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무늬영원 Jul 30. 2022

27화 특별민원인이 무적인 이유

- 나는 그런 민원인을 이기도 싶지도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다

민원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든 공공기관 직원이든 민간기업 직원 모두 특별민원인을 안 만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차피 만나야 할 특별민원인이라면 최소한 그 횟수를 적게 하면 좋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감정노동자인 우리가 정신적 육체적 데미지가 각자 인생에 영향을 덜 끼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 점은 지금 이야기하는 ‘특별민원인’은 담당직원의 법률적 과실이나 불친절 그리고 응대 잘못이 아닌 말 그대로 민원인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민원만을 의미하겠다.    


어저께만 해도 민원인과 상담하는 도중에 서무 선생님이 프린터 기 위에 무언가 올려놓고 갔는데 ‘특별민원인 응대 지침’이었다. 이제 기관에서도 직원 보호 등을 위해 많이 신경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각 단계마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침이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민원인이 1단계에서 갑자기 3~4단계로 반응할 수도 있고, 각 단계가 무 자르듯 분명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담당자가 지침을 민원인에게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우리(여기서는 ‘감정노동자’를 말한다)가 특별민원인(소위 ‘진상’이라 부르는)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몇 가지 들어보겠다.    


첫째, 알 될 줄 알면서 일단 들이댄다.    


나는 안 됐는데 나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나 아는 사람이 무엇인가 얻어갔다고 하면 무조건 해달라는 타입이다. 근거는 ‘공평하지 않다’이다. 이때 직원이 어설프게 대응하면 자신의 ‘전문성’을 의심받고 심지어 윗선의 면담을 요청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아니면 했던 말 또하고 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내 영혼도 동시에 갉아먹고 이렇게 된다. 정확하게 사실을 바탕으로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공손하게 답변해야 한다. ‘너 이런 법률 몰랐지?’ 이렇게 자랑하라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둘째,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해서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미원인은 각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각각 안 되는 이유를 친절하게 들었을 테고, 그 이유에 대해 민원인은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돌릴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연구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 담당직원의 대답에 막힌 부분을 곰곰이 복기하여 다음 단계에서는 답변을 넘어 직원의 말문을 막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는 법률의 어떤 부분은 해당 공무원보다 더 빠삭하게 아는 전문가로 변신할 수도 있다.  보통 2~3년 부서이동을 하는데 해당업무가 초기단계라면 그 직원은 특별민원인에게 상대가 안 될 수도 있다.        


셋째, 이제 악만 남았다    


이제 자신이 이기고 지고 이 문제가 아니다. 이기면 좋고 이기더라도 그간의 시간을 투자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고, 지더라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본래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가면 따라 갈 수도 있고, 담당자가 변경되더라도 새 담당자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르는 새 담당자는 멘붕의 위기가 다가올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걷는 힘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계속 방문할 수도 있다.     


난 특별민원인을 이기고 싶지도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 시간에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따름이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누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통에 고개를 돌리니, 한 직원분이 기리기리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진상 민원인과 통화를 한 직후라고 한다.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를 지르고, 의자에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하고, 얼굴은 붉어지고 파래지고, 표정은 이그러질대로 이그러졌고, 도무지 화가 멈추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얼굴이 하얘져 화장실로 달려나갔다.    


건너편 직원분이 무슨 일인가 궁금한지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모두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감정이 이쪽으로 이동하고 저쪽으로 옮겨가고 한 순간 3층의 공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모든 직원들은 말을 안 해도 그 기분을 안다.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표정이 모두 말해준다.   

 

내가 여기에서 계속 일하는 동안 특별민원원이 생기지 않게 나도 노력할 테지만,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원칙을 지키되 공손하게 응대하기”    


이게 정답이면 좋겠다 진심으로.

내가 그런 내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동시에 담당업무도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그러고보니 세상 참 쉽지 않다. 그래 그래야 인생이지.  

작가의 이전글 25화 줌(zoom) 교육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