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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an 19. 2024

꿈에 뵌 아버지

- 아버지, 저 잘내요

어젯밤 진짜 오랜만에 뵌 아버지

몇 년만이던가

꿈 내용은 이미 기억 속에서 기화되어

한 줄기 바람으로 사라졌지만

그 환한 미소는 아직도 가슴에 살아있다


내가 아버지 아들이라는 증거 몇 가지


남대문 올리는 것을 가끔씩 잊어먹는다

성격이 유해서 남에게 싫은 말 잘 못한다

본능적으로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재주는 그리 없어도 끈기있고 성실하다

음식을 먹으면 꼭 한 개 남긴다 

(어머니가 말하길, 아버지도 할머니께 음식 달랑 한 개 남긴다며

엄청 혼났고, 나도 어머니께 배울 걸 배워야지 그래서 

씨도둑을 못하나 보다 라고 핀잔을 자주 들었었다.)


아버지, 저 잘 있어요.

올해는 청룡을 타고 종종 꿈에 놀러와 주세요.



아버지 자랑 ― 임길택(1952∼1997)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버지 자랑을 해보자 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 자랑이 무엇일까 하고
오늘에야 생각해보면서
그러나
탄 캐는 일이 자랑 같아 보이지는 않고
누가 먼저 나서나
몰래 친구들 눈치만 살폈다


그때
영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술 잡수신 다음 날
일 안 가려 떼쓰시다
어머니께 혼나는 일입니다

교실 안은 갑자기
웃음소리로 넘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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