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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un 05. 2023

총포사 운영 이야기(2)

(총기 수리편)

(above source,  Wikimedia commons-walnut stock)


개머리판 제작과 총열 착색과정 


총의 판매에 부수되는 업무는 총기의 수리이다. 총은 엄청난 내부 폭발이 일어나고 야지에서 사용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리를 의뢰하는 내용도 아주 다양하게 되어 있다. 가장 많이 손상이 되는 부위가 개머리판 부분이다. 개머리판은 반동에 의하여 목질과 금속의 연결부위가 가장 손상이 잘 오는 약한 부분이다. 크랙이다. 의외로 사냥 중 넘어지거나 언덕 같은 데서 추락하는 일도 발생한다. 엽사는 사냥 중에 특정 사냥물에 온전히 집중을 하는 때라 정작 가장 중요한 본인의 발을 디딜 위치에는 시선이 잘 안 가게 된다. 


특히 조류를 사냥할 때 하늘 쪽을 보다 보면 의외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일이 많다. 그리고 사고를 유발한다. 우리 총포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총기를 수리하셨던 분이 계셨다. 이 분은 아주 건강하신 분이셨는데 사 냥 중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셨다. 그리고 연쇄작용으로 총기 오발 사고가 났다. 항상 방아쇠 울에 손가락을 넣고 사냥을 하던 중이라 넘어질 때 흔히 오발이 발생한다.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다리의 일부분이 큰 손상을 입으셔서 이후에 한평생 다리를 절뚝이였다. 



개머리판을 만드는 주요 목재로 국내에서는 대부분이 호두목을 사용한다. 호두목은 단단하여 총포의 반동에도 쉽게 깨어지지 않고 나무의 원형이 오래 보존되는 특성 때문에 주로 이용된다. 또한 나무의 무늬가 미관상 보기에 좋다. 특히 목재 하단의 뿌리 부분은 아주 환상적인 모양 무늬를 보여준다. 그런데 오래된 호두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 큰 호두나무가 있다 하면 상당히 큰 비용을 지불하고 서라도 이를 구입한다. 그 후 제재소에 가져가서 개머리판이 나올 두께로 일정하게 재단을 해 둔다. 


수년간 창고의 한편에 두고 온도에 따른 팽창과 수축 작용을 하게 두는 것이다. 원목이 수분 증발됨으로 비틀림과 변형을 겪게 하는 것이다. 마치 피아노 제조를 하는 일본의 유명업체에서 동경만 해변 뻘에 원목을 수년간 방치하여 더 이상 원목 형태변형이 없을 정도로 묵혀 둔다고 하였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총포사를 운영할 때에 수년간 호두목을 응달에 방치하고 오래된 순서대로 잘라서 개머리판을 제작하였다. 거의 백여 개 이상의 개머리판을 제작할 목재를 항상 비축해 두었다. 




수평쌍대 엽총


부친의 개머리판 제조에 관한 기능은 국내에서 인정을 할 정도였다. 다른 지역에서 제작하기기 어렵거나 고급 엽총의 개머리판은 우리 총포사에 지속적으로 주문이 많았다. 제조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총기의 금속 부분과 목질 부분이 완전하게 딱 들어맞아야 총기의 반동에서 야기되는 갈라짐을 막을 수 있다. 가장 정밀하게 접합되는 작업이 핵심 기능이다. 이 작업은 인주의 도장밥을 금속 부분에 묻혀서 도장밥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목재 부분을 끌로 조금씩 갈궈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미국에서 제작자료를 보면 검정 물감을 발랐는데 인주가 훨씬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생각된다. 



작업이 편리하게 되기 위하여 긴 총열부위는 분리하고 격침부가 있는 금속부분만 나무에 맞추는 이 작업을 한다. 어깨에 닿는 개머리판은 하향되어 있고 일정 부분 각도가 휘어져 있다. 주로 서양에서 그대로 가져온 총기라서 일정 부분 한국인 체형에 맞게 보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양복을 맞출 때처럼 가봉을 하기도 한다. 특히 개머리판을 제작할 떼 1-2 인치 정도는 여유 길이로 제조하여 나중에 엽사의 체형에 맞게 조절한다. 어깨에 닿는 고무판이나 단단한 재질의 프레이트를 끼워서 첫 가봉을 한다. 그리 한 후에 목공줄을 이용해서 깎아내는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가끔은 내가 조수로서 일부작업을 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어려운 정밀 수술을 하는 의사가 고난도 수술을 마치고 쉬운 접합수술을 신참 의사에게 맡기는 식이다. 엽총은 주로 2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면 손잡이 부분이 있고 어깨에 닿는 주 개머리판이 있다. 그중에서 직접 손이 닿는 부위를 잡을 때 미끄럼을 방지하는 스크래치 금을 넣어준다. 이 작업도 먼저 연필로 선을 그리고 적합한 연장으로 한 단계씩 실금을 넣는 것이다. 한번 잘못 실금을 그리면 수정이 거의 안된다. 그대로 두면 미관상 보기가 우선 싫고 금이 일정간격으로 안되어 거칠어져 보인다. 이 또한 전문가의 기능이 필요한 곳이다. 



형태의 완성이 다 되면 사포를 하고 도장을 한다. 호두목은 주로 연한 색상의 황토를 바르기도 하고 원목상태에 따라 조금 진한 바탕색을 넣을 수도 있다. 마지막 도장은 적어도 4-5회 정도로 반복하여 수년간 사용해도 이상 없게 하기 위함이다. 





source, Wikimedia Commons,  다마스커스 총열무늬


개머리판을 작업하다 보면 금속부분도 함께 관리가 필요하다. 이 작업을 총열 착색과정이라 한다. 총열과 기관 부분에 검은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색을 검게 하는 이유는 햇빛의 반사를 줄여 동물들에게 덜 눈에 띄게 하자는 의도이다. 약 30 인치 이상 되는 철재 용기를 제작하여 총기의 금속 부분을 여기에 담그고 화학물질을 가열하여 착색하는 방식이다. 가성소다와 질산염 등의 화학용액에 담그기 전에 모든 금속 부분은 녹을 제거하고 광택을 내는 빠후 작업이 필요하다. 빠후가 끝난 금속은 맨손으로 접촉하면 안 된다. 손 자욱이 착색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합용액에 불을 때고 온도를 잘 맞추어야 한다. 


어떤 수평쌍대 같은 총기는 2개의 총열이 납으로 연결된 경우가 있는데 너무 고온으로 가열하면 이음 부분이 녹을 수도 있어서 주의를 기해야 한다. 어떤 총기는 다마스쿠스 금속 바렐로 되어있는 총열이 있다. 이는 쇠를 마치 테이프처럼 얇게 만들어 금형(맨드렐)에 말아서 만든 총열인데 금속 무늬결이 아주 환상적으로 남아있다. 착색을 하면 이 무늬도 그대로 잘 남아 고급 엽총의 모습이 된다. 요즘은 금속도장을 쉽게 하는 페인트 같은 도포액도 있다. 그런데 역시 고전적인 고온 화학착색 방식이 훨씬 보기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총기 보수작업을 하려면 총포사는 제법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각종 공작기계도 갖추어야 하고 다양한 연장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에 한 개의 주동력 모터를 가동해 두고 이 회전력을 공장 내 모든 기계에 벨트로 연결해서 사용하던 당시이다. 내부공간을 보면 여러 기둥이나 천정에 회전벨트 뿌리(pulley)를 구비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소음도 크고 위험성도 다분히 있다. 한 순간 무심하다 벨트에 옷이 감겨 신체손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중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과거와 많이 다른 총포제작 과정을 박물관등에서 보게 되었다. 손으로 하는 대부분 과정은 내가 젊을 때 우리 집에서 보던 것과 대개는 유사했다. 그러나 차이점도 많았다. 그때 느낀 것이 “아, 저것이 그때 있었으면 아주 편리했을 텐데” 하는 기계 도구도 있었다. 미국은 총기 판매가 대형 슈퍼에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다. 그래서 이곳을 갈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내부 샵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한번 액션 기능을 당겨보곤 한다. 샵에 있는 그 외 다른 부품도 무엇이 있나 찾아보곤 한다.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미국 이민을 와서 총기 관련 일을 벌였으면 장사가 잘 되었을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거기는 특정 사냥철이 없고 일 년 내내 총기 판매와 수리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첫째 고려 요건이다. 시장의 규모는 또 얼마나 거대한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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