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오해가 풀어지던 할아버지의 모습
서른 즈음의 봄날이었다.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 내려갔던 어느 날.
벚꽃이 만발한 그날, 나는 무심히 동네를 산책하다가
한적한 종교단체 근처의 꽃길을 발견했다.
각종 과실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길이었다.
꽃잎은 바람에 살랑이고, 햇살은 부드러웠다.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나는 사촌동생을 데려와 사진을 찍었고,
곧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모시고 다시 그 길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평생 그곳을 이상한 곳이라며 꺼리시던 분이었는데
그날 벚꽃 사이를 걷는 그의 얼굴엔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여기가 이렇게 좋은 곳인지, 70 평생 처음 알았네.”
그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 있다.
꽃잎 사이에서 웃으시던 그 표정은
내 기억 속 봄의 가장 따뜻한 장면이다.
이제 할아버지는 하늘에 계시고,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어릴 적 두 분과 함께한 기억은 언제나 따뜻하게 남아 있고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내게 유난히 특별한 존재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벚꽃이 피는 날이면
그 봄날의 꽃길과
그 위에서 웃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순간은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만개한 채로 피어 있다.
이번 주엔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 인사드리러 내려간다.
작은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비 오고 나면 복사꽃 다 떨어질 거야” 하신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언제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던
내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립고 설렌다.
‘사랑하는 할머니...’라는 글을 쓰기만 해도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다녀와서,
할머니를 주제로 글을 한 편 써서
꼭 다시 브런치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