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차분하게 내린 눈처럼
수북이 쌓인 국화 성벽 속
밝게 웃고 있는 당신
멋쟁이 당신을 위해 최고급 옷을
입혀 보내고 싶다는 애인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큰형
누나 절 받으니 좋으냐고 묻는 누나
버석한 얼굴, 충혈된 눈으로
조문객을 맞이하는 아들, 며느리들
묵직한 상복이 버거워 보이는 손자들
숨죽여 피어오르는 향이 꺼질까
등대지기처럼 살피고 있는 손녀들
고요한 밤 홀연히 눈이 감겼을 그 순간
부디 고통 없이 꿈꾸듯 생을 마감하셨길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미안함과 애틋함을 더해
빌고 빌어 봅니다.
투명 아크릴 창 너머 한 줌의 재로 변한
당신을 두고 돌아오는 길
아는지 모르는지 속없이
눈부시게 화창하기만 했던 하늘 풍경에
다시 한번 심장이 쪼그라듭니다.
즐거웠던 시간
간직하고 싶은 추억만 안고
아픔 없는 그곳에서
평온한 안식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