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러를 위한 필수 아이템)
근래에 변화된 소소한 일상사를 주제로 글을 써 본다.
사무실을 갈 때 오래전부터 주로 차를 타고 갔다. 그러다 약 1년 전부터 출퇴근 루틴을 바꾸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차 대신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차는 회사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필요한 경우만 이용하고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은 더 걸린다.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에 바뀐 루틴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럴듯한 명분이 생겼다. 차를 덜 이용하니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동차가 발생하는 불순물과 나쁜 매연 발생을 줄일 수가 있다는 것이 제일 먼저 떠 올랐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전철을 타러 가려면 약 15분 이상 걸어야 하니 그동안에 공원과 마을을 걷는 건강의 이점이 분명 있을 듯했다. 또한 매일 차를 안 쓰니 연료비용도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덤을 붙이면 걸으며 사유하는 일상이 되었다. 전철이나 길을 걸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내용 등등이 이번 글의 주안점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이점도 떠 오른다.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긴다는 점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시간이 더 소요되는데 마음은 여유감을 느끼는 역설이 만들어졌다. 슬로 라이프도 좋다. 수십 년 동안 나 혼자 차를 타고 고립된 환경에 있으니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몰랐다.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신발은 무엇을 신는지 직접 마주 보며 인식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전철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작은 가방을 비스듬히 맨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 나는 전철을 타며 무언가 들고 갈 때는 주로 쇼핑백을 들고 갔다. 점차 사람들이 맨 가방이 나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호주머니 용량을 초과하는 소형 가방이 필요함을 인식한 거다. 전철을 타니 항상 핸들을 잡던 손이 어색하게 느껴진 거다. 얼마 후 나도 비스듬히 작은 가방을 메게 되었다. 처음에는 비스듬히 맨 가방은 나이 든 분들이 매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젊은 친구들도 매는 것을 보고는 나도 그 대열에 진입했다. 전철러에게 필요한 작은 파우치라 불러도 될성싶다.
가방 속에 들어가는 물건은 필요나 환경에 따라 가변적이 되었다. 나는 꾸준히 외국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이 필요했다. 그리고 인쇄한 어학교재나 단어장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어서 근래에는 주로 이것들을 휴대하게 된다. 아침에 먼 거리를 기차나 고속버스로 갈 때는 생수나 간단히 먹을 빵을 넣으니 도움이 되었다. 장거리 교통을 하면 필요한 보조배터리와 충전기도 지참하였다.
한 달 전에는 작업 때문에 부산에 두 번 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간단히 보여줄 물건의 샘플도 넣고 문의 치수를 재는 줄자도 넣었다. 이럴 때마다 작은 가방이 필요하게 되었다. 가방의 크기는 적어도 읽을 책과 물 한병 그리고 다른 소품이 들어가면 충분하다. 너무 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왜 작은 파우치 가방일까. 한때 어떤 영부인이 썼던 파우치는 아니니 오해 말기 바란다. 매 보니 편리함이 여러 가지 느껴졌다. 가장 먼저 핸즈프리(hands free)가 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리 때도 손으로 스마트폰 일정을 확인도 가능하고 교통카드 찾을 때도 양손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전철과 같은 교통수단 내에서 몸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것도 필요를 부추긴다. 나의 주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 외에 필수 소지품의 안전한 보관: 지갑, 돋보기, 스마트폰, 전자 기기 등을 작은 파우치에 꼭 필요한 작은 것들'을 안전하게 담는 '내 작은 보금자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리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아주 든든한 개인용 군비확장이 된 것이다.
작은 파우치는 이것이 제공하는 실용성을 넘어서 패션화까지 될 아이템으로 생각이 된다. 꼭 하나만 줄곧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TPO에 맞추어 여러 개 파우치를 갖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당일치기로 일을 위해 갈 때와 놀러 갈 때 그리고 목적에 맞는 환경에 맞게 다양함을 연출하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문득 떠오른 덤의 상상이다.
단순히 가방을 구해서 매고 가는 필요적 일상을 넘어, 생활 패턴의 변화가 주는 새로움과 새 환경 발견에 대한 즐거움을 마다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마 여러분도 작은 일상의 변화를 찾을 때 느끼는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차를 몰던 때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었지만, 전철을 이용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의 작은 물건들을 지켜주는 이 작은 가방이 이제는 나의 필수 동반자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주는 즐거움을 계속 발견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