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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Nov 20. 2022

50화 나에게 SSG의 우승 의미

- LG야, 내년엔 잘하자.

토요일 아침은 평일과는 다르게 약간(?)의 일탈을 할 수 있기에 가끔씩 여유를 부린다.

늦잠도 자고 씻지 않아도 아침을 건너뛰어도 뭐라는 사람도 없고 눈을 감은 채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는 나에게 이불은 연신 나에게 자장가를 불러재낀다. 하지만 나는 오늘 가야할 곳이 있다. 바로 이마트다.  

   

집근처 홈플러스를 놔두고 굳이 먼 이마트로 가는 까닭은 SSG 프로야구 우승기념 세일이 20일, 내일까지라서 오늘 가서 저렴한 가격에 떨어진 생활용품을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난 LG팬이지만 LG는 키움에게 무기력하게 졌고, 키움과 SSG가 결승에 맞붙었을 때 난 SSG를 응원하였는데 키움이 우승한다고 나에게 증권계좌를 마련해 줄 것도 아니라서 (사실은 주식할 돈이 없다. ㅠㅠ) 내 집안 살림에 도움을 받고자 과감히 난 SSG 편을 들게 되었다.      


마침 세탁 세재, 섬유유연제, 냉동식품, 참치, 고추장 등 즐겨 사용하고 먹는 것이 바닥을 드러냈기에 나에겐 키움의 이정후를 좋아하긴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SSG가 우승하길 바랬고, 우여곡절 끝에 SSG는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정신을 차린 후에 이불을 가지런히 개고 얼굴도 간단히 씻고 집근처에 이마트가 없어 안양 비산사거리로 버스를 타고 갔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붐볐고 ‘카트 반 사람 반’이었다. 게다가 1+1을 외치는 직워 분의 함성까지 더해서 완전히 아수라장 일보직전이었다.   

   

고전전문가 고미숙 님의 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삶은 ‘레알’이다. ... 일상의 악마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생활의 전 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치밀하게 단호하게!”     


구매할 목록을 스마트 폰에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1+1 행사의 물결을 요리조리 피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얼른 가고자 했다. 하지만 사람의 물결이 홍해의 기적처럼 쫙하고 갈라지기는커녕 서로 물리고 물려 정체가 제법 오래되었다. 이때가 위험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꽤 괜찮은 것들이 나를 향해 ‘Pick me, Pick me up’ 노래를 부르며 손짓하는 것 같다.   

   

사람에 치여서 그런지 산 게 몇 가지 안 되는데 온 몸이 피곤하다. 바구니에 담는 게 이익이라고 나에게 소비를 부치기는 유혹은 간신히 물리쳤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꾸 눈길이 가는 몇 가지는 사도 괜찮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그게 나에게 꼭 필요한가?’ 자문해 보면 ‘NO’라는 대답이 나오는 걸 보면 내 결정이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지만 2022년 SSG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 가지 느낀 게 있다.   

  

1. 체력의 중요성

키움은 KT, LG와 경기를 하면서 체력적 부담을 결국 이기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쉽게 잡을 공도 발이 떨어지지 않다보니 실수를 거듭하였다. 워낙 많은 경기를 뛴 결과이긴 해도 이는 패배의 빌미가 되었다. 정신과 체력은 서로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다. 서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이 둘을 잘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운동선수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100세 시대 우리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표현하면 '운동만이 살길이다'라고 한다면 오버일까?   

 

2. 투자의 중요성

사실 키움이 결승까지 오리라는 전문가는 없었다. 연봉이나 선수층에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에게 꼭 필요한 투자를 한 경우는 거의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이번에 키움이 적은 고연봉 선수로 우승을 일구었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매일 투자한다. 음식 투자를 통해 활동에너지를 얻고, 지식 투자를 통해 지적자산을 쌓고 있으니 말이다. 결론은 투자의 방향성과 지속성이 아닐까 싶다.


3. 관계자의 협업

프로야구의 성적은 선수, 감독, 프런트의 협업이 잘 이뤄져한다. 그리고 구단주 역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성적이 낮은 타팀을 보면 선수의 부상, 감독의 전략 부재, 프런트와의 갈등 등이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고 밖으로 흘러나온다. SSG도 완벽한 팀이 아니기에 내부에 갈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번 우승으로 기존의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기존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협업은 중요하다. 스스로 ‘1인기업가’라 해도 지식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협업은 필요하다.   

   

4. 신구의 조화. 

신인과 베터랑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특히 롯데에서 나와 테스트로 입단한 노경은의 헌신은 눈부실 정도였다. 베터랑의 힘은 대단했다. 그런데 베터랑이라는 게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얻는 것은 아닌듯하다. 입사 10년차가 되었어도 입사한 1년 경력을 그대로 답습(踏襲)한 선배A와 매년 자신의 업무 노하우를 업그레이드한 선배B의 경력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인 것이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았을 노경은 선수의 노력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노~오~력’은 비아냥의 대상일지라도 ‘노력’은 존경의 대상이다.


5. 내 맘대로 안 되는 야구

올해는 분명 우승각이라 생각했던 LG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체 키움에게 결승으로 가는 티켓을 넘겨주었다. LG선수들이라고 왜 이기고 싶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하늘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까지 인생이 계속 되듯이, 야구선수도 은퇴 전까지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 자잘한 부상도 이겨내야 하고 슬럼프가 오면 가급적 짧게 끝내도록 유도해야 하고 개인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 중심이 돼야 하고 성적이 나쁘면 팬들에게 욕먹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결론은 인생이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내년에 LG가 힘을 내면 좋겠다. SSG 김강민 선수의 홈런처럼 벅찬 감동을 LG 선수가 보여주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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