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오후 4시. 꿀꿀한 날씨가 계속되고 분위기도 다운되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민원인 앞에서는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
오후에 잠시 비가 온다고 해서 가끔씩 창문을 열고 손으로 만져지는 바람을 느끼며 물기가 많이 묻어나는지 살피곤 했다. 그런데 옆 창구에 있는 동기분이 민원인과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점차 표정이 안 좋다. 귀에 댄 전화기는 점점 내려가 어깨까지 내려갔고 내용은 모르지만 화가 난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렸다. 전화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그 동기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후 전화는 옆에 있는 팀장님이 대신 받는 것 같았고, 그 동기는 창가 뒤에 가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우리팀 동기에게 어서 가서 위로를 해 줬음하고 부탁을 했다. 우리 동기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그 동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그 팀은 그 문제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대충 말을 들어보니 민원인분이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업종이든 민원인을 대하는 직원분이라면 다 안다. 내 민원인 아니더라도 큰소리가 나면 마치 내가 민원인을 응대하는 것처럼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언성이 높아지고 욕을 먹는 그 모습을 보면 내 가슴도 쿵쾅쿵쾅 심장박동 소리가 급속히 올라간다. 그러고 나서 마음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그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어찌어찌하여 상처가 아문다 하더라도 생채기가 난 곳은 어쩌면 트라우마로 이름을 변경할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우리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이지만, 다들 집에서는 귀하디귀한 아들이고 딸인데 일부 민원인들은 우리가 국민의 봉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얕잡아보고 막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럴 때 당사자는 소위 ‘현타’가 오는 것이다.
악성민원인,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당신 가족이 아무런 잘못 없이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어떤 심정이고 당사자에게 어떤 말을 건넬 겁니까? 공무원에게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그 책임을 물으면 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규정대로 그리고 친절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자기가 원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억지를 부리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합니까?
물론 모든 분들이 이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진 않는다. 아주 가끔씩 그런 분이 오지만 임팩트가 워낙 크기에 주위에서 기억에 남고 그 당사자는 상처를 입어 본인의 업무에 대한 자세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공직생활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너무 부정적인가? 같은 식구라 공무원만 싸고 도는 것인가?
다음엔 내 소속은 아니지만 공무원 흉 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