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보는 군인 경찰의 주 무기는 AK-47이다. 나는 과거에 이 총을 수 차례 만져보고 기능을 점검해 보았다. 미국 내 총기 판매점에서도 버젓이 전시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미제 총기 레밍톤이나 브로우닝이나 유럽산 총기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암시장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총기이다.
한 번은 중동의 바레인 중심지역에 있는 마나마 시장(ssok)을 구경 갔을 때이다. 중동의 전통시장은 재미있는 사진의 소재가 많았다. 아라비아 전통 복장에 터번을 쓴 남자와 여자의 모습도 흥미가 있었고 거리에 좌판을 이룬 행상도 좋은 촬영 테마이다. 검은 전통 의상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들 모습도 조심스럽게 여러 컷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교차로 지역을 촬영하는데 갑자기 AK소총을 둘러맨 경찰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그리고 나를 근처에 있는 경찰서로 연행해 갔다. 거기서 영어로 말이 통하는 조사원을 통해 심문을 받았다. 무엇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찍었는지 등을 물었다. 카메라와 소형 배낭 소지품을 전부 풀어놓고 확인하였다. 당시에 항공사 직원으로 확인이 되자 그들은 아무 데 서나 함부로 촬영을 하지 말라고 나를 방면해 주었다. 경찰서 한쪽 구석에 비치해 놓은 소총은 모두 AK-47이었다.
최근 우연히 AK-47 개발에 대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2020년에 제작한 것이다. 영화 제목은 <칼라시니코프>이다. 주인공은 AK 소총을 만든 천재적 무기 설계자인 미카엘 칼라시니코프(1919-2013)이다. 그는 원래 전차병 출신이다. 그는 체계적으로 총기 엔지니어링 공부를 해 본일이 없는 고등학교 학력이 전부이다. 내용은 그가 어릴 적부터 성장해서 소총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았다. 그는 독일군과 싸우다 부상한 뒤 병상에서 “제대로 된 소총만 있다면 나치를 이길 텐데…”라는 동료들의 울분에 소총 개발을 결심했다. 총기에 대한 열성 하나를 가지고 독학으로 자작 총기를 만드는 힘든 노력을 경주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은 빛을 발하여 드디어 러시아군의 제식 총기로 지정받는 과정을 그렸다. 가혹 조건에서 과연 이 총기가 제대로 작동 가능한지 테스트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속에 완전히 담그기도 하고 또 모래 속에 파묻었다가 바로 꺼내서 정상적으로 발사가 되는지 검증하는 장면이다. 이 것은 모든 총기가 다 검증하는 실제 과정이다. 총기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AK-47는 1947년부터 소련에서 만들어져 약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 전투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무기가 있다. AK-47의 A는 자동을 의미하고 K는 제작자, 47은 소총이 완성된 년도를 의미한다. 작동 메커니즘은 발사 후 압력을 이용한 가스식(gas action)이다. 표준 탄창(magazine)이 30 발이고 드럼(drum) 탄창은 75 발이며 최대 분당 6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이 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구조가 간단하고 야전에서 사용 시 잔고장이 없다는 것이다. 습기나 사막의 조건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제 기능을 발휘했다. 이에 대비되는 총기가 있다. 미군의 M-16인데 월남전 당시 총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동남아의 습한 조건에서 작동상의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일부 미군 병사는 M-16 대신에 베트콩에게서 노획한 AK-47 소총을 휴대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후 많은 보정을 거쳐 문제점을 줄이기도 했다.
AK-47 이 가진 다른 큰 장점이 있다. 저렴한 제작 비용인데 이는 구조를 가장 단순화하여 이룩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중고 총기 가격이 약 150$ 정도이다. 아프리카에서는 30-100$ 정도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또한 아무라도 총기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 쉽게 발사가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AK 소총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 반드시 등장하는 대표 총기가 되었다. 아랍권,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가에 정식으로 채택되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을 한 국가에서는 현지 라이선스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동지역을 운항하는 한국의 선박이 해적에게 납치되는 현장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총기는 바로 AK-47이다. 이 총기는 많은 용도의 다른 파생(변종) 총기로 진화했다. 그만큼 다양한 용도를 커버한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총기의 생산규모가 2 억정이라 추정한다. 전 세계로 제조원이 분산되어 잠정적으로 본 숫자이다. 간단한 시설로도 쉽게 총기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M-16은 1,000만 정의 제조 기록을 보여준다. AK-47은 세계적으로 106개 국에서 보병의 표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총기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생산 실적이다.
AK-47 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소총으로 남았다. 그럼 이 총기를 만든 칼라시니코프는 세계적 부호가 되었을까? 약 2 억정의 총기를 그의 이름으로 만들었으니. 결론은 절대 그렇지 않다. 개발 당시 러시아는 개인의 특허를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소유권을 국가가 소유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 연금으로 평범한 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생존할 때까지 이 총기로 인해 세계적 유명인의 대열에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칼라시니코프가 생존해 있을 때 중동이나 아프리카 같은 국가의 대통령, 국왕, 총리 등이 그를 초청하여 그의 서명이 든 소총을 기념품으로 받으려고 애쓴 일도 많았다. 근래에는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세계적으로 칼라시니코프의 이름을 딴 기념품이 등장했다.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보드카이고 그 외 시계, 우산, 칼등이 있다.
전투복을 입은 오사마 빈 라덴이 언제나 들고 다니며 사용한 총기는 AK-47 소총이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총을 “러시아 발명품 중 으뜸”이라 했다. 조지 부시의 대 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 전역을 그토록 뒤졌지만 대량살상 무기(WMD)는 없었다. 그러자 한 작가는 우스운 비유를 하였다. “미군 병사 3,000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진짜 대량살상 무기는 바로 AK-47 소총이다”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이다.
PS. 어린 시절 부친이 총포사를 하여 엽총거래와 수리를 했고 나도 조수생활을 했다. 즉 간단한 수리와 개머리판 제조등을 할 정도가 되었다. 계속해서 총기류는 나의 주요 관심종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