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 않아도 되는 곳

by 이동건

밖에서 비추는 거울들

정면에 걸린 시선


소년은

틈만 나면 달려

농구장으로 향했다

적막을 깨는 첫사람

새벽마다,

밥을 거르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피로가 없는 곳으로


활자 속에서 낡아가면서도

공을 잡아 튕기고 튕겼던

온전함을 닮은 공간


흐르는 말들에 무게를 두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웃지 못했을 테고

집이 아니었다면

고개를 들지 못했을 테니

집이 없었다면

전시될 운명이었을 것이다


소년은

그곳에서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나무는

자라고야 만다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보여낼 필요가 없어지면

집은 필요없다

나무는 숲에서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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