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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May 19. 2023

유목문화는 모바일 시대정신과 부합

(다시 부활하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는다’ 유목민들의 가슴속에 남아 자손 대대로 전해 오는 속담이다. 이 말은 현대 21세기 모바일 세상을 예언하는 말처럼 들린다. 미래에 펼쳐질 빠른 정보화와 탁 트인 세상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근대까지 유목문명대 정주문명의 일차적 승리자는 정주민이었다. 승리자는 유목문화를 야만, 약탈, 살륙 거기에 문자도 갖추지 못한 비문명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했고 소외된 변경이라 매도했다. 패한 유목민들은 다시 바람이 이끄는 대로 이동했다. 그때만 해도 세상의 소유주가 없던 시절이라 유목민이 원하는 대로 길을 갈 수 있었다. 이제 세상이 변화했다. 유목을 하려해도 이제는 장벽으로 길이 막혀 마치 휴전선이 휘둘린 것처럼 가축을 부릴 수가 없다. 이제 유목이란 과거의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전설로만 남아있다.



그럼 유목의 정신사유는 정말 종식이 왔는가.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예수님처럼 다시 부활되었다. 다시 여기에 햇빛이 쪼이기 시작했다. 다시 천체는 돌고 있다. 인터넷, 교통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세상과의 접촉면이 더 넓어졌다. 한군데 꼭 정주하며 살았던 옛날방식이 이제 더 이상 원칙이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 열렸다. 과거 한차례 변하는 세상이 왔고 근대에 적합한 환경문화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지금의 정서에 맞는 생활환경이 주어졌다. 다시 유목민 환경이 관심을 갖는 세상이 돌아왔다고 할 만하다. 한군데만 정주해서 살 필요가 어디에도 없다. 일거리가 있다면 지구상 어디에도 갈 수 있고 그곳에 터전을 잡는 새로운 정주가 시작된다.


유목민의 삶이 보기에 낭만적이고 목가적이라서 그 이상을 찾는 것이 아니다. 뉴 노멀(new mormal)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립된 성에 갇혀서 한 평생을 보낸 과거 인류가 더 이상 아니다.


기실 이렇게 세상을 넓히는 변화의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어왔다. 훈제국도 있었고 몽골제국에서도 시도되었다. 처음 칭기즈칸이 서역을 향한 문고리를 당겼고 그 후손 쿠빌라이칸에 의해 유라시아 대통상 프로젝트가 주창되었다. 동서양의 인종을 섞고 세계적 종교를 허용했고 다양한 언어권역을 섭렵하여 가히 세계제국을 만들려고 하였다. 로마가 지중해 지역에서 흥기한 서역의 대제국이었지만 몽골은 최초로 동서역을 아우르는 세계 제국이었다. 동양이 만든 화약과 대포로 무장한 서양이 근대에 강성패권을 확장하기 전까지의 세계를 주도했었다.


흔히 요즘 많이 재등장하는 용어중 디지털 노매드라고 하는 세상이 열렸다. 모든 것이 이동 가능한 모바일 세상이 왔다. 속도의 개념을 뒤집는 교통수단이 등장했고 세상을 좁게 만든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디지털 세상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는 바로 유목민의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시대가치가 정주문화에서 유목문화로 대이동 되는 시기가 왔다. 그 가치는 지금까지 고정된 장소에서 일과 생활이 중심이었다면 미래의 가치는 굳게 박힌 말뚝을 뽑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진취적 기상을 필요로 한다. 바로 유목의 사유세계에 진입해야 하는 시대요구 현상이다.





유목민의 사상과 현대 모바일과 디지털 세상의 유사성을 연관시켜 보는 것은 일단 흥미로운 관점일 거라고 생각된다. 유목민의 정서는 미래 세상에서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도식해 본다. 다만 유목제국이 세상을 압도할 수준의 군사적 전략과 전쟁에 관한 부분은 일부러 제외시켜 보았다.



1. 유목문화가 새시대에 적합한 대표 덕목을 꼽으라면 미지 세계를 탐험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성이다. 이 진취성은 기원전 유목시기로 부터 근세 15세기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다. 진취적 기상이 약했으면 바람에 꺼져 소멸했을 텐데 바람은 오히려 그들의 불꽃을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게 했다. 그들만큼 세상을 요동시킨 충격을 준 거대 횃불은 없었다. 끈질긴 초원 생명력의 보전사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모바일 세상을 구현하는 기치에 가장 적합한 동력은 바로 진취적 기상이기 때문이다.


2. 유목민은 적응력과 유연성이 뛰어났다. 유목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어쩌면 유목민들은 선천적으로 가장 시류환경에 잘 적응된 조직이다. 인간은 환경에 잘 적응하여 다른 짐승처럼 지구상에서 소멸하지 않고 수만 년간 생존을 해왔다. 지구상 최고의 우세종이 된 이유이다. 그중 유목부족은 다양한 부족간 상호 적응을 통해 생존을 해온 오랜 전통이 있다.


적응과 유연성은 현대 모바일 세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술의 빠른 발전과 변화에 따른 적응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느껴진다.


3. 탐구와 창의성을 들 수 있다. 유목민들은 항상 새로운 장소를 탐구하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탐구와 창의성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제 해결과 혁신에 필요한 역량이다. 창의적 사고패턴은 새시대를 여는 핵심요소이다.




4. 소통과 평등성을 중시한다. 유목민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접촉하고 소통하여 평등한 세계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그들은 큰 문제를 부족 간 의사를 결집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하였다. 오랜 민주주의적 방식이 되기도 했다. 소통과 다양성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바일 앱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다.


5. 자원 공유와 협력도 있다. 유목민의 주어진 자원 공유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어진 공동의 자원을 공용재로 활용하는 협력이 펼쳐졌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협력의 개념이다.




말하자면 유목민의 정서는 현대 모바일 세상에서 적응력, 유연성, 소통, 다양성 인식, 자원 공유, 협력, 탐구, 창의성과 같은 공통적 가치를 함께 맷돌에서 갈면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현대 모바일 세상에서 유목민의 정서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들이 추구한 사회적 공정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21세기 모바일 세상이 열려야 된다고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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