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판기념회를 해보며

금년도 할 일을 하나 마치고

by evan shim


자서전을 쓰면서 알게 된 덤



IMG_3581.JPG


금년도 고생한 보람 중 하나가 완결되었다. 자서전을 만들었다. 난생처음 출판기념회도 참석해 보았다. 예고 없이 온 도둑처럼 우연한 기회가 주어졌다. 지역 도서관에서 자서전 쓰는 공모를 했다. 초기에 응모한 사람 중에서 책을 발간한 시니어는 8명이다. 운 좋게 거기서 포함되었다.


살면서 제법 커다란 업적을 일군 사람들도 있었고 평범하게 자기 삶을 유지한 분도 계셨다. 나 또한 평범에 가까운 처지였다. 하나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자서전을 엮다 보니 많은 인생의 구불거림이 보인다. 책의 내용을 다 정리한 후에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을 정하는 것이다. 여러 제목을 두고 하나를 결정했다. 가운데 제법 눈길이 머무르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미엔더링(meandering)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을 표현하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영어 단어로서 조금은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제목을 정할 때 바로 생각나는 단어 중 하나였다. 이 영어 단어는 가끔 잘 쓰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정하였다.


삶의 궤적이다. 부부사이나 가족 간에도 기회가 있을 때 삶의 일부분이 공유되기도 한다. 나는 이번에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의외로 나의 많은 부분이 책을 통하여 처음 밝혀지는 것이란 사실이다. 함께 자서전 학습을 하는 분들은 기술을 하며 부인과 내용을 공유한다고 하였다. 나는 이 부분이 증발되었다. 아니 의도적으로 혼자서 자서 하며 책을 완성했다. 완성되기 전 최종 교정단계에서 아내에게 인쇄된 책 내용을 보여주었다. 보여주면서 한마디를 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그게 다였다. 다행히 아내는 그와 아들에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만을 지적했다. 아주 쿨하게 넘어갔다. 그 부분은 바로 교정을 하였다.




자서전을 쓰며 알게 된 사실 하나이다. 모르고 넘어갈 뻔했던 많은 사실을 들추는 작업이다. 아 이런 일이 그때 있었지 하며 찾아야 나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반추하지 않았으면 아마도 없어질 기록들이다. 그것을 트로이 문명을 뒤지듯 발굴해 내는 작업이다. 과거의 기록을 뒤졌다. 자료는 소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록이 남는 부분은 역시 컴퓨터 기록저장이 일반화된 이후에야 제법 기록이 되어 있었다. 그 전의 기록들의 많은 부분은 이사 다니며 짐 줄이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개인의 옛날 스토리를 찾아서 햇빛에 말려서 들춰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기록의 중요성을 이제 알게 되었다. 전기 작가란 사람은 이런 것을 찾고 뒤지며 고증을 거치는 작업을 하는 분이구나 알게 되었다.


다른 하나도 배웠다. 삶의 기록은 말하고 글로 남기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 예는 가까운 데서 찾았다. 나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장과정 일정 부분 정도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부모님의 많은 부분은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이 약주 한잔 하시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식들에게 들려준 것이 다였다. 관계가 소원했으면 그런 이야기도 못 들었을 텐데 하며 그래서 가족의 관계는 장벽이 없어야 하나 보다 느끼게 된다.


어디 그뿐이 아니다. 아래 방향으로는 자식들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하다. 소천하신 부모님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제 가까이서 함께 볼 수가 있다. 자주 보고 함께 이야기하며 함께 서로의 정보 공유도 필요하다. 가족 간의 친소는 서로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는가로 판결 난다. 많이 보고 자주 대화하고 함께 웃는 가족이 최고의 가족이란 사실까지 느끼게 된 것은 공짜의 덤이다.




자서전 preview


(일부 머리글 중에서)

… 높이 우뚝 서 보지 못했다. “나요.” 하고 내세울 것도 없다. 고귀한 비단포에 싸여본 일도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산 것이 전부다. 휘파람 불고 가고 싶은 대로 내 식대로 밥 먹고 산 인생이다. 내게 내려진 신탁인지 모른다. “네 맘대로 살아라.”라는 그 신탁을 잘 지켰다. 어느 바람도 나를 밀지 않았다. 어느 길도 나에게 방향을 안내해 주지 않았다. 물이 누구의 지시받고 흐르는 일 없지 않은가…



(일부 본문 내용 중에서)

… 세상 동물들은 2가지의 부류가 있다. 사람도 포함된다. 혼자서 생활하는 짐승이 있고, 또 떼로 모이는 그룹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혼자서 움직이는 동물은 강하다는 것이다. 강해서 혼자 움직이는지 또는 혼자 움직여서 강해졌는지는 잘 모른다. 쉽게 떠오르는 짐승을 생각해 보면 독수리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고래도 있다. 혼자 고독하게 비행술을 연마한 조나단 갈매기도 있다. 사람에서 찾아보면 영웅, 탐험가, 위인들, 역사에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칭기즈칸, 나폴레옹, 한니발도 고독한 리더였다. 고산자도 있고 라인홀트 메스너 같은 탐험가도 있다. 관우도 혼자이고 장비도 혼자서 싸운다. 그들은 무리보다도 더 강하고 오래 생존한다.


반대로 떼로 모이는 동물도 있다. 물고기 떼가 있다. 피라미, 멸치, 까마귀, 모기, 개 등 뒤에 ‘떼’ 자가 붙은 모든 것들이다. 사람에게도 ‘떼’ 자를 붙이는 그룹이 있다. 도적, 깡패, 화적, 조폭 등 많다. 이들의 특성은 약자의 무리이다. 혼자서는 무서우니, 생존하기 위해서 그룹을 형성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현상이다. 동물의 영상을 보면 이들은 쉽게 포식당하고 쉽게 전멸당한다. 무리가 그들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 못 한다….



(일부 꼬리글 중에서)

… 자, 이제 고마움을 표현할 시간이다.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아무 곳이나 원하는 대로 가 볼 수 있는 이런 행운이 나에게 주어진 것에 경건히 고개 숙이며 감사드린다. 집안을 튼튼히 하는 현실 감각이 부족한 나였지만 든든한 가족이 있어 내가 큰 덕을 본 거라고 여기며 아내와 아이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지팡이 도움 없이도 내가 설 수 있었다는 자만은 멀리하고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가진다.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긴 세월의 영화가 다시 돌아간다. 자서전을 쓰며 얻은 가장 큰 의미이다. 이것만으로도 내겐 큰 영광이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온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고 절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교해,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