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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Dec 18. 2023

다정함에 다가가기 위해

다정함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대학교를 비롯한 어떤 면접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요. 당황스러웠고, 그만큼 저에겐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오늘부터 다정함과 친해지기 위한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넘어진 나를 일으키기 위한 첫 과정으로 '정'에 대해 고찰해 보겠습니다. 


한국인의 정. 대한민국에선 익숙한 문장입니다. 타지에서 올라온 학생에게 마치 자식같이 잘해준다거나, 시장에서 가격 이상으로 듬뿍 덤을 주는 사장님들을 보며 우리는 아직 한국의 '정'이 죽지 않았다, 라고 얘기하게 됩니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타인을 잘 챙겨주고, 건강이나 안위를 걱정해 주며, 배려를 일삼는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라 칭하고는 하죠. 


이렇게 보면 정은 무언갈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무언가는 덤이나 필요한 것을 주는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겠고, 관심이나 의지할 어깨 등 정신적인 부분일 수도 있겠죠. 좌우지간 우리는 주는 행위에 익숙한 사람들을 다정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관점으로 다시 돌아와 본다면 다정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가장 포용력 있는 문장이지 않을까요. 


내게 관심을 주는 것 


관심은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도 사람은 너무나 많거든요. 관심이란,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입니다. 내가 상대의 인생에서 특별히 시간을 내고 의식을 집중할 만큼의 이목을 끌고 있어야만 받을 수 있죠. 


그러니 삶에서 받는 배려와 관심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러한 상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요. 사람에게는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 하는 기질이 있거든요. 호감을 느끼는 상대들의 공통점이 다정함이라는 사실. 필연을 넘어 당연한 사실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주의만 기울인다고 해서 알아차리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우린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알 수 있으니까요. 


최종적으로 다정한 사람은 이러한 인간을 일컫는 말이라 정의했습니다. 


내게 많은 것을 주는,
특히 관심과 배려를 주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분들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준 만큼 받아야 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기브앤테이크 정신이 많은 현대인의 삶에 모토가 되고 있습니다..만, 다정한 분들은 다르더군요. 


주는 것에는 너무 익숙해져 있으면서 도리어 받는 것에는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은 채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러는 어색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분도 봤구요. 그러한 갭에 놀랄 때도 있고, 감탄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나보다도 다정함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 어딘가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친절한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인데도 말입니다. 다정한 사람도 다정함을 받고 싶은 인간일 뿐인데 말이죠. 


다정의 평판을 지닌 사람을 보며 막연히 저렇게 살긴 힘들겠다고, 나랑은 다른 성격을 지닌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과 다정함에 대해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지네요.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으니까, 진심으로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가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다정함의 형태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다정함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했던 행동 중에도 다정함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네요. 다정함의 가치는 유지하되, 내가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하는 것이 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고찰의 과정을 담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연말 분위기라 그런지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일생일문의 질문 중 잘사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인상 깊었다는 사실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네요. 글을 쓰며 고찰과 사색을 통해 무언가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순간인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성문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깊게 사색하지 않은, 정이라는 중요한 키워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에 대한 반성을 여기에 남깁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서도요. 이제는 잘 표현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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