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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Feb 18. 2024

단순 vs. 복잡

- 갑지가 춤을 배우고 싶어졌다

토요일 어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지난 겨울에 만나야 했는데 각자의 사정으로.


이 친구는 고향에서 아니 학교에서 만나지도 않은

나이가 꽤 들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서로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할리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르지 않는 월급부터 심상치 않는 건강까지

주거니 받거니 웃으며 맞장구치며 이야기가 산처럼 쌓이다가

그 산 너머 석양이 보이자 우리는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년에 비해 올해 시간이 훨씬 빨리 지나간다는 내 말에

그 친구가 답하길

생활이 너무 단순해서.. 집과 직장...직장과 집...

집에 와서도 별다른 일 없이 지내다보면 시간의 흐름이 후다닥 갈지도 모른다며


다음 번에 내가 친구집 근처에서 만나 식사하자고 카톡을 보낸 후 친구 말을 다시 곱씹어 본다.


나이가 들수록 생활은 단순해야 한다고 들었다.

내려놓을 거 내려놓고 들어올릴 거 들어올리는 그런 선택말이다.

안 되는 거, 허무맹랑한 거, 능력치를 벗어나는 거 그런 것들 과감히 내려놓고...


그래서 여러가지 가지치기 한 뒤에 


남 눈치보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거

예전에 생각한 거 미루다 미루다 가슴팍에 얹혀 눈길가는 거

완벽히 달성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실행하는 거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거


요런 것들 위주로 섬세히 골라내어 말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친구에게 말하는 순간 내가 시간에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 스스로 시간을 통제(관리)하고 있지 못하고 하다못해 적어도 시간과 밀당이라도 해야 하는데

좀 안일하게 하루를 그럭저럭 아니 꾸역꾸역 지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일상을 단순하게 만들고, 그 단순한 각각의 일상 속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내 삶을 기쁨으로 이끄는 여러갈래의 길이 있으면 좋겠다.

하나의 길로 드러설때 마다 다른 스텝과 몸동작으로 춤을 추면서 말이다.

그것을 '단순'의 대치점으로 '복잡'이라해도 좋을듯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밖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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