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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Aug 14. 2022

33화 오랜만에 간 스타벅스

- 나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은 어디?

오늘 금요일. 며칠 전 엄청난 비가 온 후 간만에 쨍쨍한 날씨를 보면서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오락가락하는 요즘 날씨를 탓하는 대신 더위를 못 견뎌는 내 비루한 체력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스벅’ 또는 ‘별다방’이라 부르는 스타벅스.     


날씨가 더운지 그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어디선가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은데, 주문받는 직원과 음료를 만드는 직원의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분주한 손놀림을 보고 있자니 나는 더 더운 것 같아서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솔직히 난 스타벅스에 잘 가지 않는다. 아니 다른 커피숍도 마찬가지다. 원래부터 커피 마니아도 아니었고 (솔직히 커피 맛을 잘 모른다), 몇 년 전부터는 커피를 싫어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커피를 멀리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수년간 당뇨의 수치가 낮춰지지 않았고,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함에도 게으른(?) 나는 병원 원장님에게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 단 음식 등을 끊어야 한다는 심한 꾸지람을 듣고야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무작정 이전에 즐겨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면 내가 ‘그래? 배째라 배째.’하고 나자빠질까봐 원장님은 야채를 많이 먹고 커피는 ‘블랙’으로 먹어도 된다고 은근슬쩍 작은 팁을 던져주었다.   

  

그날 이후 달고 짠 음식을 멀리하려고 나름 노력하였다.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이 꾸지람 한번 들었다고 고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다시피 그 약발을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의 굳건한 의지와 주위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더운 날에는 아이스 커피가 유독 생각난다. 게다가 지난번 집체교육에서 교육을 잘 받았다고 강사님이 주신 스타벅스 ‘기프트콘’ 기간만료 예정일이 8월 19일이라며 얼른 사용을 권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오늘이 바로 커피 마시는 날이구나!’ 라고 쾌재를 불렀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브런치 문현준 작가님는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 그 이유를 찬찬히 설명해 주셨다) 커피에 대해 문외한 나도 스타벅스에 가면 그 묘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매력을 매번 느끼고자 스타벅스에 가지는 않는다.     

스타벅스에서는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통해 스스로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면 언제든지 그곳에 가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소는 그곳이 아니기에 간혹 어쩌다 스타벅스에 갈지언정 자주 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난 8월 1일 한국소비자원은 상위 7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3개부문만족도(서비스품질, 서비스상품, 서비스체험)와 포괄적만족도(전반적만족, 기대대비만족, 이상대비만족)을 조사했는데, 5점 만점에 스타벅스는 3.99점을 획득하여 종합만족도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스타벅스는 분명 많은 사람에게 유니크한 매력을 제공한다. 나는 1등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이 아니듯, 어떤 브랜드 만족도 1위가 내 만족도를 충족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스타벅스에 자주 가지 않는다고 난 스타벅스를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나하고는 약간 안 맞을 뿐이다.     


모두 스스로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완벽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언뜻 마땅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또는 지금 없다면 하나 만들길 권한다. 자신만의 숨 쉴 공간은 필요한 법이니까.     


감정노동자는 민원인에게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슬슬 올라올 때면 우영우 변호사처럼 위기 상황을 ‘워~ 워~’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그런 시점이 되면 뒷공간 빈 사무실에 가서 한 1~2분 정도 눈을 감거나 멍하니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민원인의 방문이 뜸할 때를 노린다) 뭔가 마음도 안정되고 힐링된 기분이랄까. 사실 긴 탁자와 등받이 의자만 둥그러니 있는 그 작은 곳에서 나만의 힘을 얻어 다시 민원인을 상대하러 가는 것이다.     


오직 자신만의 공간을 ‘생각의 방’, ‘안식의 공간’, ‘나만의 쉼터’ 등등 어떠한 이름을 붙여도 된다. 그 공간이 나만의 소중한 공간이 되어 스스로 내면의 힘을 충전해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다. 직장의 어느 곳, 집에서 특정한 장소, 집 밖의 어떤 곳 다 좋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눈엔 그 간판은 ‘스타벅스’로 보이지만 자신의 눈엔 ‘비밀의 화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일 퇴근 후 오늘도 난 나만의 그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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