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이가 내 준 숙제(?)
지난주에 인천 누이 집에 다녀왔다. 얼굴을 본 지도 오래 되었고 김치 담가 놓았다고 겸사겸사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었기 때문이다. 요즘 1달 넘게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기분 전환도 하고 누이와 조카 녀석들 얼굴 볼 생각으로 금요일 퇴근을 하자마자 인천행 지하철을 탔다.
후텁지근한 전철 안. 에어컨을 최대치로 가동했다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 탓에 공간은 더없이 비좁았고 땀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엉키고 여기저기 전화하는 소리로 난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매일 이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많은 직장인과 학생의 애로사항이 몸소 실감하게 되었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서야 시원한 저녁 바람을 벗삼아 비로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요즘 누이는 일을 두 가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초등학교에서 발열 체크 등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 방과후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두 가지 일을 하려면 꽤나 번거로울텐데, 1개는 곧 계약이 끝나서 약간 무리해서 다른 초등학교 공고를 보고 방과후 교사 업무를 신청했는데 운좋게 됬다고 정말 좋아한다.
누이집은 형편이 그리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볼 수 없지만,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는 뭐 거창한 ‘중년의 자아실현’은 아니다. 몸이 건강할 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좋아하고, 좀 몸이 안 좋다고 집에 있으면 삶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어 보였다.
늙어가는 누이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이런 거 말이다. 저녁을 같이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오랜만에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남매만이 아닌 이야기를 할 때는 조카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속으로 기특하게 여겼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을 먹고 소화시키느라 잠시 쉬는데 쭈삣쭈삣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유를 캐물으니 방과후 교사 수업자료 ‘십자말풀이’를 몇 개 부탁한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5학년 수준의 단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5개 만들어달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게 아니다.
그거 애들 시키지 왜 나냐고 궁시렁 거렸지만, 사실 자식에게도 하기 어려운 부탁일거라 생각하니 흔쾌히 그 숙제(?) 하겠다고 약속했다.
누이는 그 기간은 2주를 주었지만 난 좀 빨리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걱정도 미리 덜어주고 본인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그후 평일동안 자료 찾고 만드는데 시간이 은근히 많이 들었다. 내가 퀄러티는 절대로 보장 못한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에 사용할 건데 보통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일에 ‘교사용’과 ‘학생용’ 두 버전을 보내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혹시 오자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꼭 프린터해서 확인해 보라고 썼다.
그런데 난 사실 메일 마지막에 이 말을 쓰고 싶었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누나야, 이걸로 부라보콘값 조금은 갚은 거지?”
(부라보콘값은 이전 글 ‘부라보콘 누이’를 참조하길 바랍니다.)
다음은 숙제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초등학교 3~4학년 단어 테스트4
가로열쇠
❶ 손님의 편리를 위해 하루 종일 영업하는 상점
❷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바치거나 포기함
❹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
❻ 음식이나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❼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생각에 나도 찬성하여 그렇다고 느낌
❽ 새롭거나 신기한 것에 끌리는 마음
❿ 사람들이 휴식이나 놀이를 위해 다양한 시설이 있는 곳. 외국어로 '테마파크'
세로열쇠
❸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느낌
❺ 옛날 부엌에서 아궁이 위에 솥을 걸어 두는 언저리
❼ 공개된 장소에서 연극, 영화, 무용, 음악 등을 관객에게 보여주다
❽ 전례동화 '여우가 시집가고 OOO가 장가가는 날'
❾ 운동에서 선수들이 이기도록 격력하는 것
❿ 무시하여 비웃거나 하는 일
⓫ 둘 이상 사이에서 주로 해당되고 관계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