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숙소를 편력했다)
중앙아시아 2개국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가는 총여정이 7박 9일이다. 여정 전체 거리는 약 1300Km 인 완전 자유여행이다. 자유여행이고 배낭을 맨 트래킹 조건이어서 비싼 숙소대신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숙소를 예약하는 작업이 그리 뚝딱 되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식사가 제공되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다행히 현지숙소와 SNS 연락이 가능한 곳이 많았다.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고 참고하였다. 현지 숙소 비용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여정에 사용한 숙소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유르트, 호스텔, 도미토리. 호텔. 아파트, 민가 등을 섭렵하게 되었다.
첫날 알마티 공항에서 저녁에 예약된 호스텔을 찾아갔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아담한 방에는 침대 3개와 화장실, 샤워실 그리고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근처 편의점이 있어 거기서 다음날 아침 요깃거리를 준비했고 아침은 간단히 조리하여 먹었다. 나오며 보니 세탁장도 있고 다른 부대시설도 있었다.
둘째 날은 차른계곡과 콜사이 호수를 보는 일정이다. 조금 일찍 현지 예약된 Saty마을의 숙소를 찾아갔다. 티엔산(天山) 산맥 자락에 위치한 산악 마을로 기온이 선선하였다. 그런데 이틀간 대절한 RV 차량 운전자가 숙소를 잘못 찾아 혼란이 생겼다. 예약된 숙소는 원래 가정식 민박집이었다. 약 20km 거리를 더 가야 하는 거리였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자고 주장했는데 운전자는 너무 멀다고 가기가 싫은 모양이었다. 민박집주인에게 취소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제 사티마을에서 다른 숙소를 뒤져야 했다. 숙소는 인터넷 검색하여 간신히 숙소를 잡았다. 이제 막 오픈한 방갈로형 고급 호텔급 숙소였다. 아직 숙소 간판도 채 못 달고 있던 곳이다. 막 오픈한 호텔이라 내부는 아주 깨끗했다. 물론 비용은 원래 숙소보다 비쌌지만 크게 비싸지는 않았다. 저녁 식사는 호텔 식당에서 했다. 어쨌든 이번 여정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숙소가 되었다. 대신 민박의 기회는 사라졌다.
다음날은 카인디호수를 보고 국경을 넘어 카라콜로 넘어왔다.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의 전진기지격이다. 호스텔은 독립된 별실로 된 숙소였다. 마당에 여러 과실수가 있었고 많은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층 침대로 만들어진 남녀 혼숙의 4명 숙소이다. 그날은 찾아오는 여행객이 없어서 넓게 두 방을 우리가 사용했다. 방안에 둥근 모양의 커다란 페치가가 설치되어 있었다. 겨울용이다. 점심식사는 시내에서 해결을 했다. 맥주를 한잔 하려고 했으나 맥주는 팔지 않았다.
알고 보니 중앙아시아는 무슬림 할랄식당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술을 판매하지 않았다. 호스텔은 옆에 일반 호텔도 겸하고 있어 아침에는 식당을 열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잘 차려진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식사비용을 지불하려 했으나 게스트에게 조식이 무료라 하였다. 원떡이냐 하고 다들 즐거워하였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호텔 게스트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다 지난 것이다.
그 다음 날 카라콜 카라콜 베이스캠프로 가는 산중으로 들어갔다. 숙소로는 유목민 유르트(yurt)를 예약해 두었다. 교통편은 일반 차량이 아닌 특수차량을 대절했다. 러시아 군용 트럭인 UAZ를 빌린 것이다. 일반차량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다. 특수차량은 약 2시간 이상을 비포장도로, 험난한 돌길, 강물을 뚫고 가야 나오는 숙소이다. 이 유르트 숙소를 예약한 사정은 우연이었다. 어떤 트래킹 다녀온 여행객이 쓴 글을 읽었다.
사진을 보니 그 유르트 숙소 주위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이곳을 잘 아는 현지 사람에게 이 유르트 사진을 보내주고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가 예약을 해주었던 것이다. 과거 몽골을 여행할 때 사용한 게르(ger)와 거의 흡사한 형태였다. 내부 시설은 다소 미흡했다. 침대가 없고 대신 바닥에 목재판으로 바닥이 되어있다. 8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숙소이다. 2500M 고지라서 여름이지만 잠잘 때는 목재용 페치카에 불을 피워야 했다. 또한 두꺼운 동계용 침낭이 제공되었다. 나는 긴 속옷을 입고 잤다.
이곳은 카라콜 베이스 캠프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시로타(Sirota) 유르트 캠프와 알틴 아랴샨으로 트래킹을 가는 백패커의 숙소로 주로 이용된다. 유르트 숙소 이용요금은 2식이 포함되었다. 제공된 식사는 맛있고 푸짐하게 준비되었다. 주변경관은 정말 아름답다. 천산산막의 가문비(spruce) 나무가 아름답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는 이곳과 파미르 분지에만 자생하는 멋진 나무 군락지이다. 여기서는 전기가 밤에만 제공된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중앙아시아의 보통 유르트에서는 빵과 차는 기본으로 제공이 된다.
다음에 간 곳은 촐폰 아타라고 하는 이식쿨호수 관광지 지역이다. 호수는 제주도 4배 면적인 바다와 같이 넓다. 여기서도 호스텔을 이용했다. 깨끗하고 잘 정리된 편이다. 일 이층 모두가 숙소로 되어 있었다. 이층에서 보면 끝없는 호수가 펼쳐졌다. 저녁은 시내 식당에서 했고 아침 식사는 이곳 호스텔 식당에 예약을 했더니 달걀 프라이가 나온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다. 치즈도 푸짐하게 나왔다. 비용대비 모든 것이 만족했다. 간 김에 온천이 유명하다 하여 노천 온천욕장을 방문했다.
다음은 수도인 비슈케크에 갔다. 숙소는 아파트였다. 7층 방 전체를 우리에게 빌려준 것이다. 생활하는 시설을 그대로 이용했다. 임대용으로 설비되었고 임대자와는 SNS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저렴한 숙소지만 아파트 방은 깨끗하게 내부가 되어 있었다. 가르쳐준 근처 대형 슈퍼에서 식품을 구입하여 식사를 해 먹었다. 이 아파트는 약 12층 건물인데 러시아식의 행태를 갖추었다.
아마도 건물 구조는 내진설계를 해서 그런지 X형 내부골조로 되었고 앞마당에는 지하 방공호가 설비되어 있었다. 냉전시절 오래된 구소련 아파트에서 과거에 주로 보던 스타일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아주 소형이고 각 방의 열쇠를 넣고 잠그는 기계식 세이프티 박스가 벽면에 설비되어 있었다. 모든 출입문 비번을 알려주어 그대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처럼.
마지막 숙소는 다시 국경을 넘어 알마티이다. 첫날 묵은 알마티 숙소 매니저에게 하룻밤 숙소를 원한다고 연락을 했더니 알았단다. 근데 상호 착오가 있었다. 첫날 묵은 그 방을 예약했는데 공동 도미토리를 배정했단다. 가보니 12명이 쓰는 2층 침대 공동 숙소였다. 고민하다가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친절하게 매니저가 안내해 주는 곳으로 갔더니 무지 큰 청소년 공용호텔 숙소였다. 4층이었다.
명칭이 아카데믹 아파트였다.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빌려주는 저렴한 숙소였다. 방은 그런대로 침대 4개가 있고 옷장 등 기본 시설만 있었다. 에어컨 시설은 없어 문을 열고 자다가 새벽에 닫았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옆방과 함께 쓰게 되어 있었다. 다들 좋다고 해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사시설이 있었지만 우리는 사용하지 않았다.
하다 보니 이리 다양한 중앙아시아권 숙소를 이용해 보았다. 조금 질이 떨어진 숙소도 있었지만 배낭을 짊어진 백패커로서 그런대로 잘 쉬고 왔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스스로 고생을 찾아서 나선 것 아닌가. 집 나서면 불편은 응당 생기는 과정이다. 나중에 회상해 보면 더 추억이 깃든 여행은 이런 작은 고생과 함께하는 과정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