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쓰러진 시퍼런 봄을 위하여

청춘

by 이동건

도망쳤고

그곳은 여름이었다


억센 풀이 팔뚝을 스쳤고

와락 쥔 손에는 한철 화사한 꽃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늦은 후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딸꾹질은 멈추지 않았고

조용히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언젠가의 눈이 마주쳤던 달빛

크고 둥그렇게도 서로를 비추던

질문은 너에게도 차올랐을 것이다

그것을 너의 분화구로 알았기에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것 외에는

그 밤을 기억할 방도가 없었다


이루어야 할 것이 있을까

바스러지기 전에도 고개를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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