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종일 지방에서 일했다. 하루 전날 논산에 있는 우리 공장에서 운송 준비작업을 위해 도착했었다. 항상 함께 하는 이 소장이 모든 준비를 다 하였고 나는 곁에서 보조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청주에 있는 어떤 대학에 보조 훈련장치를 설비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에 설비할 제품은 항공기 비상탈출 슬라이드 보호 프레임이다. 모든 항공기에는 비상시에 대비한 비상구 탈출용 슬라이드가 설비되어 있다. 순항 중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상황이 벌어지면 전승객은 90초 내에 항공기를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모든 항공기에 다 적용되는 필수 설계기준이 된다. 신형 항공기가 설계되면 거기에 적합한 비상구를 레이아웃 하는데 바로 90초 룰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항공기는 대형 비상구를 전후방에 설치하고 중간에 작은 비상구를 좌우에 설치하기도 한다. 주로 소형 항공기 날개위에 적합한 형태의 탈출구이다.
신 모델 항공기가 완성되면 먼저 승객을 가득 태운 다음 지상에서 비상탈출 예상 훈련을 한다. 탑승한 승객들은 모두 항공사의 직원들로 구성된 모의 탈출단이다. 항공기관의 감독관이 초시계로 비상탈출이 그 시간 내(90초)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을 한다. 필수적인 감항성 테스트의 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만일 비상탈출이 정해진 시간을 초과한다면 항공기에 추가적인 비상 탈출구를 설치해야 된다. 그런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순항하던 항공기에서 비상이 벌어져서 비상 탈출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비상은 여러 가지로 가정이 된다. 화재도 발생할 수 있고 폭발물이 터지는 경우도 있고 기체 작동이 안 되는 상황 등도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번개에 정통으로 맞아 조종 불능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번개에 대전되어도 이상 없게 설계된 항공기지만 예외는 있다. 비상탈출이 결정된 이후에 두 가지 상황의 가정이 필요하다. 착륙을 할 위치가 바다냐 혹은 지상이냐 이다. 조금 더 안전이 보장된 육상에서 항공기를 불시착해야 하지만 시간이 허하지 않을 때는 바다 외에 대안이 없다. 비상 착륙을 할 위치가 어디든 승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신속히 승객을 객실 외부로 피난시켜야 한다. 항공기 날개와 동체 부분에 적재된 항공연료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서 항공기구조론의 관련내용
대형기인 B747에서 탈출을 시도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뛰어내릴 높이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 기체 비상구에서 뛰어내릴 높이가 약 7.5M에 달하는 상당히 위험한 높이이다. 그래서 지상으로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미끄럼대가 필요 해진다. 비상 탈출을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항공기 문턱 높이에서 뛰어내릴 때 신체의 위험을 감수하며 탈출을 감행한다. 그 높이에서 잘못하면 탈출 미끄럼대 옆으로 벗어나서 떨어질 확률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항공기 탈출용 미끄럼대에는 중앙을 벗어나지 않게 양옆에 공기를 불어넣은 난간이 있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쉽게 말해 죽는 것보다 조금 다치는 것이 낫다는 이론이다.
자, 지금까지는 실제 항공기에서 비상이 발발했을 때 승객들이 비상 탈출구를 이용해 항공기 외부로 가장 신속히 벗어나는 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항공기 객실 승무원들은 이런 상황이 도래했을 때를 대비하여 철저한 훈련을 해 두어야 한다. 항공안전법에 의한 필수 훈련이다. 연 1회 정례 훈련에 패스해야 유효한 훈련 필증이 나오는데 만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훈련을 해서 합격이 되어야 비행근무를 행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항공사는 이러한 훈련 시설을 구비해 두어야 했다. 대형 항공사와 일부 LCC 항공사들은 당연히 자체 훈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체 시설을 구비하지 못한 일부 LCC 항공사는 부득이 항공서비스학과가 있는 대학교와 협업하여 대학 내에서 비상훈련을 한다.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에 비치된 것과 동일한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 를 이용하여 항공기와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비상탈출 훈련을 한다.
이번에 내가 시설을 만들어 준 항공 탈출용 슬라이드 보호막은 에어버스 소형 항공기를 위한 것이다. 기본 높이가 3.6M에 달했는데 지금껏 보호막 없이 슬라이드만 설치되어 안전을 위해 슬라이드용 안전 보호매트를 양옆에 설치하는 작업이다. 실제 항공기에는 없는 장치인데 이는 순전히 비상 훈련을 하는 승무원 안전을 위해 설치해야 했다. 모든 항공사가 안전훈련을 위해 유사한 보호장치를 하는데 주위에 안전 그물망을 친 시설도 있고 또 주위에 보호용 매트를 푹신하게 쌓아 놓기도 한다.
이소장은 약 15년 이상 항공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했다
우리 회사에서 국내에 약 10 군데 이상의 대학과 LCC 항공사에 이런 비상탈출 슬라이드와 보호매트를 설비하였다. 항공기에 탑재된 비상탈출용 미끄럼대는 단지 일회용이다. 항공기 사용연한 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단 한번 쓰고 버리는 용도인데 그래서 재질도 아주 얇고 가볍게 만들어 항공기의 비상구 하단에 적재해 둔다. 그래서 모든 항공기의 비상구 문은 하단부가 툭 튀어나와 마치 임산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비상훈련용 슬라이드는 일회용이 아니고 여러 번 사용하기 때문에 두꺼운 재질로 안전하게 만든다. 실제로 탑재되는 항공기용과 아주 흡사하게 제작하여 대학 등의 훈련시설에 제작하는 일을 우리 회사가 가장 많이 행한 것이다. 이번에 한 일은 바로 그러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장치를 만들고 설치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작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설비 기준과 위치가 다양하여 맞춤형으로 만들어 탈출 미끄럼대의 미끄러운 정도와 기울기 각도(θ)가 정상이 되어야 한다. 원 항공기의 탈출 미끄럼대와 가장 유사한 형태와 조건을 갖추어야 되었다. 논산에 있는 공장은 탈출용 슬라이드 높이의 단을 만들어 먼저 제작을 하고 실제처럼 뛰어내리는 테스트를 한 후에 현지에서 조립을 하는 방식으로 마감을 한다. 슬라이드를 뛰어내리는 테스트는 내가 언제나 먼저 해본다. 이런 주문이 많이 생기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