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찬가)
명상도 피돌기에 따라 차이가 난다
때로는 즐거운 호기심과 이를 바탕으로 탐구를 하면 조금 재미나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많은 독일의 철학자들은 산책을 즐겼다. 명상과 사유를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보다 걸으며 하는 것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 소위 걷는 사상가들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그 실존의 예를 찾아보자.
임마누엘 칸트는 규칙적으로 산책했으며, 시계로 그의 움직임을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한다(초등학교 책에 언급). 프리드리히 니체는 "걷지 않는 모든 진정한 생각은 의심받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사유의 도구로서의 걷기를 강조했다. 루소도 걷기와 사유의 관계를 노래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신체의 움직임이 정신의 흐름을 촉발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지 상태보다 몸을 조금 더 활동하는 '움직이는 명상'은 더욱 깊고 풍요로운 통찰로 이어진 듯하다. 특히 나는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가르는 그 순간순간이, 늘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품에 안는 시간이 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흥미로운 주제라 여겨진다. 야릇한 재미도 돋아난다. 그리고 과학적이고 철학적 컴파운드 화합물이 결과로 만들어진 듯하다.
나는 주로 자전거를 달리며 철학자들이 하듯 같은 명상과 사유를 즐긴다. 해보니 단지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생성되는 사유의 보따리보다 더 힘차게 몸을 움직일 때 얻는 명상 보따리가 더욱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명 철학자들이 한 것은 고전적인 정적 명상이라면 나의 것은 다소 액티브한 명상 쪽이다. Change이다. 나는 전술한 독일 철학자들의 뒤를 이어, 좀 더 빠른 바퀴를 탄 명상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처음에는 명상과 바퀴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유를 잘 알지를 못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분명 명쾌한 근거가 거기에 있었다. 나의 주관적 느낌 정도가 아니고 에너지의 법칙이 작용한 것이다. 명확한 생리학적 메커니즘도 들어 있었던 거다. 즉 과학적 사실이 여기서도 작용된 것이다. 누워서 보다 걸으면 뇌에 유입되는 산소의 양이 많아진다. 그러면 걷는 것보다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면 더 많은 헤모그로빈이 생성된다. 젊어서 생화학 책을 볼 때 헤모그로빈은 산소 캐리어로 불렀다. 즉 더 많은 산소가 혈류 속으로 제공된다.
나의 경험과의 연결에서 나온 생각을 이야기한다. '누움 → 걷기 → 자전거'로 갈수록 운동 강도가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중 강도에서 고 강도 운동(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으로 가면 최대 산소 섭취량은 자동으로 극대화되며, 이는 뇌로 유입되는 혈류량과 산소량을 20-30%가량 증가시킨다고 한다.
심장 박동은 하나의 펌프질이다. 힘든 신체활동이 있으니 펌프는 더 많은 활동(펌프질)을 하여 피 돌기를 좋게 한다. 따라서 자전거를 타며 '힘차게 몸을 움직일' 때, 뇌는 최적의 각성 상태에 도달하여 더 활발한 인지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받는 것이리라.
이에 대해 조금 더 전문가의 견해를 붙여본다. 스포츠의학적 관점에서 나온 이론이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스파크, ‘운동화 신은 뇌’로 한국에서도 출간됨》에서 "운동은 뇌 기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단일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는 유산소 운동이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뇌의 비료'를 분비하게 하여 뉴런의 성장과 연결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고차의 의학 전문가 수준에 못 미치나 분명 고 강도의 움직임이 더 좋다는 이야기가 틀림이 없다고 받아들였다.
다른 추가적 주장도 또 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유동(flow)'을 깊이 몰입하여 주변 현실을 잊어버리고 매우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즉, 우리 몸이 운동과 결합하면 유동상태를 최적화시켜준다고 했다. 리듬감 있는 고강도 운동(예: 자전거 타기, 달리기)은 이 '유동' 상태로 진입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신체 움직임은 의식적인 사고를 차단하고,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사고가 표면으로 떠오를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는 내가 말하는 '묵직하게 생성되는 사유의 보따리'라고 표현한 것과 다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열심히 하는 자전거 운동에 대해서 전문가의 목소리를 함께 붙여본다. 특히 자전거 타기와 같은 협응(coordination, 신체의 여러 기관들이 서로 호응하여 조화롭게 움직임, 국어사전 설명)이 필요한 운동은 뇌의 여러 부분(운동 피질, 소뇌, 전두엽)을 동시에 활성화한다고 했다. 이는 마치 뇌 내부의 네트워크 연결을 강화하는 '크로스 트레이닝'과 같아서,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글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니체가 말한 ‘발에 맥박이 있는 사상’처럼, 우리의 생각은 운동의 리듬을 타고 생성되어야 하겠다. 그것은 몸과 정신이 함께 만들어낸 더 풍성하고 완전한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몸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정신의 무게도 달라진다. 가벼운 산책이 가져다주는 은은한 영감도 소중하지만, 땀과 조금 거친 호흡으로 얻어낸 무거운 통찰도 더 중요하다 하겠다.
자전거를 타며 '힘차게 몸을 움직일' 때, 뇌는 말 그대로 가동이 되는 것 아닐까. 단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내 활동의 근거를 세운다는 생각에서 정리해 본 것이다. 좋은 것은 좋다고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PS. 어제, 오늘 날씨가 차다. 공원과 천변에 나온 운동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리 추운데도 열심히 움직이는 이들에게 행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