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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Nov 23. 2023

비어있음을 인식하기

무지를 앎으로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어릴 때의 꿈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의사였다가, 과학자였다가, 연구원이었다가, 뇌공학자였다가, 어느 시점에 없어졌었습니다. 다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만이 남을 뿐.


꿈은 없어지고 있는데 허장성세인지 욕망과 허세는 늘어만 갔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미뤄둔 채 흔히 사람들이 "우와" 해주는 그런 것들이요. 동아리, 대외활동, 다양한 경험은 제겐 트로피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제 나이대에 저만한 경험을 한 사람은 정말이지 흔치 않았거든요. 지금도 자랑스럽게는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성취의 근원에는 무언가, 비어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군대에서요.


아시겠지만 복무 중에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넘쳐납니다. 그 시간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꼬여있던 제 생각과 인생을 소화하는, 생애 처음 찾아온 비어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강제적으로 주어졌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상황은 닥쳐오니 활용하는 건 제 나름이지 않을까요. 그 시간으로 저는 제 마음에 공실이 많음을 보았고,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봤는데 인정하고 말 것도 없지요. 직시하는 건 꽤나 아팠지만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그 문장이죠.

"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 "

저도 참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오직 무지를 인정함으로써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수천 년 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철학자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첫 도약은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 안에 비어있는 공간이, 결핍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요. 스스로 완벽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조금은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한결 편해지고 방향은 명확해졌습니다. 나를 조금 더 알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 어딘지 명확하게 하고 싶었죠. 그래야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제야 저는 다양한 경험과 인간관계속 나를 부검하기 시작했습니다. 몰랐던 내 모습을 마주하고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헤쳐나가기 시작한지 고작 2년차입니다. 




이 2년간 스스로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진작 알아야 했다는걸 말이죠. 이 결핍들을, 내 속의 공실이 없다고 세뇌할게 아니라 똑바로 마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공실]로서의 첫 글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것이 모든 성장과 인생을 나아가는 단 한 가지의 열쇠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공실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넌 비어있지 않아" 라고 다그치지 말고 비어있는 그 방에 들어가서 얼마나 휑한 곳인지, 그곳은 어떤 장소인지 느끼고 그것이 내 안에 있음을 충분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은 공실을 인정하셨습니다. 그건 말이죠.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여행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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