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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Nov 14. 2022

49화 100세 인생

- '선배 시민'이신가요?

100세 인간. 그대 ‘선배 시민’을 꿈꾸는가     

연합뉴스에서 ‘100세 인간’이라는 주제로 총 15회 특집기사를 냈는데, 1화에서 4화까지는 ‘한국노인의 실태’를, 5회에서 10회까지는 ‘공동체에 이바지한 노인’ 그리고 11회부터 15회까지는 ‘선배시민 운동과 과제’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우리 사회가 서구사회보다 늙어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지나가는 사람 5명 중 한 명은 어르신이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사 1회 첫 문장이 참 새롭다.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9-1916)의 하이쿠(짧은시)를 소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시여,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것을.”     


우리동네 놀이터만 해도 가장 붐비는 주말 오후에는 노인 5명에 아이 1명의 비율로 옹기종기 모여있다. 어르신들은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달리기를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거나 서로 옷깃을 잡아당기며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다.    

 

떫은 감이 모두 달콤한 홍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따뜻한 온도, 바람, 습도, 적절한 농부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떫은 감은 그냥 떫은 감일뿐이다. 마치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 든 사람이라면 어른이 아닌 듯이 말이다.     


연합뉴스의 연재 기사의 핵심은 ‘선배시민’이 되자는 것이다. 

백신종 만수초교 교사는 선배시민을 이렇게 묘사한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공공의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 참여를 통해 해결하려는 사람’     


그렇다면 ‘선배시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노인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였다.   

  

➊ 늙은이

   사회의 짐으로 인식되어 돌봄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No인(人), 잉여 집단, 이등 국민으로 폄하된다.      

➋ 어르신

   지혜롭고 존경받는 현명한 존재로 Know인(人)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체면을 지켜야하고, 감정과 욕구를 자제재야 한다.     

➌ 액티브 시니어 (Active Senior)

   가족이나 사회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기계발에 힘쓰고 인생 미모작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흔히 경력과 재력이 겸비되어 있다.     

➍ 선배 시민

   시민권(Citizenship)을 권리로 인식하고 이것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노인들을 말한다. 

   사회적 연대 사회보장제도를 중시한다. 예를 들어, 소득부족은 ‘기초노령연금’, 건강은 

   ‘무상의료지원’, 주거는 ‘공공주택 제공’을 표방한다.     


이시형 박사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보면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오면 노인 무시, 노인 폄하를 넘어 ‘노인 증오’의 시대가 올 수도 있으며, 이는 젊은층과 노년층의 계급투쟁 양상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시형 박사는 책에서 ‘장수의 늪’을 슬기롭게 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고전 평론가 고미숙 님은 이렇게 말한다.     

“태어나서 나이 들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 그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누구나 삶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핵심이지 양적으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평소 국뽕으로 무장한 나에게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라는 사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 그렇다. 공짜 지하철 타고 이리저리 목적 없이 구경 다니고, 배고프면 무료급식소에 들러 허기를 해결하고, 종교단체 등에서 주는 500원 동전을 받으려고 일명 ‘짤짤이 순례’를 하는 우리네 어르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연재 기사 ‘100세 인간’에서 ‘선배 시민’을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노인층은 가난의 시대에서 오직 가족만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권위주의 시대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의무에만 얽매여 살아왔다. 모두 노력한 끝에 가난의 굴레에는 벗어나긴 했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아프지 않고 돈도 있으며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이 꿈꾸는 것이건만 이조차 허락되지 않은 삶은 부지기수이며 여기에 ‘의미있는 노녀의 삶’에 이르려면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빵과 장미. 빵은 ‘최소한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는 ‘인간의 존엄’을 뜻한다. 하루하루 생존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에게 가슴에 장미를 품으라는 말은 씨알 안 먹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기상에서 노인의 40%는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고, 실질소득대체율은 2020년 기준 22.4%에 불과하다. 생애평균 300만원 임금노동자는 약 70만의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회문제를 극복하려면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의 몫이 엇비슷해지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세대간 갈등을 넘어 연대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선행은 서로 단지 살았던 시대가 다를 뿐이라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배 시민은 내가 존엄성을 가지고 살고, 남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며, 나를 위해 살던 삶이 남을 위한 삶으로 확장하는 사람이며, 국가와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이자 후배 시민과 연대하여 변화를 함께하는 사람이며, 경험과 지혜를 축적한 노인들이 연대해서 공동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사람들이라 한다.     

 

경제적 욕구 외에 인권, 반전운동, 성평등, 환경운동 등 다양한 욕구를 지닌 선배 시민이 되려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지혜’로 바꾸는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과거 경험만 의지한 체 ‘그거 내가 해봐서 알아’ 말하면 말 그대로 ‘꼰대’나 다름없다. 그 경험이 현재 문제에 접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쓸모 있고 존경받는 존재로 인정받아 스스로 즐겁게 말년을 보낼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 연재 기사 ‘100세 인간’은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노년층의 경험과 지혜를 후대에게 이어줄 ‘선배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역할도 강조하는데 소득 측면에서 의료지원 측면에서 주거안정 측면에서 여전히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Well-aging’ 우리말로 ‘잘 늙기’는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지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이제 가족을 책임지는 문제에서 벗어나 자기 존재를 재정립하고, 늘어난 수명을 어떻게 보낼지 충분히 고민하고, 존엄성을 지닌 채 삶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노인 유형 분류 4가지는 서로 독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르신’이나 ‘액티브 시니어’에 속한 분들이 ‘선배 시민’의 자질이 없다고 난 생각하지 않는다. 옆에서 제도나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난 믿는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어쩔수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늙음’은 ‘육체적 늙음’은 운동 등 자기관리를 통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한편 무엇이든 공부를 함으로써 ‘정신적 늙음’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아픔’도 마찬가지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격이 더 벌어지기 전에 아픔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프면 삶의 의지나 존엄성은 약해지고 그냥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위험이 농후하다.  

    

노년층에게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 빵과 장미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은퇴 전에 계획하고 실행할 추진력으로 필요한 ‘빵’을 얻고, 본래의 몸은 늙을지언정 공부를 통해 지혜를 얻어 존엄의 대상이 되는 ‘장미’를 얻어 그 향기를 만끽하기를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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