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저 잘내요
어젯밤 진짜 오랜만에 뵌 아버지
몇 년만이던가
꿈 내용은 이미 기억 속에서 기화되어
한 줄기 바람으로 사라졌지만
그 환한 미소는 아직도 가슴에 살아있다
내가 아버지 아들이라는 증거 몇 가지
남대문 올리는 것을 가끔씩 잊어먹는다
성격이 유해서 남에게 싫은 말 잘 못한다
본능적으로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재주는 그리 없어도 끈기있고 성실하다
음식을 먹으면 꼭 한 개 남긴다
(어머니가 말하길, 아버지도 할머니께 음식 달랑 한 개 남긴다며
엄청 혼났고, 나도 어머니께 배울 걸 배워야지 그래서
씨도둑을 못하나 보다 라고 핀잔을 자주 들었었다.)
아버지, 저 잘 있어요.
올해는 청룡을 타고 종종 꿈에 놀러와 주세요.
아버지 자랑 ― 임길택(1952∼1997)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버지 자랑을 해보자 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 자랑이 무엇일까 하고
오늘에야 생각해보면서
그러나
탄 캐는 일이 자랑 같아 보이지는 않고
누가 먼저 나서나
몰래 친구들 눈치만 살폈다
그때
영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술 잡수신 다음 날
일 안 가려 떼쓰시다
어머니께 혼나는 일입니다
교실 안은 갑자기
웃음소리로 넘쳐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