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이 짊어진 배낭 무게)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동료들과 트래킹을 해 보았다. 처음 해보는 유사 트레킹 수준으로 본다. 나는 국내에서도 자주 산에 오르거나 둘레길을 도는 등반에 참여할 기회도 별로 많지 않았다.
명색이 고산지대라 지고 가는 배낭의 준비 패턴부터 우리와 그들은 조금 차이가 났다. 먼저 그들은 주로 젊고 단단히 준비를 한 백패커 그룹이다. 가장 먼저 그들이 무장한 륙색에서부터 외관상 차이가 난다. 우선 배낭의 크기가 우람하게 보인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배낭 밑단에 롤 매트를 묶어두었다. 여차하면 야영을 한다는 의미로 보였다. 내가 짊어진 배낭의 크기가 50+α 용량인데 반해 그들이 짊어진 배낭은 보기에도 나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배낭 윗단까지 잔뜩 부풀어 올라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 내 배낭의 무게를 계량해 보니 약 10.5Kg였다. 현지에서 물과 간단한 비상식을 조금 넣었으니 아마 몇 kg가 더 나갔을 것이다. 13kg 정도 되었을 듯하다. 이 무게는 근래에 내가 짊어진 배낭 무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배낭 무게였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군에서 행군을 하는 기본 배낭 무게 이야기를 자주 한다. 군에서 완전 군장 무게를 말할 때 25kg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내가 짊어진 배낭 무게 13kg 도 그리 가볍지 않았다. 그것도 일부 구간에서만 배낭을 짊어진 행군이었고 계속 그렇게 배낭을 지고 트레킹을 하지는 않았다.
시로타 유르트 켐프촌(3000)까지 가는 고지를 올라갈 때는 간단한 비상 용품만 준비한 체 트래킹을 했다. 도중에 만난 거의 대부분 트래커들은 적어도 25kg나 그보다 엄청 무겁게 보이는 배낭을 짊어진 채로 힘든 산행을 하는 것이었다. 통상 백패커는 산에서 조우하면 간단한 상호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얼마나 힘들면 아예 말도 하기 싫다는 트레킹족도 일부 있었다. 그의 등에는 산더미 같은 배낭이 실려 있었다. 그는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얼마나 힘들면 인사말도 할 힘이 없어 저러나 하고 이해되었다.
돌아오는 백패커에게 코스가 얼마 남았느냐 또는 코스가 어떤가를 물어보았다. 마지막 코스는 steep(가파른) 하다고 손으로 기울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이른 아침을 먹고 7시 조금 넘어서 베이스 캠프촌을 출발하여 시로타 유르트 캠프촌에 도착을 한 시간은 오전 10시 반이었다. 거기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쉼터이고 잠을 자는 숙박지였다. 스마트폰 고도계는 약 3000을 가르쳤다.
무엇보다 이 캠프 산장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높은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맑고 식용이 가능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살았다 하며 쉬어 가는 곳이 되는 환경이다. 출발지인 카라콜 국립공원 입구에서 걸어서 출발한 순례객들은 도중 이곳에서 하룻밤 숙박할 유르트도 여러 개 설비되어 있었다. 그곳은 무엇보다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이 있었다. 와이파이도 된다. 맥주도 판다. 물이 있으니 거기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더 무리를 하는 등산객이라면 아예 아라콜 호수까지 가서 그곳에서 야영을 하기도 한다. 거리상으로 보면 약 2.5Km인데 소요 시간은 현지 캠프 관리자 말로 약 2시간 걸린다고 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참고한 동영상을 보니 호수까지의 길은 상당히 험난한 길이었다. 거기에 고산지역이라는 고산병 증상도 고려해야 했다. 우리도 준비했던 고산병약을 2800 고지에서 미리 잘라먹었다. 우리는 거기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간단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많은 백패커들은 시로타 캠프에서 알라콜 호수(3500)로 계속 가는데 강을 건너고 알라쿨패스를 거쳐 엘자하우스로 쭉 가는 일정이다. 일부 사람들은 일단 알라콜 호수까지만 보고 다시 돌아 내려가는 코스를 취하기도 한다. 여름철이라 무리하면 하루에 가능할 듯하였다. 사진에서 본 알라콜 호수는 고산 호수인데 호수가 넓고 또한 물 색갈이 진한 코발트 색상이라 한 번 보면 또렷이 기억이 되는 곳이다. 이번에 거기까지 못 가고 유르트 캠프촌만 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와야 했다.
거기서 체구도 크지 않은 한 동양여성이 혼자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산을 하는 길에 바로 우리 벤치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배낭이 내 것보다 훨씬 큰 부피였다. 아마 그녀도 혼자서 엘자하우스 같은 산장에서 숙박을 하고 내려오는 것 이려니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인데 핸드폰 전화가 가능했다. 바로 곁에 있어서 그녀가 전화에 대고 말하는 내용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려간 후에 들릴 다음 숙박지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능통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싱가포르이나 대만 출신 백패커로 보였다.
최근에 우연히 집 사람이 보고 있는 EBS 기획물을 함께 보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사제로 봉직하던 한 신부가 직접 참여한 기획 테마 기행물이다. 7일간 25kg 배낭을 메고 알프스 샤모니 트레킹을 가는 일정이었다. 거의 30년도 훨씬 전에 스위스 샤모니를 한 겨울에 가 본 적이 있는 나는 우선 흥미가 나서 그 4회 프로 중 2회를 보게 되었다. 전혀 다른 미션을 수행하던 사제로서 쉽지 않은 시도를 한 것 같다. 알프스 트레킹 길은 구릉이 많아 중앙아시아 티엔샨 산맥 주위보다 완만한 길로 보였다.
내가 짊어 맨 배낭 내용물은 고도가 올라가며 추울 때를 대비한 옷가지가 주로 들어 있었다. 우리의 경우는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비박(Biwak)이나 야영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야영하는 백패커들과는 숙소 계획부터 달랐다. 우리는 카라콜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도심에서 산악용 특수차량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고지까지 올라갔다. 이곳 산악 지형도 잘 모르고 일행 중 한 분이 자전거를 타다 다쳐 사고후유증의 회복 단계에 있었다.
반대로,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준비된 트래커들의 대형 배낭은 야생 트래킹을 위한 필수 장비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짊어진 장비 목록을 추측해 본다. 텐트, 롤 매트, 슬리핑백, 버너와 코펠 등의 조리장비, 식량과 물 그리고 보온의류, 우비와 랜턴 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이 중에서 보온의류와 우비만 준비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배낭의 무게는 최소 23-28kg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중복되는 공동장비를 분담하고 소량, 경량장비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나는 금년에 제대로 못한 트레킹을 내년에 다시 한번 도전하려 한다. 무거운 배낭은 편의를 위해 외부의 조력을 받는 방식도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현지에서 무거운 배낭을 말로 셀파처럼 운송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다. 산을 올라가면서 보니 말 한 마리에 여러 배낭을 묶어서 운송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이런 방식으로 배낭 운송에 도움을 주는 셀파 시스템이라 여겨진다.
사람들은 왜 이리 힘든 과정을 하려 할까. 소위 runners high를 체험하는 것일까. 존재 증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