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승무원시절 비행기에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생사를 다툴 정도는 아니나 그때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다. 몇 가지 과거 회상을 해 본다.
episode 1
1950년대 보잉사에서 최초로 개발한 소형 제트 항공기 B707 은 새로운 현대 항공시대를 연 성공작이다. 오사카에서 서울로 오는 항공편에서였다. 승무원 생활을 하고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승객 탑승 전 항공기는 탑재 작업을 위해 통상 앞과 뒤의 비상구를 개방한다. 승객의 하기와 기내식의 탑재 그리고 기내 청소등을 하는 작업자들이 왕래하는 주 출입문이다. 오사카 공항에서 후방 비상구를 통해 기내식과 서비스용품을 리필하였다. 김포로 돌아갈 때 사용할 객실용품을 보충하는 작업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후방 문을 닫는다. B707 비상구는 문을 여 닫을 때 제법 힘이 들어간다. 닫는 궤도를 조금 잘못 맞추면 다시 문을 열고서 새로 닫아야 할 정도였다. 이 문을 여닫는 작업은 주로 남 승무원들이 하는 역할이다. 제법 힘이 들어서 여승무원은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B707 후방에 근무하는 내가 문을 닫았다.
잠시 후 탑승을 탑승이 완료되어서 항공기는 이륙을 위한 택싱을 시작했다. 곧 이륙을 하였다. 기내식 서비스를 준비하려는 데 비상구 문틈으로 제법 큰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문틈의 윗부분에서 고도가 상승하니 내외부의 압력 차이로 상당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전방에 있는 사무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사무장이 와서 보더니 비상구 문을 제대로 맞게 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무장도 고민스러웠던 상황이다. 서울까지 비행시간은 기껏 한 시간 내외 정도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기장에게 보고하고 상황이 여차 직하면 다시 오사카에 회항하고 비상착륙을 해야 한다. 그리 되면 이건 심각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좀 엉뚱하지만 사무장에게 긴급대처 방안을 말했다. 리넨 천을 둘둘 말아서 문틈에 넓게 붙이면 소음도 압력 빠지는(일종의 감압현상이다) 소리도 줄일 수 있을 듯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기내에서는 서비스를 위한 리넨 천이 실리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어 시도하기로 했다. 린넨을 두껍게 말아 물을 축여서 붙였다. 그랬더니 항공기 내부에서 외부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문에는 생고무로 된 소음방지 패드가 붙어있다. 기내에서 사용 가능한 천 종류를 다 찾아 그 문틈의 간극을 메꾸고 수시로 확인하는 작업을 순항 중 계속했었다. 승객은 전혀 알지 못했다. 서비스는 여승무원들이 대신 맡아서 하고 나는 정신없이 린넨 천에다 물을 뿌리고 천을 덧대어 붙이는 작업을 한 것이다. 소음은 많이 줄었다. 정신없이 신경을 쓴 이후 항공기는 김포공항에 안착했다.
무사히 도착을 해서 너무 기뻤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간 것이다. 도착 후에 문은 개방하고 다시 원위치로 잘 닫았다. 사무장님께 다시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고 일단락이 되었다. 짧은 노선에 저고도였기에 쉽게 넘어간 케이스였다. 한순간 가슴을 쓸어내린 사고 근접 경험이었다. B707 항공기는 이후 B727, B737로 거듭 진화하게 된 최초의 아날로그 소형 항공기이다. 이후에 나온 소형기 항공기 비상구는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남았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많은 진화가 되었다.
episode 2
유사한 실수의 경험이 한차례 더 있었다. 이번에는 LA에서 호놀룰루로 오는 항공편이었다. 기종은 대형기인 B747-400이었다. 이 때는 내가 사무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우측 2번째(R2) 비상구에는 앞과 뒤 객실을 막는 두꺼운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황당하게 커튼의 하단 부분 약 50cm 정도가 항공기 외부로 빠져나간 상태였다. 인지를 할 때는 벌써 항공기가 한참 이륙한 다음이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륙 후에는 비상구가 꽉 닫힌 상태라 커튼을 잡아당겨도 아무 소용이 없는 상태이다. 0.5 PSI 이상이면 비상구는 열리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지상 조업자들이 그 비상구를 통해 물자를 하기하고 반입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비상구였다. 문은 작업자도 승무원도 여닫는다. 승무원이 다들 안 했다고 하니 아마 지상조업자가 했나 보다 하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비상구가 제대로 닫혔는지에 대한 점검의무는 승무원의 책임이다. B747 비상구는 상당히 묵직하고 두꺼워 소음이나 다른 이상은 없었다. 기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하다가 보고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괜히 보고를 했다가 문제가 더욱 확대될수도 있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항공기 동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얇은 스킨으로 3겹을 덧대어 리벳으로 결합한다. 시속 900km 이상 운항중일 때 외부로 나간 천조각이 동체를 두드리면 동체의 손상도 생길 수도 있었다. 약 4시간 남은 비행시간 동안 수시로 이 비상구 상태를 점검했다.
우려 속에서도 항공기는 무사히 호놀룰루 공항에 안착했다. 그리고 승객이 하기하는 동안 나는 재빨리 비상구 도어를 슬쩍 열고 커튼을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쉽게 천이 딸려 들어왔다. 확인해 본 상태는 커튼 천이 완전히 외부로 나간 것이 아니라 일부만 나가서 동체를 두들길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900km 순항 속도에 의해 커튼은 제법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번에도 “오, 하느님 고맙습니다” 하며 한숨을 쓸어내린 실수 경험이었다.
이 외에도 큰 사고는 아니나 제법 중간급의 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김포공항에 착륙하던 항공기에서 고정쇠로 걸지(locking) 않은 밀카트가 튀어나온 사고도 있었다. 후방에서 앞으로 총알처럼 튀어나온 밀카트는 한 일본 남성 승객을 쳐서 다리에 골절을 입은 사고도 있었다. 왼쪽 다리를 통로 쪽에 내밀다가 튀어나온 카트에 충돌이 되었다. 통로에 내민 부위가 머리가 아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부하 승무원의 실수였지만 관리자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나는 사비로 승객의 국내 병원비와 배상을 하기도 하였다. 항공편 책임자로서 상응하는 처벌도 받았다. 이후에도 나고야까지 찾아가서 거듭 사죄를 드리기도 하였다. 그도 나의 방문이 고마웠던지 맛있는 식사를 사 주었다.
episode 4
사고 근처까지 간 경험도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심야에 서울로 오려던 항공기가 활주를 하다 이륙직전에 이륙을 중단한 사고였다. 항공기 엔진의 이상이 감지되어 급하게 이륙을 중단했다. 이륙전환속도(Vr) 넘기 직전이다. 그 여파로 모든 항공기 무게중심이 한 방향으로 쏠린 가운데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활주로 끝단에서 멈추었지만 승객의 공포는 엄청났었다. 무엇이 부서지는 듯한 끼익 끼익 하는 항공기 괴음과 급제동 쏠림의 공포사이 몇십 초를 보냈다. 제동구간이 조금만 길었다면 공항 울타리를 타고 넘었을 상황이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났다면 상당한 사고로 발전했을 것 같은 아찔한 사고 직전의 모습이었다. 심야에 승객의 비상탈출 결정을 해야 하는 단계였다. 사고 여파로 당해 항공편은 중단되고 다음날 항공기는 밤새 안전점검을 하고 검증을 한 후에 승객을 수송하였다. 큰 사고와 작은 사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보다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경계선의 사고였다.
PS. 회사 승무원 동료들이 사고로 생명을 잃은 경우도 여러 차례 겪어봤다. 비극의 동료들도 그 전날 안녕하며 헤어진 다음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글을 쓰면서 세상을 떠난 그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