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이라는 빛나는 선물
내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40대 이후로 몸이 갈수록 말을 듣지 않았고 체력은 급속히 고갈되기 시작했다.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정신력으로 무언가를 버틴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래 위에 성 쌓는 것이었다.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내 상황이 그랬으니까.
내가 다니는 벨기에 출신 병원장님은 내게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예요. 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기보다 되도록 길게 만드는 게 좋아요. ○○ 씨, 하루에 30분이라도 좋아요.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걸으세요. 식이요법과 병행하면 더 좋고요.”
50 평생 운동과 담 쌓은 나에게 그의 진지한 조언이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내 몸은 더욱 쇠약해졌다. 조금 경사진 언덕을 오를 때에도 숨이 가파지고 오래 걷지 못하겠다. 조금만 오래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피곤이 빨리 왔다.
몸이 내게 계속 말한다. “빨리 뭔가 방법을 찾아 봐. 나 너무 힘들어.”
외면하면 할수록 그 목소리는 은밀하면서도 거칠게 내 가슴 깊숙이 들어와 호소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고, 부드럽게 구슬리기도 하고 간혹 도끼눈을 뜨고 매섭게 날 몰아세웠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난 그 목소리에 백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동네 헬스클럽 가기에도 무섭고 부담되었기에 난 원장님의 '걷기'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마치 새가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모두 사용하면서 하늘을 날 듯이, 나도 이제 ‘정신’ 외에도 ‘육체’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기로 말이다. 난 이제껏 한쪽 날개로 허우적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난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죽지 못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아니, 좀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라도 내 몸을 소중히 대하며
품위 있는 삶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저린 어깨의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잠을 자던 나에게
아침에 손과 다리가 퉁퉁 부어 화끈함을 느끼던 나에게
좌골신경통으로 한 쪽 다리가 찌릿찌릿하던 나에게
무작정 집에만 웅크리고만 싶었던 나에게
잔걱정이 내 온 몸을 휘감고 그 깊이에 압도당한 나에게
머릿속이 잔뜩 안개가 낀 듯이 갈 곳 몰라 방황하는 나에게
운동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머뭇거리는 내 손을 부드럽게 쥐고 용기를 주었다.
아직 인생의 후반전이 남았는데
죽지 못해 살기보다는 죽지 못해 운동해 보자고 말한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용기가 필요한 것은 내 차례였다.
그리고 그 용기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죽지 않고 힘을 발휘할 것을 난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