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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an 07. 2024

나이든 형, 늙은 동생

- 시간은 그 누구도 안 봐주고

어제 토요일은 어영부영 스쳐가고

오늘에야 밀린 빨래도 하고 책상도 정리하고

수세미가 제법 해어져서 다이소에 갔다.


이것저것 고르다 문득 시간이 궁금해 확이하니

큰형에게서 온 전화 한 통.


잡채했으니 잠깐 집에 들러 가져가라는 얘기

내일 가면 안 되냐고 하니 잡채 부르튼다고 가급적 오늘 오라고 한다.


형하고 난 9살 차이가 난다.

아주 어릴 적 그리고 이삼십대에는 무척이나 그 간격이 커보였는데,

나도 50줄에 접어드니 속된 말로 같이 늙어가는구나 그 느낌이 든다.


물론 형의 연륜이나 경험 등은 여전히 내가 따라가지 못하지만

한 군데씩 몸이 고장이 나고 건강얘기, 약 얘기를 하노라면

그 나이의 간격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혼자 있는 동생을 위해 

혹시라도 끼니 무심코 건너뛸까봐

형은 자주 음식을 하는 김에 더 해서 나에게 쥐어준다.


서로 히끗해지는 머리를 바라보며

얼굴의 잔주름 깊이 패어갈수록

가끔씩 내보이는 빙긋 웃음이

우리아버지 DNA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올해는 자주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전화는 내가 먼저 해야겠다고 

짭짤한 잡채에 밥을 비비며 마음먹었다.


형, 잡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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