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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Sep 09. 2023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자전거 안전주의


불이 없어도 자전거는 간다


9월에 들어섰는데도 여전히 덥다. 통상 주중 수. 목요일경 한 번은 시간을 내어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데 계속 조건이 안된다.  너무 덥거나 강한 직사광선은 좀 피하는 것이 좋을듯한데 여의치가 않았다. 이번주 내 계속 적당한 날씨를 기다렸는데 별로 자전거 타기에 적절한 날씨는 오지 않는 듯하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넘어간 후에 나가면 적당할 듯하다. 과거에 여름철 자전거를 야간에 여러 차례 탄 경험이 있었다. 오늘도 그리해 보자고 생각했다. 집에서 저녁 6시경 나가니 조금 더운 기운은 있지만 자전거 라이딩에 좋은 조건인 듯하였다.


오늘 저녁은 나 혼자 나가는 라이딩이다. 어디로 갈지 방향을 먼저 대충 생각은 하지만 나가서 코스를 변경하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보라매공원에서 출발하기에 일단 목동 근처에 가서 왼쪽이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되는 것이다. 왼쪽으로 가면 안양천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행주산성 방향으로 정해진다. 그 후에 어디로 더 갈 건지는 가면서 다시 마음대로 바꾸면 된다. 어디든지 마음 쓰이는 대로 가면 된다. 안양천과 한강의 합수부에 도달했다. 거기서 행주대교 쪽으로 갔다.


조금 가다가 가양대교에서 교량상층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한강을 넘는 방법이다. 교량의 양쪽편중 좁은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심하며 주행을 한다. 원래 이곳은 타지 말고 걸어서 가라는 곳인데 교량을 걷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눈치 보며 자전거를 타고 갔다. 교량의 끝부분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북한산 방향을 따라가는 코스이다. 통상거리가 편도 35km에 달하는데 나는 자주 이 코스를 다녀오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나는 자전거 타는 햇수가 벌써 약 13-14년 정도 된듯하다. 동호회원 중에도 아마 가장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 중 하나라 여겨진다. 또한 안전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지금껏 작은 사고도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주행 중에도 항상 한편으로 가며 불의에 사고에 대비하여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인 듯하다. 또한 대낮에도 주행 전조등을 항상 켜 두어 마주치는 라이더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같은 회원 중 한 사람은 라이딩 중 두 손을 놓고 자주 주행을 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두 손을 놓고 주행을 하다가 졸지에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제법 큰 사고가 있었다. 아마도 3-4개월 정도 지나야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사고라 생각되었다. 나도 과거에 가끔 두 손을 놓고 라이딩을 했으나 지금은 절대 핸들에서 손을 놓는 습관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위험의 싹을 아예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이다.





가는 코스는 일산 창릉천변을 따라서 북한산 입구까지 가는 코스이다. 오늘이 주말이고 저녁날씨가 제법 선선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구름이 점차 짙어지더니 7시 반이 지나자 어두워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전조등이 꺼진 것이다. 배터리가 충전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그것이 아닌 것이었다. 그래서 보조 배터리를 준비하여 별로 당황하지 않고 연결을 했다. 어랍쇼, 배터리 연결을 했는데 아무런 작동이 안 되는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그 사이에 충전이 되려니 하고 계속 기다렸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점점 어둠이 몰려왔고 지나가던 사람이나 자전거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전조등 없는 상태는 점차 두려워지는 상태가 되었다. 자전거길의 가장자리를 잘 구분하여 저속으로 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길가에는 낭떠러지도 있고 개울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상태를 어찌하나 생각이 여러 가지로 들었다. 우선 고글을 벗어보았다. 색갈이 진한 고글을 벗으니 잘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데 문제는 날파리가 눈으로 달려드니 고글을 벗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자전거 차임 딸랑이를 이용해 보았다.


전방에 다른 자전거의 불빛이 보이면 경고하라는 의미에서 계속 딸랑이를 울려서 경고를 보냈다. 몇 번 이것을 해 보니 아주 효과가 좋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의외로 불을 켜지 않은 자전거가 제법 있었다. 나도 상대방도 전조등을 안 켜니 서로 상대가 접근하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몇 차례 위급한 순간이 있었다. 이런 상태로 한강변까지 갈 것을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을 수는 없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서 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전거 통행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 이런 상태로 거의 10Km 정도를 불안해하며 주행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뒤에서 불빛이 비추었다. 뒤따라오던 자전거에서 발하는 불빛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에게 길을 양보한다는 생각만 들었었다. 그러다가 그가 비추는 전조등으로 갑자기 전방 시야가 훤해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아 이런 행운이 있구나 하였다. 그리고 그의 자전거 뒤에 바싹 붙어서 주행을 했다. 그도 내가 바로 뒤에서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주행속도도 야간이라 그다지 빠르지는 않은 상태여서 내가 따르는데 무리가 없었다. 만일 로드형 자전거로 빠르게 달리는 젊은 청년이었으면 아마 내가 따르지 못했을 것 같았다. 정신없이 그를 따라가며 한참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은 나의 목자시니 나는 아쉬움이 없어라 하는 기도도 생각났고 그는 나에게 불을 전해주는 푸로메테우스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니 그는 나를 위해 길을 안내하는 천사가 강림한 듯 고마움의 순간을 가졌다.


이리하여 약 15km 정도를 그의 전조등에 의지하여 위기의 순간을 벗어났다. 그리고 이제 마포구 근처에 다다르니 양쪽 편에 군데군데 가로등이 서 있었다. 이제 다 벗어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순간 다른 자전거 부대와 교차하다 그를 놓치고 만 것이다. 다시 한번 그에게 큰 고마움을 마음속으로 보낸다.





주말에 마포구 근처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한강변에 너무나도 많이 운집한 것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몇 가지 안전에 대한 부주의를 보게 되었다. 물론 나도 배터리 충전을 못하고 나온 주제에 할 말은 없지만 보행자와 자전거 주행자를 위한 몇 가지 유의할 행위가 보였다. 자전거길을 역방향으로 달리는 조깅족이 여럿 있었다. 더구나 그들이 착용한 의상의 거의 다 검은색이어서 야간에 잘 인식이 되지 않아 자칫 자전거와 부딛 칠 우려가 있었다.


또한 의외로 야간에 전조등 없는 자전거도 제법 많았다. 5대 중 한대 정도는 불이 안 들어오는 자전거라 생각되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말은 진리의 영역이다. 아차 하는 순간 안전은 지나가고 끔찍한 사고로 연결되면 주위 분들이 얼마나 슬플지 생각을 해야 하겠다.


집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났다. 신경이 온통 오늘 별일 없어야지 하는데 쓰다 보니 밤늦게 저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 집에 잘 와서 맛있게 저녁을 먹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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