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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Nov 27. 2023

노래에 울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사무치는 오늘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노래 하나에 울고, 또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아주 생소한 감정과 경험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글을, 쓰게됩니다. 


여러분은 노래에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나요? 갑자기 어떤 곡을 듣고 눈물이 나온다던가, 지나간 일들이 문득 떠오르며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어린 날은 노래와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소재들을 직접 경험하는 나날인가봅니다. 나는 겪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상황과 감정에 실제로 쳐해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한편으로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실이 썩 기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힘들고 슬프고, 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버스에서 가수 최유리님의 곡인 <숲> 이라는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습니다. 정말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제가 본 드라마는 손에 꼽는데, 드라마도 잘 안보는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속으로 이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 감정은 계속 울렁였고, 제 안구는 계속해서 안개가 끼듯 뿌얘졌습니다. 그 때는 그냥 멜로디가 좋고 가사가 좋아서, 그리고 그게 감정을 울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듣다 보니 가사도 묘한 부분이 있었고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이 곡을 좋아하게 되어버렸죠. 




요즘 다이어리를 수기로 쓰기 시작했거든요. 항상 패드와 노트북으로만 작업하니 손으로 무언갈 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글씨도 쓸겸, 가사에 대해 이해도 높일겸, 가사를 필사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꽤나 낭만적인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최근에 한 일 중에서는요. 


<숲>은 너무 아픈 노래였어요. 절절하게 구애하고 애원하는, 그런데 담담해서 무심코 이렇게나 절실하게 내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그게 너무나도 슬픈 가사였습니다. 그리고 가사를 모두 필사하고, 수십번 듣고, 어느정도 저만의 해석이 생기니 그제서야 제가 왜 그렇게 울고 위로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왜냐면, 그게 마치 제 이별 얘기 같았거든요. 하하, 남들 모두 하는 이별인데 뭐가 대수겠습니까. 그런데도 계속 생각나는걸 부정할 방법은.. 제게는 없었습니다. 아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정도였으니까요. 




이 노래 덕분에 제가 인정하지 못했던, 혹은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과 나의 감정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퍼즐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곡에서 아픔을 딛고서 내가 원하는 <숲>이 되기 위해 나아간다는 감상을 느꼈습니다. 그게 최근 저의 입장과 상당히 비슷하고 또 비슷하게 아파했거든요. 이 노래가 정말이지 저와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디선가 숨겨진 쌍둥이 일란성동생이 나왔는데, 그게 또 이상하게 위로가 되고 싫지 않은 이 느낌. 제가 무슨 말을 하는걸까요. 하하


제가 이렇게 아파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열렬히 사랑했다는 증거이자 사랑할 수 있다는 근거겠죠. 지난 시간조차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원히 사모하겠죠. 하지만 분명히 지나간 과거임이 느껴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있고, 지나간 순간들을 만질 수 있었고, 미쳐 잡지 못한 평행우주를 보았습니다만, 그 어디에도 우리가 끝까지 행복할 수 있는 미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와서 고개를 삼만번 꺾는데도 글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타노스보다 더 어려운 상대니까요.


머지 않은 훗 날, 이렇게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나조차 사랑스럽게 바라볼 내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에 노력하는 내가 좋습니다. 편법에 찌들었지만 가끔 정공법으로 인생을 마주하는 내가 싫지 않습니다. 아파하고 있는 이 순간이 제가 사랑했음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 상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하는건, 아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노래 하나에 이토록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사무치는 밤입니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이르러 제 심장이 움직이고 과거가 재구성되며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사무치게 감사하는 지금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노래로 위로받으셨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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