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청장님의 생일선물
그제 오후 한참 민원인이 몰렸다가 썰물처럼 사라지는 그때, 옆 동료가 7월 생일인 직원분 대상으로 선물이 왔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전해준다.
'아, 그렇구나. 다음 주가 내 생일이네.'
전에는 반가운 손님은 아닐지라도 늘상 그려려니 하고 그날을 받아들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귀한 손님'이 청포도가 익는 7월에 해마다 방문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소중하게 다소곳이 정성을 다해 모시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큰 종이상자 안으로 작은 화분 여러 개가 놓여 있었는데, 난 고민 좀 하다가 이 화분을 택하였다. 책상 앞에 이 화분을 바라보며 지청장님이 손수 쓰신 생일 축하 카드를 읽었다. 이제는 가족끼리도 안부 연락겸 하는 생일축하인데 사무실에서 받으니 좀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사기업에 다닐 때는 이런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난 꽃이나 식물을 기른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선물로 받은 선인장마저 한겨울에 얼어죽고 빼빼말라 한 귀퉁이에 넘어져 있는 것을 어느 봄날에 대청소를 하려고 하다 발견했을 때 그 쓸쓸함과 미안함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이름을 찾다찾다 포기하고, 조카 녀석에 도움을 청하니 '흑토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달에 사는 토끼 귀와 닮았다고 해서 '월토이'라고 한다는데,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아까 이 '월토이'를 선택한 이유는 잎 하나 하나 마다 난초를 닮아서였다. 그리고 다른 화분에 비해 잎사귀에 그려진 짙은 무늬가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정성스레 물을 주고 (검색하니 1달에 한 번만 주면 된다고 한다) 책상에 올려 놨는데 이 녀석은 햇빛을 좋아하기에 그쪽에 놔둬야 한다고 해서 창가쪽으로 옮겨주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책상 위로 데려와 흐믓하게 바라보며 말 없는 말을 하고 싶다.
책상 위에 살아 숨쉬는 그 무엇과 같이 호흡한다고 하니 순간 외로움이 싹 가셨다. 그리고 고마웠다.
내 곁에 온 이상 정성스레 돌보겠다고 다짐하면서 그 토끼 같은 귀를 다시 바라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