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은 소소하지만 잠시 고민하게 된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으며 그리 한 끼를 해결한다. 우연히 벽에 붙은 원산지 표시가 눈에 띈다. 요즘 나는 지식공유 토론에서 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3번에 걸쳐 발표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를 보니 이 또한 무역과 관련 있는 것 같아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여러 가지 식자재의 원산지 표시가 이제는 법으로 강제된 이후부터 식당 벽면에 붙은 원산지 표시 공고를 본다. 자세히 보니 전 세계가 연합되어 하나의 요리가 창조되는 세상이구나 하게 된다. 얼마 오래지 않은 시절에는 신토불이라 하여 가까운 지역 혹은 내국산 식자재로만 음식이 만들어지던 시절과 비교하니 너무 달라진 세상이다. 우리가 즐기는 다문화 음식에 대해서는 현대 무역이 일군 긍정적 효과라 볼 수 있다.
음식은 이제 지역을 넘고 국가를 초월하여 글로벌 식문화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오래전에 뉴욕에 가보면 다운타운에 아시아권 식당이 가끔 보였는데 이제 42번가 중심지에는 제법 많은 외국계 식당이 늘어섰다. 입장하는 사람들도 국적 불문하고 다양하게 보인다. 지역을 중심으로 했던 로컬메뉴를 넘어 가히 글로벌 음식으로 자리바꿈 한 것 같은 현상이다. 동양음식은 젓가락을 주로 사용한다. 이제 젓가락질을 잘하는 뉴요커는 고소득자로 인식받는 세태이다.
조금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를 다시 본류로 끌고 와 본다. 역사적으로 보면 문명의 발달과 무역의 흥성은 직접적으로 비례하는 관계가 되었다. 다만 일부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것도 있다. 항상 좋은 무역만 있지는 않다. 주제에서 언급된 것처럼 국제 간 발생되는 무역이 모두가 다 좋은 무역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에게 큰 선물이 된 거래는 제법 많았다. 종이와 인쇄술이 전달되어 르네상스가 도래했고 그중에 식문화를 크게 향상한 향신료 무역이 있었다. 향신료의 교류는 대표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무역이다.
향신료가 유럽에 전해지기 전에 그들의 식문화는 원시적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쉽게 말해 고기나 생선을 그냥 불에만 구어 뜯어먹을 때 무슨 맛이 있었을까. 음식의 맛은 향신료의 맛이다 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현대의 우리는 향신료의 효능을 잘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향신료의 범주에 드는지 알아보자. 쉽게 후추, 겨자, 마늘, 생강을 떠 올린다. 그 외에도 산초, 깨, 깻잎, 방앗잎, 고추, 파, 달래, 시나몬, 계피, 와사비, 라벤더, 미나리, 박하, 부추 등등이다. 심지어 쑥, 파슬리도 향신료에 포함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야채 이름도 향신료에 포함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현재 알려진 자연 향신료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 인공 향신료를 더하지 않아도 그 정도이다.
초기 항행자들이 우연히 인도에서 향신료를 가미한 음식을 맛보고 정신이 몽롱해졌단다. 그 맛 때문이었다. 이리 도입된 소량의 향신료는 왕과 귀족사회에 먼저 맛을 보고 그들은 그 맛에 거의 미쳐버렸다. 이후 이것이 없으면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한다. 그 소식은 이내 펴졌고 이후 동양의 향신료는 순식간에 최고의 가치를 가진 산물이 되었다. 한때 금보다도 더 값진 향신료가 되었다. 모두가 동양을 찾아 향신료를 교역하려고 했다. 잘하면 수입가 대비 50배 100 배의 이익이 보장되는 대사업이었다. 즉, 인류의 역사를 바꾼 향신료 무역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대항해시대가 막 열리려는 시대여서 온전한 해도나 나침반도 없었고 위험을 수반한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먼저 용감한 탐험가들이 탐험을 하게 되었다. 바스코 다 가마도 있었고 마젤란 콜럼버스 같은 사람들이다. 이후 이들은 성공한 탐험가로 각인되었고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었다. 후세의 평가는 세상의 거리를 단축시켰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실상 그들은 돈벌이를 위하여 벌린 모험극이고 절반의 사기행위라고 말하는 야박한 비평가들도 있다. 고상하게 말이 신항로 개척이지 향신료로 떼돈을 벌기 위해 왕과 귀족들을 속이고 해양 모험비용을 뜯어낸 모리배라 말하는 평가도 있다.
신항로 탐험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이후의 유럽 무역상들은 노예무역까지 겸업을 했다. 심하게 말하면 인종청소 작업성향까지 보였다. 그들이 다니며 인종청소한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닭 한 마리 돼지 하나도 남지 않은 마치 현재의 불도저가 쓸고 지나간 듯 흔적조차 없어졌다. 이를 무역이라고 불러야 하나. 쑥대밭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나쁜 무역으로 연결되었다. 아편을 팔고 노예를 팔고 하는 무역은 그중에서도 가장 죄악시될 정도의 질 나쁜 무역행위였다. 최고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비즈니스였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이를 ‘악마의 비즈니스’라고도 했다. 물성 무역품인 아편은 불태워 버리거나 바다에 덤핑을 하여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상품으로 하는 노예무역의 후유증은 시대를 넘어서도 지금까지 문제를 잉태한 체 흘러간다. 노예무역으로 끌고 간 이들이 농장에서 면화를 열심히 따서 추위를 막는 산품을 만들었으니 인류에 도움이 되는 좋은 무역이라 해야 하나.
인류의 발상지에서 타 대륙으로 섞임 현상은 자발적인 이동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종의 다양성을 이루기 위한 선의의 교류이다. 문제는 비자발적인 인위적 노예무역은 일시에 완충한계를 넘어서는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이질적인 민족 집단 간에 야기되는 갈등과 증오는 종말이 없는 진행형 동사와 같다. 주로 서구에 유입된 근대 노예무역의 평가는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발전을 수세기동안 왜곡시키고 서구인들 만의 행복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한 흔적들이다. 한 마디로 서구의 풍요는 그들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고 영문도 모르고 끌려 온 다른 종족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불평등 조건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PS. 서양에서 간을 한다며 소금과 후추를 동시에 처리했다. 거기서 salt & pepper 묶음이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