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by 이동건


색종이를 접는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서. 10번, 100번을 세는 건 의미가 없다. 수를 생각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 수 있어. 우리는 아프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다.




똑같은 동작, 정직한 세월. 정확한 위치의 굳은살과 그에 상응하는 어깨 통증. 굽어버린 허리와 목은 우리의 자랑이다. 숙련공들은 생긴 모습만 봐도 서로를 알아본다. 그것은 사고와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인지가 아닌, 땀냄새로 느껴지는 본능같은 부류의 것이다.




나의 옆자리를 23년, 아니 젠장, 숫자는 생각지 않기로 했는데. 동료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그녀를 닮아 귀여운 딸이 좋아하는 음식, 가지고 싶은 옷,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줄줄이 읊어대는 동료, 아름다운 심성의 그. 겨울 새벽 공기가 내 목을 감싸고 머리를 살랑일 때, 입술부터 시작해 폐의 저 끝까지 따스히 데운 연기를 가능한 다정하게 뱉는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다. 분명히 땅을 딛고 서 있는 두 다리에서,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눈을 부릅 뜨고 종아리에 힘을 꽉 주는. 그런 나의 표정을 훑으며 흘러가는 새벽.




마음으로 내지르는 말에도 크기가 있나.


크게 생각하면 시끄러울까.




색종이를 접는다. 안전수칙을 준수한다. 숫자를 세지 말 것. 위험에 빠질 수 있음.




아주 쉬운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매년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이들에게 사회는 편하게 손가락을 들이댄다. 정해진 규칙이 있고,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하지 못해서 다친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는 치료비도 줄 수 없다며 가혹하게.




창문 옆 자리에서 일하던 동료. 오전과 오후와 퇴근 직전의 음영으로 인해 그는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다르게 보였다. 아내가 늙고 딸아이가 크고 그가 병들었을 때에도 그정도로 다르게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창문 옆에 있다. 시간이 온도로 느껴지는 자리였구나. 너는 지독하게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지. 누구보다 열심히. 그러나 결말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심성의 네가 누구도 받으려 하지 않던 그 자리를 차지했을 때부터.




색종이로 작은 동정을 떠올리리. 해가 지면 작은 불을 피워 올리리.


우리의 손에 굳은살보다 그렇지 않은 살이 훨씬 더 많았음을 기억하고


몸을 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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