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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an 10. 2024

올해 문득 결심 한가지 '시 옮기기'

-  - 작심삼일이라 할지라도

작년 한 해가 땅거미 밑으로 사라질 쯤 병원에 갔었다.

원장님과 진료중 작은 박스가 보이길래 혹시 2024년 책상달력이면 하나 달라고 했는데,

달력이 아닌 다이어리라면서 그것도 2022년 거라 하신다.

그럼 하나 가져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주신다.

다이어리는 아니어라도 먼거 자잘한 거 적은 노트가 필요했는데 때맞게 좋은 걸 얻게 되었다.


작년 마지막 주말일게다.

2024년에 새로운 습관하나 들이면 어떨까 싶어 생각한 것이 필사가 문득 떠올랐다.

책을 읽고 눈길이 가는 구절을 적어도 될 터이고,

인터넷을 하나 쓸만한 내용을 발췌해도 될 터이고,

주위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을 새겨놓을 수고 있고.

결론은 시를 필사하는 것이었다.


딱히 기준은 없고 보는 순간 내 맘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하루에 한두 개 정도 필사를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소리내어 낭독하고 의미를 음미하며 보낼 수 있다면

좋은 습관이 될 거라 생각하였다.

신문사마다 문학 코너에서 시인이나 문학평론가가 시를 소개하는 고정란이 있는데

하루에 총 하나의 시만 골라보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전혀 접해 보지 못한 시인들.

일상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는 그냥 넘겼던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 시구는 파닥파닥 솟구치는 갓잡은 물고기같았다.

그리고 내 목소리로 다시 표현하니 그 맛이 묘하게 맛났다.


오늘 필사한 시는 이승훈 시인(1942-2018)의 '호랑이'다.


그는 벽에 호랑이를 그리고

벽 속에 들어갔지

나도 이 시를 쓰고 시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한 적게 먹고

적게 공부하자

그는 웃고 나는 시를 쓰네


산책이 취미인 나는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지 이미 알고 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대충 계산이 선다.

나도 산책을 하면서 산책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저 귀퉁이를 돌면 어디로 갈지 짐작조차 못할테고

더불어 시간의 촛침도 흥분에 몸을 떨며 제간격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걷기 전에 가능한 욕심내지 말고 적게 먹고

머릿속은 가급적 가볍게 만들면 좋으리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즐거운 과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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