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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Aug 13. 2022

32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가?

- 직장인 마인드 vs. 자영업자 마인드

며칠간 비가 무자비하게 내리고 주기적으로 햇볕을 못 쬐니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 밥도 먹기 싫고 딱히 마음을 당기는 음식도 없다. 그냥 하루 한 끼 그럭저럭 해결해 나간다나 할까. 한 달간 도시락을 잘 챙겨오다가 오늘은 늦잠을 자서 점심때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다. (숙면이 중요한데 밤잠을 잘 못 자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고 은연중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니 분명 영향을 준다)     


사실 어제 점심때 동료 한 분이 양 많고 맛있는 중국집을 소개해줬다. 매일 할인되는 요리가 있는데 쟁반짜장이라 말하며 양하고 맛도 있다고 추천해 주는 게 아닌가. 그런데 난 이미 도시락을 준비한 까닭에 다음에 시간 나면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늦잠 덕분에 가는 날짜가 당겨 가게 된 것이다.   

  

그 중국집으로 갔다. 문을 여니 우렁찬 목소리로 ‘어세 오세요.’라고 말하며 빈 탁자로 날 안내하더니 곧 더러운 탁자를 닦아주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분은 이내 소독약이 뿌린 행주로 정성스레 탁자를 닦아낸다.   

  

내가 눈여겨 본 점은 탁자를 닦을 때 보통 한두 번 쓱 닦고 가기 마련인데 코로나 시대라 그런지 한 10번 이상 힘있게 닦는 게 아닌가. 그것도 정성을 다해서 말이다. 다른 서빙하는 분도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아마 생활의 달인 수준이다.  실제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상태로 웃으면서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여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에 ‘참 아름답다’라고 생각했다 그 열정적인 모습에 말이다. 


브런치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래서 평소 기록이 중요하다. 이런 좋은 글은 출처를 밝혀 여러 사람이 즐기면 좋은데 아쉽다.) 이제 회사원도 ‘자영업자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 한 달 월급이 얼마라면, 자영업자처럼 가게 임대료, 컴퓨터 대여비, 프린터 대여비, 소모품 비용 등을 따져서 내가 실제로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계산해 보라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 그글을 읽고 난 이런저런 리스 비용 등을 낸다면 내 월급은 어디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순간 울화가 치민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아침에 와서 앉는 이 자리 임대료는 숫자로 환산될 터이고. 앞에 놓인 컴퓨터 그리고 프린터. 기타 소모품 등은 서무 선생님에게 요청하거나 비품실에서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즉 내 발품만 부지전히 팔면되는 것인데, 실제 월급에서 이런 비용을 제하는 항목은 없지만 분명 고용센터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될 것은 분명하였다.      


지금은 그분이 언급한 직장인도 자영업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조금은 알겠다. 네모난 명함이 주는 힘에서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절실함으로 무장한 자영업자 마이드를 가지고 자신의 삶이든 인생이든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자신의 실제역량이 아닌 명함이 주는 힘, 뒷배에 회사 브랜드 파워만 믿고하는  업무수행이 아닌 자영업자 사장님 마인드로 모든 변수를 고려하면서도 꼼꼼한 기획을 바탕으로 추진력 있게 일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오늘 간 그 중국집의 첫인상은 절박함으로 가진 그러면서 여유를 잃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맡은 바 일을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무실만 밀집한 이곳에서 식당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점심 또는 저녁때 꾸준히 손님의 선택을 받는 식당은 많지 않다. 그런 식당이 ‘맛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이고 결국 생존하는 것이리라.     


난 공무원이다. 흉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정년을 보장받는 그런 일자리를 늦게나마 얻어 적은 봉급이지만 이곳에서 일용한 양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앞날을 계획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내 업무를 대하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걸까?


이제는 평소에 물렁한 성격인 내가 자영업자 마이드로 무장할 때야 비로소 쳇바퀴 돌아가는 의미없는  삶이 아닌 내가 바라는 삶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파두부 덮밥. 오늘의 점심 메뉴.  그리고 떠오르는 질문들.

   

'나는 어떤 마인드로 일하는 걸까?'

'지금 그 방향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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