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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Oct 25. 2022

47화 온국민 자격증 공인중개사

- 딸까? 말까?

  요즘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면에서 심상치 않다. 일개 소시민으로서 내가 할 일을 별로 많지 않은가 싶다. 정치적으로는 자극적인 기사 너머 중립을 지키면서 진실을 보는 눈을 키워가야 할테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이자율과 물가 등이 높아지는 이때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유지해야 할테고, 사회적으로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에 힘겨워 다른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본다. 

    

  월급 명세서를 바라본다. 또 바라본다. 계속 바라본들 그 숫자가 증가할 리가 없겠지만 왠지 모를 미련(?) 때문에 지긋이 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초과근무를 엄청 해대야 하나? 또 다른 수입 파이프라인을 마련해야 하나?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고개를 쳐들다가 한순간에 급격히 고꾸라진다. 이는 전에도 고민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탓이 클 것이다. (참고로, 공무원 월급 관련해서 초과근무를 통해 적은 소득을 벌충한다고 말씀하는데, 모든 부서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밝혀둔다.) 

    

  미래가 불안하면 누구나 불안하다. 그래서 뭔가를 준비한다. 그래서 그 준비가 크게 보면 ‘노후대비’가 될 것이다. 이번주 10월 29일 그러니까 올해 33회 공인중개사 시험감독으로 위촉되었는데 국민자격증이라 말에 걸맞게 이번에도 많은 응시생이 몰릴 것이다.     


  이미 공인중개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응시자는 많다. 그리고 자격증 보유자 2021년 기준 493,503명 중 약 1/4인 119,108명만이 개업을 한 사실에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향후 시험합격 기준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어 합격인원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포화상태인데 이토록 응시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어려운 시대에 이만한 자격증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면 너무나 불안하니 인기자격증이라도 따놔야 한동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권하는 학원은 이렇게 광고한다.


1. 특별한 자격, 기술이 필요 없다.

2. 정년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3. 창업 비용이 비교적 적다.

4. 고소득이 가능하다.

5. 창업, 취업 등 활용도가 높다

6. 단기 합격이 가능하다.     


  누구라도 혹하게 만든 문구라 할지라도 그 문구 너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공인중개사 세계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위 내용에 여러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1. 자격이나 기술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자격증 취득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밥먹이로 쉽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들어가기 쉽고 (금방 포기하고) 나가기 쉽다는 의미인 것이다.     

2. 정년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은 진짜 장점인 것 같다. 그런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말은 

   출퇴근의 자유가 아닌 그 여유시간에 관련 업무지식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하는 자유로 난 이해했다.     

3. 창업비용이 적다는 점은 분명 좋은 점이다. 카페나 식당처럼 인테리어, 집기 등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뭐 딱히 반박할 거리는 없는 듯하다.     

4. 고소득이 가능하다? 맞는 말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시험용 지식이 아닌 실무에 능통한 

   실력을 갖춘 개인 역량을 가져야만 고소득이 가능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밑바닥부터 구르는 고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5. 창업, 취업 등 활용도가 높다는 말을 케바케인 것 같다. 현재 업무가 부동산 관련 업무라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고, 취업하려는 회사에 가사점이 있다면 분명 자격증 취득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6. 단기 합격이 가능하다는 말은 마케팅 일환이다. 이건 마치 ‘우리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하면 한 달에       10kg  감량을 보장한다.’나 ‘자격증만 따면 금방 취업한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이번 주 토요일 난 속으로 긴장을 하며 시험감독 업무를 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노후대비’가 걸린 인생 후반기에 승부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장년층이 자격증을 취득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면 좋을까?  난 이렇게 생각해 본다.   


첫째, 현재 인기 있는 자격증보다 자신이 취득하려는 자격증의 비전과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성과도 부합되는지 확인해 보자.

둘째, 취득방법이 학원, 온라인, 독학 등 다양하다면 현재 상황에 비추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선택하자.   

셋째, ‘자격증만 취득하면 취업은 문제없다.’는 광고에 속지 말자. 자격증 취득은 최소한의

       의무사항이고 실무능력은 별개임을 명심하자.

넷째, 자격증을 올림픽 메달로 비유하자면 이렇다고 생각한다.

       금메달: 국가자격증. 은메달: 국가공인민간자격증. 동메달: 일반민간자격증     


  자신을 위해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분명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이번 토요일. 모든 지원자들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취(점수)를 이루길 바란다. 수험생에게는 멋진 점수를, 나에게는 소중한 일용양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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