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녹색허파, 도심공원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키워야

by evan shim

도시도 생명체다, 녹색 허파를 가졌다


한 도시의 문화 척도를 가름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도시가 갖고 있는 박물관의 숫자라고 하며, 또 다른 사림들은 공원 면적이라고 한다. 혹은 도서관의 숫자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면 나는 공원을 택하겠다. 인간의 안락 추구권에 바탕을 둔 도시의 문화적 성숙도는 그가 가지고 있는 공원의 넓이에 정비례한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선진 대도시를 가 보면 우리가 부러운 또 하나의 것이 있는데, 바로 공원이다. 뉴욕의 센추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등 거의 모든 선진국 도시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시공원이 예외 없이 존재한다. 밴쿠버에도 해상을 따라 이어진 공원은 한번 돌아보기 위해 들어가면 여러 시간을 보내야 돌아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큰 공원이다


나는 근래에 해외에 갈 일이 있으면 의례 그 도시의 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또는 자연발생적으로 된 긴 강변을 걷는 것은 정신의 힐링이 될 정도로 즐기는 편이다. 실제로 대도시 인근의 강변은 거의 공원과 유사하게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렇게 넓고 긴 광대한 수변 공원이 자연적으로 주어졌다. 그럼 대체 공원은 어느 정도로 큰가? 센트럴파크 공원을 보자. 대충 걸어서는 공원의 일부분밖에 볼 수가 없다. 섣불리 한번 구경을 나서면 한두 시간 안에 쉽사리 돌아올 수가 없을 정도이다



뉴욕 맨해튼 지도를 보면 업타운 쪽 한가운데 마치 자로 그온 듯한 사각형의 큰 푸른 공간이 뻥 뚫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센추럴 파크이다. 남북으로는 59가에서 110가 까지 이고, 동서로는 5 애비뉴에서 센추럴 파크 웨스트 지역까지 직사각형의 공원인데, 연면적이 3.4 평방키로이다.


센추럴 파크는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의외로 많다. 뉴욕 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과 4-5개의 소규모 박물관이 근처에 밀집해 있다. 하이드파크에도 공원을 마주한 변에 제법 많은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공원 설립 과정과 직접 연관된 소규모의 전시 박물관은 있다. 이처럼 박물관은 공원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상호 공존을 한다.


최근에 미군이 사용하던 대규모 용산공원에 정부 각 부처에서 서로서로 박물관을 짓는다고 공원 땅에 눈독을 들인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내가 언제나 주장하는 이론이 있다. 공원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나무와 풀, 물과 돌 정도만 있으면 된다. 박물관은 주변 다른 곳에 세우라고 제발 말하고 싶다. 기본 공원 용도에 철저히 충실하면 그게 가장 좋은 공원이다.


가끔 공원의 본질적 용도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원은 개인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곳이고,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 (바람, 나무 잎 스치는 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또는 아이들 소리) 만이 들려야 최상의 조건이다. 그런데 조금은 인위적인 소리도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집단을 이루어 시위, 퍼레이드로 세를 과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나는 반은 이해가 되나 반은 좀 이해가 어렵다. 공원의 원래 주어진 최적 용도에서 조금 다른 용도로 변용되는 것이다.



센트럴파크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의 숲, 크고 지은 연못과 떠 다니는 오리 떼, 군데군데 펼쳐진 잔디 동산.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으로 뒤 덥힌 정원 등을 만나게 된다. 86번가에서 97번가까지 뻗어 있는 엄청나게 큰 중앙 저수지 도 있다. 물밑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으며 주위는 철망으로 둘러쳐 있어, 그 주위를 사람들이 조깅을 하는 트랙으로 이용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센추럴 파크는 언제나 갖가지 운동하는 인파로 붐빈다. 보통 뛰거나 천천히 산보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맹렬하게 뛰는 부류이다. 유심히 보면 조깅하는 여성들은 딱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고 이어폰 음악을 듣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내가 보기에 조깅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운 체형을 가진 사람이 대다수이다. 정작 조깅이 필요한 사람은 적고 운동을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더 많구나 하는 쓸데없는 망상을 한다. 그들은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조깅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들은 왜 이렇게 뛰기만 하느냐?” 그들이 하는 말 “걸으면 너무 오래 걸려서”라고 대답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따뜻한 봄철이 시작되면 공원 안은 조깅, 사이클링' 스케이팅, 보트 타기, 말타기, 연날리기 혹은 산보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들은 야생동물관 흑은 미술관 견학을 위해 선생님과 함께 오는데, 이곳 견학관 입구 쪽은 언제나 어린 손님들로 만원이다.

문화적인 행사로 연중 수차례 공원에서 벌어지는 음악 콘서트와 각종 퍼포먼스는 시민들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 볼만한 공연으로는 뉴욕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거행되는데, 수준 높은 퍼포먼스로 정평이 났고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한국의 대도시는 녹지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아주 열악한 현실이다. 21세기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인간의 삶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를 부수고 새로 공원을 만들 수는 없지만 녹색공간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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