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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Oct 01. 2023

추석연휴 자전거 한강하류 달리다

(김포 들녘은 완연한 가을이다)


추석연휴가 길다. 이 기간에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 있다. 모처럼 쉬는 명절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도 있다. 성당에 가서 한가위 미사도 들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끼는 여유로운 시간은 너무 길다. 그래서 나름대로 사전 준비를 하였다. 도서관에 들려 그동안에 읽을 책 5권을 빌려다 놓고 틈틈이 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 라이딩을 빼놓을 수 없다.


추석 다음날인 토요일이다. 목적지는 김포 전류리포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이 가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씩씩하게 자전거 달리는 실력은 국토종주 할 때에 익히 잘 알고 있던 차이다. 아침 9시에 보라매공원에서 출발했다. 구름이 제법 끼었고 기온도 다소 서늘하게 느껴지는 상태이다. 여전히 반바지 차림인데 아침에 느끼는 체감이 제법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금 열심히 달리다 보면 절로 해결되는 문제이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방화대교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빵과 커피로 대충 때웠다. 그리고 김포를 향해 달린다. 초입은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틈틈이 차량의 왕래가 있어 신경을 쓰는 코스이다. 한강변을 조망하다 달리니 많은 라이더들이 벌써 반대쪽에서 오고 있다. 한강변 코스는 오토바이 그룹도 좋은 라이딩 코스인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들 또한 제법 대열을 형성해서 함께 이동하곤 한다.


전류리 포구를 향해 달리는 중에 옆에 새로운 자전거 도로가 완성된 것을 알게 되었다. 도로에 새로 선을 그은 페인트자국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완성된 도로로 보였다. 오랜만에 칭찬이 나왔다. 어, 제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전류리 포구는 년에 2-3회 정도는 가는데 수개월 전에는 자동차 도로 한편에 대충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를 주행했었다. 그리니 일부 구간은 인도를 타고 주행했었다. 도로의 상태도 그다지 안전하지 않고 요철도 심해서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사고가 예상되는 도로 여건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더구나 바로 한강 하류 철책과 바로 연결된 도로라 한강의 물 흐르는 경관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하나 더 욕심이 있다면 아예 한강변 철망을 걷으면 좋겠다. 몇 년 전 해당 지자체에서 철망을 걷겠다고 플래카드를 건 기억이 난다. 글쎄 요즘 보면 철망 걷기가 더 요원해진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전류리 포구 근처에서는 가이 바다와 유사하게 파도가 있다. 그 시간대 특히 물이 들어오는 시점이라 강폭이 바다처럼 넓게 여겨졌다. 신도로는 약 8km 정도 전류리 포구까지 연결되었다. 과거에는 마을을 돌고 자동차 길과 인접한 꼬불꼬불한 곡예 코스였는데 이제 한강을 따라 달리니 강처럼 거의 직선 경로로 되었다.


물론 김포코스는 아라뱃길서부터 이번에 새로 완성된 자전거 도로까지 일반 자동차와 마주하는 도로라 여전히 불안한 여건이다. 즉 완벽한 자전거 전용도로로는 아직 부족하다. 도로가 건설될 다음을 기대해 본다.


전류리 포구에 도달했다. 여기서 보니 전류리 어촌계에서 자전거 도로 쪽에 수산물 식당을 열었는데 아주 대성황을 이루었다. 자전거팀과 일반 명절객으로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때 보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 상태였다.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면 인근 상가는 희비가 교차하는 이치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진행을 했다. 철새 조망지를 지나서 인근의 논을 보니 벼 베기가 거의 절반 이상 된 상태였다.



나는 충청도 지방에 자주 가기 때문에 벼 추수상황을 거기와 비교해 본다. 기온의 차이가 그래서 놀라운 건가 보다. 여기는 거의 늦가을처럼 노란 벌판이 시작되었다. 김포평야 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수수대도 자기들을 빨리 치워달라고 초콜릿색을 띠고 있다. 이곳은 수로가 많다. 아마도 바닷물과 민물이 합치되는 구간일 것 같다. 이런 민물과 해수가 합치는 곳에 고기가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길 변에 낚시하는 차량들이 아주 많이 정차된 것이다. 그래서 낚시꾼들에게 명절은 즐거운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날씨가 이상하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비가 시작되었다. 산악 도로를 가던 도중부터는 비의 굴기가 제법 거세진다. 산길을 가는데 도중 도로에 생밤이 떨어져 있다. 견물생심일까 자전거를 세운다. 제법 알찬 밤 몇 개를 주어 들었다. 이렇게 맛을 들인 밤 줍기가 조금 더 가다 재연되었다. 이번에는 산속에서 제법 많은 밤이 여기저기 너 불어 져 있었다. 비가 제법 오니 오래 주울 수도 없어서 잠시동안 주었는데 수십 개 정도 모인 것 같다. 가을에 첫 수확한 햇밤, 이건 완전히 덤인 것이다.



벌써 점심시간이 닥쳐오는데 이제 밥 먹을 식당을 찾아야 했다. 일단 민가가 집중된 마을 찾아서 그쪽으로 농로를 달렸다. 그러나 인근에 식당도 없고 또 다른 민가를 찾는 수밖에 없다. 한참 달리다 식당 간판이 보여 즐거운 상상을 하고 거기로 진입했다. 차가 2대 정도 있어서 식당 영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뿔싸 문이 닫혀 있었다. 영업을 안 하는 것이다. 비는 계속 오는데 이것 참 난처했다. 비가 어느 정도냐면 자전거에 설치됨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전조등을 빼서 배낭에 넣어야 할 정도였다.


과거 비가 억수로 오는데 전자기기를 그대로 방치했다가 기기를 버린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미리 비를 안 맞게 조치를 한 것이다. 갑자기 저 멀리 편의점이 보였다. 아, 잘되었다 싶었다. 거기서 적당한 요깃거리를 찾으면 되겠다는 요량이다. 다행히 편의점은 열었고 거기서 김밥과 간이 라면을 사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출출하던 때에 먹는 음식은 역시 최상의 맛으로 보상하는 거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를 다 마칠 때가 되니 오던 비가 그치고 서서히 햇살이 비친다.

 

어느 주인없는 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전거를 달리며 느낀 건데 사람의 심리가 야릇하다. 무슨 소리냐 하면 조금 전까지 빗속을 달리다 비가 그친 길을 계속 자전거로 달린다. 그런데 물이 고인 한쪽의 빗길을 한사코 비키려 하다 마주 오던 자전거와 하마터면 부딪치는 사고가 날 뻔했다. 아차 이러면 안 되지 하며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고급 동물인 사람이 마치 조건반사 실험을 하는 강아지처럼 왜 이 짓을 할까 하며 나중에 웃음이 나온다.


저녁에 가족 모임이 예정되어 김포서부터 거의 쉬지 않고 자전거 페달링했다. 그러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하며 여유를 갖자고 다짐했다. 무사히 115 km를 주행하고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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