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라고 하는 이름 전에는 험윤, 귀방 등으로 불렸다. 듣기에도 흉측한 용어로 야만족을 불렀다. 오랑캐를 의미하는 胡가 붙은 많은 유목민이다. 4세기 초 5호 16국의 胡도 오랑캐를 의미하는 5개국이라는 의미이다.
흉노족에 대한 이야기로 재미난 것이 제법 많다. 흉노와 관계있는 만리장성, 천고마비가 있고 서양을 침공하여 역사를 뒤흔든 훈족의 이야기도 있다. 현대 기준으로는 모두가 독특하다.
흉노족은 건강한 군사장정에게 가장 맛있는 고기를 먼저 주고 노인에게는 남는 것을 먹였다. 국가를 강성하게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그리한 것이다. 힘센 장정들이 잘 먹어야 부족 노인들을 잘 지켜줄 있다는 강국유지 이론이다. 북방 유목민들은 아버지나 형이 죽으면 그 부인을 아들이나 동생에게 혼인계승을 하기도 한다. 생모는 해당이 안 된다. 취수제 풍습이다. 가문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가족보존 의무였다.
먼저 흉노족의 주요 특징을 알아보면,
1. 개방적이다. 외부의 기술이나 문화의 유입도 절대 배척하지 않는다. 귀순을 해 와도 진정이라면 다 수용하고 그의 과거를 불문시한다.
2. 야성적이고 소탈하고 호방하다. 예의절차 형식들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등용할 때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쓴다. 흉노가 한제국에 패망하여 서아시아로 패주를 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개방성과 호방한 성향 때문이다.
3. 유목민들은 영웅을 존중하고 따르며 그 결과로 그들도 영웅이 되기도 한다. 흉노의 묵돌선우와 훈의 아틸라, 몽골의 칭기즈칸, 티무르제국의 티무르 같은 영웅은 그전 선대 영웅을 따라 배운 것이다. 롤모델을 따라 배운 것이다. 가장 짧은 기간에 그들도 영웅이 되었다.
아직도 흥미 있게 들리는 흉노의 묵돌선우 스토리이다.
1. 묵돌(묵특)은 두만선우의 장자로 영특하여 미리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새 왕비가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려고 하니 아버지 두만선우도 마음이 그리 기울었다. 그래서 당시에 강대국이었던 월지국에 인질로 보내졌다.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볼모가 되었다. 부왕의 의도이다. 인질로 보낸 묵돌은 흉노가 전쟁을 벌이면 죽게 되리라는 것이다. 부왕은 윌지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특한 묵돌은 전쟁이 발발하자 재빨리 말을 훔쳐 타고 도망을 쳤다. 적지를 탈출한 아들의 용기가 가상하여 아버지는 그에게 군사 만 명을 주고 장군을 시켜주었다.
그는 그때부터 그들을 자기 방식대로 친위대를 만들었다. 명령을 가장 잘 듣는 휘하 군사로 만들었다. 이렇게 지시를 했다. "내가 명전을 날리면 그곳으로 활을 집중적으로 발사하라. 명령을 어기면 처형하겠다"라고 했다. 명전은 지휘용 화살인데 날아가며 무서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실전 같은 훈련을 했다. 한 번은 사냥을 가서 어떤 곳에 명전을 날렸다. 그랬더니 그의 추상같은 지시를 어긴 부하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처단했다. 이번에는 그가 타는 명마에 명전을 날렸다. 이번에도 몇 명이 그가 아끼는 명마에 차마 활을 쏘기를 주저했다. 이번에도 그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였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대상으로 그의 부인을 향해 명전을 날렸다. 차마 묵돌이 사랑하는 부인에게 화살을 쏘지 못하는 부하들을 이번에도 즉시 죽였다. 이제 모든 휘하 군사들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냥을 나가서 아버지 선우를 향해 명전을 날리자 이번에는 모두가 주저 없이 그곳에 활을 쏘아 댔다. 아버지 선우는 고슴도치처럼 바로 죽었다. 왕위찬탈 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드디어 2대 선우가 되었다.
source, Namu Wiki
2. 아들 묵돌이 아버지를 죽이고 새로운 선우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동호국에서는 흉노를 치기 위해 구실을 보냈다. 부왕 두만선우가 타던 천리마를 보내 달라고 하였다. 묵돌이 이에 대한 의견을 신하들에게 묻자 그들은 모두 반대를 했다. 그러나 묵돌은 그까짓 말 한 마리가 대수냐고 주자고 했다. 그리고 천리마를 주었다. 그랬더니 동호는 더한 요구를 하게 되었다.
선우의 연지(왕후) 가운데 한 명을 보내 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신하들과 협의하자, 신하들은 펄쩍 뛰며 모두 반대를 했다. 그러나 묵돌은 이번에도 여자 하나 때문에 이웃과 관계가 안 좋으면 어쩌냐고 예쁜 연지 한 명을 그들 요구대로 보내주었다. 기고만장한 동호는 이번에는 국경지대에 있는 황무지 땅 천리를 달라고 했다.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은 버려진 땅이었다. 묵돌은 전번처럼 신하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신하들은 전과 같이 묵돌이 황무지를 줄 것으로 예상하여 무용지물이니 그냥 주자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묵돌이 크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땅은 국가의 근본인데 어치 함부로 내준 단 말이냐” 그리고 그리 말한 신하들을 처벌하였다.
그리고 바로 동호를 침공하였다. 흉노를 업신여기며 전혀 전쟁준비를 하지 않던 동호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크게 참패를 당한다. 그리고 그가 볼모로 갔던 윌지국도 정벌했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여러 나라도 침공해 그들을 통합하게 된다. 그는 처음으로 거대 영토를 가진 대제국이 되었다. 아내와 아버지를 죽인 잔인한 묵돌선우지만 대신 흉노 대제국을 창조했다.
묵돌선우가 일으킨 천지풍파 나비효과를 보자. 기막힌 역사의 연쇄작용을 본다. 흉노에게 패망한 월지는 서아시아로 이동하고 스키타이를 몰아내고 그곳에 쿠산왕조를 세윘다. 유럽인들은 얼굴이 하얗다 하여 백흉노라 불렀다. 밀려난 스키타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게르만족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 유럽에 아틸라의 훈족으로 알려진 유목민족이다. 갈라진 흉노의 일파와 결합된 제국이다. 다시 쫓겨난 고트족은 로마를 침공한다. 결국 서로마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게르만민족 대이동 역사이다.
이 모든 서양 역사의 뇌관을 터뜨린 시발점은 흉노의 묵돌선우이다. 서양 접촉은 유목민족에 의해 최초로 행해졌고 아시아권 외에도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중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유럽을 재편하는 이 유사한 과정이 13세기 칭기즈칸에 의해 재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