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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Jun 06. 2023

보고싶은 오후


2년 전 봄비 치고 꽤 많은 비가 내렸던 주말. 편의점에 가던 중 화분과 화분 사이에 비에 젖은 채 미동도 없이 앞만 보고 서 있는 작고 작은 아기 참새를 발견했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참새 걱정에 다시 가봤더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어디가 불편한 것인지 다가가도 꼼짝 않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슨 사연일까. 둥지에서 떨어진 걸까? 고양이한테 공격을 당한 것일까? 안쓰러운 맘에 집으로 데려온 것이 반려 참새 보롱이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평생 나와 같이 할 것 같은 보롱이가 작년 봄날 평소와는 다르게 열린 베란다 창문으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화상을 입은 듯한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하늘색 도화지 위에 평화롭게 비행을 하는 그림을 남겨주고 떠났다.


학교 가는 길 바쁘게 움직이는 참새들을 보니, 우리 가족에게 많은 추억을 선물해 준 보롱이가 보고 싶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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