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비상착륙 확률은?

비상시 대처방안에 대한 이해

by evan shim

항공기 비상을 만날 확률은?


저의 저서에서 slide 설명을 한것


항공기 제작 기술의 진보와 항공안전 체재 강화로 항공기의 안전은 점점 튼튼하게 유지된다. 며칠 전 대한항공 항공기가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항공기의 착륙 시도는 3번째 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즉, 항공기 착륙 하강과 재상승의 과정을 3번째 하는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크게 다친 승객은 없었다는 뉴스를 접하니 많이 안도가 되었다.


사진으로 보는 사고 항공기의 모습은 비상구에 매어 달린 탈출용 스라이드가 펼쳐졌고 승객은 예상치도 못한 비상탈출을 경험했으리라는 연상이 되었다. 항공기에서 승객이 이처럼 비상탈출을 하게 될 경험은 사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의 확률이 된다. 비행을 직업으로 삼는 승무원들의 경우도 거의 일생에 한번 있을까 하는 정도이다.


나는 항공기 승무원 생활을 약 27년 정도 했지만 비상탈출을 해본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다른 작은 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항공기가 갑자기 엔진 추력 문제가 발생하여 이륙 직전에 이륙을 포기한 경우는 몇 번 있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도 활주로 끝단까지 가서 간신히 멈추었던 사고가 있었다. 이번 사고와 동일한 사례이다. 불과 몇 분의 시간이지만 한없이 길게 느껴졌던 순간들이다.


일단 이런 일이 생기면 항공기 재 이륙은 중지된다. 안전 확신을 위해 항공기 재정비를 하고 완벽해져야 비행은 다시 개시된다. 사실 중대한 사고 발생 직전까지 간 경험이다. 조금 더 악상황이 연결되면 바로 사고로 돌입되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몇 차례 있었다. 나도 경험했지만 다른 동료들이 겪은 사고 사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교육이 되었다.


승무원들은 연례적으로 항공기 사고에 대비하여 철저한 반복교육을 한다. 승무원 비상 안전교육은 법적 의무사항으로 합격자에 한해 수료증을 발급한다. 이는 사고 발발 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어 비상시 인명 손실을 줄이자는 목적이다.


이번에 어떤 승객은 승무원들이 비상탈출 시에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실상은 이렇다. 승무원 비상탈출 절차 매뉴얼에는 이리 되어있다. 비상탈출 시 승객에게 알려야 하는 승객 브리핑이다.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는 탈출시 “소리 지름 (shouting)”이다. 승객에게 비행기 탈출법을 올바르게 소리치며 계속 외쳐야 한다. 잘 들리게 매우 큰 소리로 내 질러야 한다. 그래서 일부 승무원들은 목이 쉬었다고 한 것이다. 해상에서 비상 탈출시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비상 탈출시 외치는 주요한 shouting 몇 가지이다.


- 충격방지 자세 (brace!)

- 발목 잡아 / 머리 숙여 / 자세 낮춰 (grab ankles / heads down / stay low)

- 벨트 풀어 / 일어나, 나와 / 짐 버려 (release seatbelt / get up, get out / leave everything)

- 뛰어, 내려가 / 양팔 앞으로 / 저쪽으로 (jump and slide / arms straight ahead / go that way) 등이다.



이번에 막탄 공항 사고가 나니 문득 내가 과거에 겪은 일이 생각났다. 필리핀 막탄 공항에서 비정상 비행을 경험한 곳이다. 내가 탑승한 대한항공 항공기는 필리핀 마닐라공항을 향해 순항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기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통상 비행시간이 3시간 정도인 단거리 구간에서 기장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 신경을 쓰면서 인터폰을 받았다. 기장은 마닐라공항에 항공기 사고로 활주로가 폐쇄되어 대체 공항인 막탄 공항으로 간다는 것이다. 항공기는 기상 등의 조건으로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부근의 다른 공항으로 가는데 이를 대체 (alternative) 공항으로 간다고 말한다. 항공편의 비행계획 (flight plan)을 짤 때 대체공항이 정해진다.


기장은 더 이상 관련 정보는 없다고 하며 추후 연락 오면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승객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사무장인 나는 승객에게 곧 방송을 하였다. 나로서 답답하게 생각되는 점은 당해 편 승객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막탄 공항에서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언제 상황이 풀려 출발이 다시 가능한지, 지체 시 식사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또한 환자가 발생하면 현지 지원을 어찌하느냐 등이다. 현지에는 도움을 받을 우리 항공사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무원에게 연락하여 승객 문의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 답변 등을 알려주었다.


막탄 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지만 이후에 어떻게 하라는 대응은 받지 못했다. 기내에서 약 2시간 정도를 기다리다 현지 공항당국과 교섭하여 승객을 공항 대기실에 하기하는 조치를 양해받고 승객을 하기하였다. 도중에 나는 수시로 대기실에 가서 승객에게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하였지만 승객의 불만이 점점 늘어갔다. 특히 마닐라에서 연결 편을 타고 다른 목적지로 가야 하는 승객들은 화를 내기도 하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현지 지상직원을 통해 승객들을 현지에서 1박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통고받았다.


약 250명 정도의 승객이 체류할 현지 호텔을 2-3개 수배하고 버스로 이동하였다. 호텔에서 모든 결정을 내가 다 해야 했다. 심지어 호텔 룸에서 전화를 하는 것부터 하루 밤을 자야 하는데 필요한 생필품의 구입도 모두 나에게 문의했다. 나는 승객들에게 호텔 체재 시 필요한 팁을 알려 주었다. 국제전화 이용법, 치약 칫솔 구입, 내의, 의약품 등등의 모든 문의에 다 대응했고 알려주었다. 심지어 식사 시에 맥주를 먹으면 이것은 어찌하는지 문의 등도 있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가족과의 전화를 오직 호텔 방에서 해야 했다.


정말 힘든 하루가 되었다. 정작 우리 승무원들은 체류할 방이 없었다. 작은 지역인 막탄 공항 근처에는 이제 더 이상 승무원이 머물 호텔이 없다고 하였다. 나는 현지 직원에게 아무 데나 더 알아보라고 하였다. 한참 후 지상직원이 호텔은 없고 배에서 머물겠느냐고 물어왔다. 퇴역한 선박을 개조하여 만든 간이 호텔이었다. 나는 좋다고 했고 모든 승무원은 그곳으로 갔다. 처음 보는 선박 호텔은 내부가 너무 작았다. 잘 못하면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방의 높이도 낮았고 조류에 따라 배가 조금씩 흔들리는 감을 느꼈다. 어쨌든 이런 별난 해상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 잘 처리했다는 안도감에 맥주도 한잔 마셨다. 당일 마닐라 왕복 비행이 졸지에 1박을 하는 여정으로 바뀌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 체류 승객들을 다시 항공기에 태우고 원 목적지인 마닐라로 갔다. 마닐라에서는 전날 공항 폐쇄로 우리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했던 승객들을 다시 태우는 것이다. 일부 승객은 화가 나 있기도 했다. 어쨌든 이리 예상치 못한 비상 대처는 무난하게 하였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나에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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