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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Dec 13. 2023

사람의 마음이

온도와 움직임에 대하여

바위에 난 작은 틈. 그 사이로 스며들어간 물방울은 바위를 적신다. 하지만 겨울이 오자 얼어붙은 세상에서는, 작게 눈물짓던 그것이 흉기가 된다. 작은 물 방울이 몇 번만 얼어붙어도 바위는 부숴진다. 


사람의 마음이 바위보다 단단할까.




제가 좀 바위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감정변화가 적고 우직하게 보이나봅니다. 바위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나무가 되고싶거든요. 그러니 조금 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나무에게 물은 양분이자 친구이지만 바위의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부서지게 만드는, 피해야 하는 대상 No.1에 당당히 위치한 흉악범으로 변모합니다.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지금 부숴질 위기에 처해있어 세상을 위태롭게 바라보나봅니다. 거기까지 꿰뚫어보고 바위라 했다면 어쩔 수 없군요. 부끄럽다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세상으로 나와버립니다. 겸사겸사 뺨도 붉히면서요.


가끔 날 적시는 것들이 독인지 약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힘들다가도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귀찮거나 상쾌할 때도 있죠. 확실한 것. 다양성이란 이름의 꽃은 여름에 핍니다. 차디찬 한 겨울에는 다만 나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무릇 꽃이라는 아리따운 것들은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 때 물은 말 그대로 흉기가 됩니다. 미끄럽고, 날카롭고, 커지며, 차가워집니다. 그래서 전 물과 닿아있을 때 스스로를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칫 날 적시던 물이 추위와 만나 내 마음을 부수려 할까 두렵거든요.


힘이 들 때는 나를 더 소중히 대해줍시다.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도 좋고, 같이 있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도 좋겠습니다. 땀이 주르륵 흐를만큼 열심히 움직이는 것도,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이는 것도 모두 좋아요. 가만히만 있지 맙시다. 차갑게 정지되어 있을 때만큼 우리를 거세게 위협하는 것도 찾기 힘들거든요.


마음이 왜 심장에 있다고 했을까요. 가끔은 감상에 젖어 이런 비과학적인 얘기를 해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답니다. 따스히, 항상 움직이는. 온 몸에 온기를 공급하는 심장이라는 기관에 마음이 있다고 한 이유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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