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무늬영원 Jan 22. 2024

꽃과 침묵

- 나의 침묵이 무지에서 깨달음으로 이어지길

나는 말수가 적다.

말이 왜이리도 어려운 걸까?

입밖으로 향해 힘차게 달려갈 말들이

뇌에서 입까지 이리저리 얽키고설켜

최초의 말들은

이미 진이 다 빠졌고, 다리가 후달리고,

눈빛은 흐리멍덩해졌고, 당을 채울 무언갈 원하고, 

많은 계획은 입의 문턱을 건너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곤 했다.


꽃은 침묵한 듯 보이나 그 고요 속에서 

하늘이 내려준 품성을 쉬 잊지 않고

사색을 하고, 자신을 단련하고, 행동으로 옮겨

바람 속에 자신의 향기를 담아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편다. 소리를 친다. 


그래 꽃을 닮아보자. 

이름없는 꽃들도 이리 열심히 침묵 속에 꽃망울을 떠뜨리는데.





꽃과 침묵                        정채봉 시인


제비 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

민들레 꽃을 부러워 하지도

닮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디 손톱만한 냉이 꽃이

함박꽃이 크다고 하여

기죽어서 

피어나지 않는 일이 있는가

싸리 꽃은 싸리꽃대로

모여서 피어 아름답고

산유화는 산유화대로

저만큼 

떨어져 피어 있어 아름답다

사람이 각자 품성대로

자기 능력을 피우며 사는 것

이것도 한 송이 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도서관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