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지혜 Aug 25. 2021

유리고양이를 위한 츄르 만들기 : 나의 고양이

우울증에 빠진 네 곁을 지키는 법


  안녕! 고양이들!


  나는 까만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어. 털은 윤이 나고 기골이 장대한 나의 고양이는 조금 특별하지. 아주 반짝이는 유리로 가슴이 가득 메워져 있거든. 유리가슴은 햇빛을 받으면 영롱하게 빛나고, 풀내음을 맡으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 그것뿐이게? 우리 집 고양이는 말도 하고, 나를 온 품으로 안아주기도 하고, 출근해서 월급도 벌어 와. 이상하지? 맞아, 우리 고양이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반려인이야. 비록 외형은 사람이지만, 충분히 사람답게 살고 있지만 그 어떤 고양이보다 여리고, 예민하고, 용맹해. 나는 그런 나의 고양이를 더없이 사랑한단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내가 느낀 고달픔을 분명 누군가는 느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야. 나 역시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고, 심지어는 그리 좋은 집사도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마음이 부서진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건 생각보다 외로운 일이거든.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글을 많이 쓰는데, 집사들은 그런 이야길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해보게! 아, 물론, 내 가슴도 유린지 텅스텐인지 나도 몰라! 보통 그렇잖아.


  나는 스스로 무척 교양 있고 앞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마음의 병에도 관대하다고 여겼지. 입버릇처럼 말했거든. '현대인 모두 마음이 아픈데, 그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명확히 받았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다.'라고. 그런데 막상 내 곁에 있는 고양이의 가슴이 부서져 내리니까, 전형적인 나쁜 반응만 하고 있더라고. 물론 노력했지.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더라. 나는 참 오만했고, 유리가슴이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아. 안타깝게도 아직도 잘 몰라. 알아가는 중이야.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고양이, 스스로 마음의 병에 관대하다고 생각하니? 친구나 지인 중에 이미 많은 이들의 아픔을 지탱하고 있어? 그렇다면 앞으로도 나를 찾아와 줄래?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앞으로 츄르를 만들 생각이거든. 좋은 집사가 되기 위해서라기 보단, 그 츄르가 내게도 필요할지 모르니까.


  종종 보자.

  네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아.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한 이를 사랑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