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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an 21. 2024

도서관 풍경

- 나를 기다리는 책은 누굴까

오늘 점심은 쌀국수야 하며 마트에서 

숙주나물과 배추 알배기를 산다.


사실 잠시 전 난 도서관에 있었다.

볼 만한 책이 있어 얼른 달려갔지만

녀석은 이미 새로운 주인과 손 잡고 사라진 뒤였다.


이왕 온 거니 뭐라도 빌려갈까?


아니, 책에게 '뭐라도'라면서 하대해도 될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대출하는 건 사람이지만 책도 대출자를 선택한다.


3층, 책장 위아래로 수북히 놓여있는 눈 감고 사색중인 책들

누구는 풍채가 좋고, 어떤이는 갸름하며, 다른 이는 짜리몽땅 같으며,

어떤 친구는 갸냘프나 굳건하며, 다른 친구는 새침데기 같으나 속은 깊고......


저마다 매력과 향기를 품고 있는 책아무에게나 손을 내밀지 않는다.

대출증 냄새가 나면 슬그머니 눈을 뜨고 조용히 요리조리 그(녀)를 살핀다

자기와 케미가 맞는지 아닌지 세심하게 가늠한다.


오늘 난 책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가방이 가벼운지 내 마음이 허했지만

우악스럽게 당신의 팔을 억지로 당겨 퀘퀘한 가방 안에 내동댕이치고

약 2주간 내집에 병풍인양 친구들을 감금하고 싶지 않았다.


도서관을 나오니 눈이 내린다.

갑자기 따끈한 쌀국수 생각이 나서 근처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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