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건들지 마라)
지난번에 몽골을 다녀와서 사막의 모래에 관한 글을 썼다. 바다의 모래와 사막의 모래는 얼핏 보기에 다름이 없다. 그러나 형질과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는 내용이다. ‘사막과 모래이야기’ (https://brunch.co.kr/@1724547d13404eb/118)이다. 이번에는 중앙아시아에서 만년설을 보고 생각이 미친 물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근래 중앙아시아 2개국을 다녀왔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볼 수 있는 티엔샨(天山) 산맥은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들어있다. 책이나 사진에서 보는 고산의 만년설은 단지 주어진 자연현상으로 산의 높이로만 존재가 부각되었었다. 단편적인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접 가까이서 실체를 보고 나니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한여름 도심에서 쳐다보는 먼발치의 산 꼭대기 만년설이 처음에는 다소 기괴하게 여겨졌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이번에 큰 산의 곁을 지나며 작은 개천에서 콸콸 쏟아져 흐르는 물줄기를 보았다. 이 지역 물의 색깔은 대부분 맑은 것이 아니고 회색이다. 근처에 석회석이 포함된 토양의 산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한 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였다. 내가 머물던 카라콜 호스텔 숙소에까지 그 물이 강하게 통과되었다. 평균적으로 도심을 흐르는 물은 다른 도시에서는 유유히 흐른다. 그런데 티엔샨산맥 지역은 아주 빨리 흐른다. 특히 하계절에 강해진다. 유속이 지금까지 보았던 다른 나라 하천의 속도와 아주 달랐다.
자연의 혜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신의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수자원의 제공 여부이다. 그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 아주 광범위하고 심오한 영향이 주어진다.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필수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모든 생명체를 유지하는 수원지 역할이 된다. 반대의 경우를 말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과거 어떤 아프리카 출신 항공기 기장이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아프리카에 물이 없어지니 풀과 수목이 없어지고, 짐승도 없어지고, 결국에는 사람마저 소멸해 가는 과정이라며 심각하게 말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 존재했고 융성했던 문명 자체까지도 소멸이 된다.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의 티엔샨 산맥 지역에서 나온 눈 녹은 물은 여러 나라를 거쳐 최종적으로 시르다리야강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아랄해로 흘러드는 주요 강들의 발원지가 된다. 고산 지역에서 흐르는 물이 만드는 긍정효과를 조금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 고산지대의 만년설과 빙하는 얼어붙은 형태로 거대한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천연 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이 얼음이 녹아내려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한다. 이는 비가 내리는 시기에만 물을 흐르는 일반적인 높이의 산악 강수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고산 수원지가 없다면 반건조한 중앙아시아 지역은 생존하기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고산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주변 지역의 미세기후(Microclimate)를 형성하고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치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해양에서 나오는 미세기후는 그곳 포도재배의 훌륭한 산지가 되는 역할과 동일하다.
건조한 지역에서 물의 효과로는 공기 중 습도를 높여 사막화를 억제하고 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흐르는 물은 주변의 열을 흡수하여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더운 계절에 인근 지역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고 알려졌다. 그 외에 식물과 동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며, 고유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끝으로, 해당 지역의 농업은 고산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크게 의존한다. 만년설과 빙하가 녹은 물은 드넓은 평야 지역에 펼쳐진 농업을 가능하게 해 준다. 목화, 밀, 과일 등 다양한 작물 재배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여 농업에 효자 노릇을 한다.
결론적으로, 고산지대의 만년설과 빙하는 단순히 높은 곳에 존재하는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핵심적인 생명줄이다. 그 엄청난 물줄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유지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 문명은 바로 여기서 유인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만년설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현재, 이 고산 수원지를 보존하고 현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교훈으로 보아야 한다.
나온 김에 이 물이 흐르는 지역 예를 들어보자. 다 말라버린 아랄해 사진을 본다. 원래 호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바다로 이해했다. 비극의 바다, 아랄해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구소련이 저지른 실책 2가지(체르노빌 사고, 아랄해유입 댐 설치) 중 하나의 결과이다. 아랄해는 구소련 당국이 아랄해로 유입되는 시르다리야강을 막고 댐을 만든 것이 비극의 시초였다. 우즈베키스탄에 목화농업을 장려한다는 목적이었다. 지금은 거의 꽝이 되었다. 역사의 교훈이 될 것이다.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4대강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넓은 호수가 없어지니 주변의 기후환경도 극적으로 변했다. 바로 사막화가 이루어진다. 사막화는 모든 것이 소멸되는 마지막 단계로 이어진다.
비슷한 예가 자꾸 떠오른다. 성경에 인용된 요한이 세례를 펼치던 요르단강도 이제 어린아이가 건널 정도의 실개천이 되었다. 서부영화에서 많이 본 미국 남부의 한때 큰 강이라는 리오 그란데 (그 의미는 큰 강이다) 강이 이제는 거의 다 말라붙을 정도가 되었다.
티엔샨(천산)산맥 만년설에 대한 우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유엔 기후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티엔샨산맥의 만년설은 지금의 절반이 된다는 것이다. 알프스도 그 범주에 든다. 그 풍부한 만년설이 절반이 되면 모든 지역환경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a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