵게 움직여요.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이런 모습에서 경계심을 느끼기 어렵지만, 상당히 예민한 상태라 할 수 있어요. 또한 경계를 풀었을 땐 스스로 엎드리거나 편안한 자세를 취하죠. 사람도 긴장하거나 위험한 상태에 빠지면 어디든 도망갈 수 있게 달려 나갈 준비를 하잖아요? 또한 누운 자세는 튀어 나가기 어려우니 편안하게 쉴 때만 취하는 자세죠. 개도 인간과 같다고 보면 돼요. 


 : 아! 특별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편한 자세와 휴식하는 자세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 맞아요! 그리고 또 하나, 호흡으로 개의 심리를 알 수 있어요. 과호흡 한다면 너무 좋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니면 입을 잘 안 다물고 있는 상태도 챙겨봐야 하죠.


 : 민혁 님은 현재 반려동물 행동 교정사로 활동하며 보호자 교육을 다니잖아요? 반려견이 일으키는 문제 중 그 원인이 소통의 부족인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한 것이 맞을까요?

 : 물론 소통의 오해에서 오는 문제도 많아요. 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 자체가 그 원인이 되어 융합하기 힘든 경우도 많지요. 오히려 집 안에서 짖으면 교육 문의가 잘 안 와요. 집에서는 보호자가 조용히 시킬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함께 산책하러 나가서 낯선 사람이나 강아지를 보며 짖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서 벌어지는 문제 상담이 대부분입니다. 산책은 강아지에게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일과이니까 매우 빈번하고 또 중요한 사안이죠.


 : 반려견의 트라우마나 뭐 그런 것 때문일까요?

 : 트라우마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강아지일 때 짖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러다 조금 크고 1살~2살이 되면 가족 개념이 생기거든요. 줄을 쥐고 있는 보호자와 약 2미터 이내 공간이 자신과 보호자의 공간이라고 인지하고 살아요. 굳이 처음 본 사람, 강아지와 친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강해지죠. 생존 본능입니다.


 : 아! 늑대도 자기들의 무리를 중시하는 생활을 했죠?

 : 네, 그런데 강아지 때는 힘이 약한 걸 스스로 아니까 웬만하면 꼬리 치고, 그런 행동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죠. 점차 힘이 세지고 커지면, 내 보호자 외에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무리 생활은 과거 농사를 짓던 인간에겐 굉장히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어요. 집을 지키거나, 가족을 지키는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도시화가 진행되며 과거 도움이 되었던 생존 본능이 문제 행동으로 오역되는 거예요.


 : 강아지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 때문이네요.

 : 그렇죠. 반려견 행동 교정사라는 직업은 도시화 이후 생겨난 직업이에요. 개는 인간이 만들어 둔 규칙 속에 살아야 하니까. 저는 언젠가 도시의 규칙이 없는 시골에서 꿀동이를 풀어놓고 키우고 싶어요. 


 : 지금 민혁 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 하하! 네 그런 상상을 하면 행복해요! 개는 인간의 삶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예요. 그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겪어본 적 없는 인간의 룰을 지켜야 하죠. 도시의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개의 불안은 커져요. 반려견 교육은 보호자가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을 판단해 주고, 안전한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려견이 안심할 수 있게 ‘잠깐 기다리고 있어 봐 이 상황은 괜찮아’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 반려견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생존 본능을 누르고 살아가는 것이군요? 사람도 반려견이 취하는 생존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려견의 상황을 이해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겠네요? 

 : 그게 굉장히 중요한데 표면적으로만 보고 생존 본능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 사례가 많아요. ‘짖으니까 고쳐야지?’라고 생각할 때, 반려견이 짖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긴 어렵죠. 반려견의 행동이 인간의 삶에 불편함을 주니 고쳐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반려견을 혼내고 줄을 당기고, ‘간식 줬는데 왜 말을 안 듣지?’, ‘얘는 바보 개인가?’라는 생각을 보호자가 가질 수도 있어요. 이 같은 상황을 겪는 반려견들이 많아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생존 본능을 발휘하는 것뿐인데 말이죠. 그만큼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를 키우는 데 크게 작용해요. 단적인 예로 산책할 때 반려견이 가는 곳으로 끌려다닌다거나, 불안한 상황을 맞이할 때 반려견 대신 상황을 판단해 주고 보호해주지 못하면 반려견은 보호자에 대한 믿음을 쌓기 어렵죠.


 : 보호자라는 말이 단순히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을 판단해 주는 사람인 것이군요.

 : 네, 그리고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야 해요. 저는 꾸롱이가 불안을 느낄 상황이면 간식으로 시선을 저에게 돌려요. ‘괜찮아 이 일은 별 일 아니야’ 이런 가이드를 주며 꾸롱이와 소통하는 거예요. 이건 중요한 일이에요. 개들은 자연스럽지 않은, 불안한 세상에 사는 거예요. 반대로 개 입장에선 도시가 이상해 보일 거예요. 왜 차를 타고 다니지? 왜 내 눈앞에 엄청 큰 덤프트럭이 지나다니지? 이렇게 낯선, 인간의 도시 속 구성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이 강아지를 복종시키고, 내 옆에 붙이고, 몇 가지 동작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반려견 교육이라 오해하고 있어요. 유럽은 그런 개념에서 벗어난 지 벌써 30년이 넘었거든요. 다만 희망적인 건 우리나라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힘내고 있어요.


 : 민혁 님이 노력하시는 것 저도 늘 응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반려견과 소통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이 정말 많군요?

 : 네, 반려견에 대해 이해가 곧 올바른 소통법으로 이어져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강아지 교육의 정보는 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아졌어요. 그런데도 반려동물 행동 교정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거든요. 그 원인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반려견의 행동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짖는 걸 고치고 실수하는 것을 고치고. 그렇게 하면 문제 행동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은 사라지지 않아요. 개가 어떤 동물인지, 왜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시작점이죠. 표면적인 행동을 문제로 인식하면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보통 2주를 못 가요. 산책 교육만 하다 2주 안에 포기하죠. 습성을 모른 채 행동만 교정하는 노력은 보호자에겐 너무 힘들거든요. 개는 태생이 그런 동물이었는데 내가 데고 왔으니까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 습성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그때부터는 귀찮은 일과가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그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강아지의 생존 본능이라는 부분을 놓고 반려견의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개는 사람이랑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개에게 세상이 참 낯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이번 인터뷰를 기획한 가장 큰 목적은 반려견과 소통을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궁금증 때문이었어요. 민혁 대표님이 도그라피를 운영하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맞아요! 웃음


우리가 반려견의 생각을 궁금해하듯, 반려견도 반려인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반려견을 조금만 더 이해하게 되면 훨씬 좋은 반려인이 될 것이고 산책길은 더없이 행복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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