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by 이동건

그림을 보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되었던 하루

강아지를 보고 무서워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진 하루

툭툭 털고 웃고

그러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어서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날


일기예보를 보고 챙긴 줄 알았던 우산이 없는 가방

어쩐지 가벼웠다고 생각해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현관에 걸쳤던

눅눅히 젖어가는 운동화를

그 안의 양말까지 스며든 어떤 물방울이

몇 겹으로 싸맨 발까지 기어코 닿는 날씨가

마음에도 우산이 필요했던 날


먹먹해지는 귀를 붙잡고 잠에서 깨

가슴을 괜히 두드리며 물을 찾다가 쏟아버렸다

어떤 날은 시작부터 곰팡이 냄새를 맡기도 하고

찌뿌둥한 몸을 쭉쭉 피며 일어나다가 모서리에 찧기도 한다

심장보다 약간 오른쪽 그리고 약간 안쪽으로

무언가 떼구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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