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체크 영양성분표
요즘 어떤 식품을 구입하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양성분을 살피는 일이다. 직접 마트에서 눈으로 보고 물건을 살 때는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구입을 해도 성분표는 꼭 체크한다. 선택지가 있다면 탄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고르고 영양성분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채소, 고기 등 원물을 구입할 때가 아니라면 영양성분표 체크는 혈당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이니까.
내 당뇨병은 26세부터였다. 최초 진단을 받은 시점이 그쯤이었다. 충격적으로 젊은 나이였고, 진단받고 난 한 달간은 충격으로 살도 빠졌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당뇨는 본래 관리하는 반려지병인 법이니 경각심도 금세 물러가고 다시 일상의 방탕한 식생활로 돌아갔더랬다.
약으로 관리할 때는 그럭저럭 관리가 쉽기도 했고 특별히 추적해 가며 열심히 노력하진 않았기 때문에 식생활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되는 대로 먹고 되는 대로 살았다. 두 달에 한 번 병원에 가 공복혈당을 체크하고, 여섯 달에 한 번 정도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며 약을 늘리고 줄이는 수순으로 살았다. (대부분은 늘렸다. 아니면 늘리는 대신 다이어트를 의사에게 다짐하고 돌아오거나.)
그러나 임신은 결코 대충대충을 용인할 수 없는 상태이지 않은가. 어떻게 온 생명인데, 얼마나 바랐던 일인데. 그래서 보다 투철한 의지로 식이를 관리하며 살게 되는데, 그중 가장 기본이 성분표 체크였다.
처음엔 성분표 읽는 게 너무 어려웠다. 탄수화물 함량이 표시된 건 알겠는데 그 와중에 당류는 무엇이며, 식이섬유는 또 뭐고, 제로라면서 탄수는 왜 들었고.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필요하니 공부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분표를 읽는 수준이 된 지금, 많은 게 수월해졌다. 처음에나 어렵지 알고 나면 수수께끼 같은 성분표가 좋은 길라잡이가 되니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생활형 체득으로 익힌 내용이니 틀린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용 �)
나트륨, 탄수화물, 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이 표기되어 있다. 보기 편하게 들여쓰기로 하위 단위의 세부 포함내용도 표기한 형태다.
예를 들어 (좌)양파링의 경우, 탄수화물 총량은 58g 함유되어 있고 그 58g 안에는 당류 5g, 식이섬유 4.9g도 포함했다는 내용이다. 당류는 설탕이나 과당 등 별도로 첨가한 단맛 아이템을 의미한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이긴 하나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섬유질을 의미한다. 고로 58g의 탄수 중 당류와 식이섬유를 제외한 48.1g의 탄수는 순탄수라고 이해하면 되는 셈이다. (우)우유빙수의 경우는 탄수화물 49g 중 43g이 당류이니 얼마나 설탕이 많이 들었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영양소도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좌)의 경우 지방 16g 중 포화지방이 6g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단백질은 2.8g 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당뇨인 맞춤형으로 이야기하자면, 지방과 단백질 함유가 높을수록 탄수 흡수가 조금 더딘 경향이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지연흡수를 야기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단숨에 혈당이 팍 오르지는 않을 수 있어도 식후 3~4시간까지도 혈당이 계속 오를 수 있어 추적관찰 해야 한다. 지나치게 오르는 경우엔 보정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 당류도 식이섬유도 하물며 당알콜(대체당 등)도 아닌 탄수화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엔 그게 이해되지 않아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양파링에 설탕은 5g 밖에 안 들었다니 생각보다 너무 착한 과자 아니야?"하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해답은 여기에 있다.
원재료를 표기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는 '소맥분, 옥수수전분'. 밀가루와 옥수수전분을 주요 재료로 썼기 때문에 순탄수화물의 함량이 그렇게 높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원재료는 함량이 높은 재료 순서대로 기입하는 게 원칙이라 맨 앞에 적힌 재료들을 파악하면 쉽다. 결국 설탕이 5g 밖에 들지 않은 착한 과자 양파링도 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탄수화물 덩어리인 것으로 파악하면 된다.
제로 아이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좌)펩시제로라임처럼 제로라고 써놓고 막상 미량의 탄수를 포함한 경우도 있고 (우)코카콜라제로처럼 소금만 조금 든 생수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나는 펩시라임 애호가라 그래도 펩시라임을 마신다. 혈당엔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제로라 써놓고 실제 당류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음료 자체의 탄수(과즙 등)로 인해 탄수화물 함량이 있는 제로제품도 있으니 유의하자.
저당 제품의 경우엔 좀 더 상세히 탄수의 세부항목을 적어주는 경우가 많다. (좌)저당티코는 탄수화물 6g 중 당알코올만 5g이다. 사람에 따라 당알콜 혈당 반응이 다르니 유의해야 하지만, 설탕으로 낸 단맛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라이틀리민트초코의 경우엔 전체 탄수 68g 중 당류도 31g이나 포함되어 있다. 식이섬유도 21g으로 많고 알룰로오스도 7g이나 들어 단맛을 조절했지만 설탕도 들긴 들었음을 알아야 한다. 파인트 용량이라 함량이 높게 느껴지지만 적당히 소분해 먹으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성분이다.
간식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 있던 락토프리 '불가리스 제로'. 보다시피 탄수화물 8.4g 중에 당류가 무려 4.9g이다. 그럼 도대체 뭐가 제로란 말이냐? 바로 이어지는 표기처럼 유당이 0이란 소리다. 이렇듯 유제품에는 '유당'이라는 복병이 존재한다. 우유와 플레인요거트 등에는 설탕이 안 들었으니 탄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유에 천연으로 함유된 유당이란 탄수화물이 있다. 그걸 소화 못하는 체질을 '유당불내증'이라 부르는 것이고, 우리는 우유 속의 자연스러운 탄수를 지금껏 먹고살았다. 시럽 없는 카페라떼도 결국 유당이 들어 있어 마음 놓고 마시기엔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세로형으로 하위내용을 친절히 적어준 제품과 달리 축약형으로 가로로 줄줄 영양정보를 적어둔 아이템도 이제는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탄수화물 전체 양을 표기한 뒤의 당류, 식이섬유, 유당 등의 표기는 자연히 탄수의 하위 성분을 표기했음을 알 수 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성분표를 읽는 데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바로 '1회 제공량'이다.
1회 제공량 또는 100g 당 영양정보로 표기되곤 하는데, 이는 결코 제품 전체의 양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좌)딥초코버터링의 경우 초코가 발린 쿠키인데도 불고하고 탄수화물 18g이란 말도 안 되는 착한 영양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자. 영양정보 타이틀이 적힌 검은 바 오른쪽으로 총내용량과 1회(30g) 당 열량이 적혀 있다. 바로 30g으로 임의 상정된 1회 제공당 영양정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회 제공량 영양정보에 속아 쿠키 한 상자를 다 먹어치웠다간 총 103g에 해당하는 영양소를 섭취하는 셈이다. 약 탄수 60g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게다가 그중 당류만 30g에 육박한다.
(우)마늘후레이크의 경우는 100g당 영양정보가 표기되어 있다. 실제 음식에 사용하는 양은 적은 편이기 때문에 가늠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마늘후레이크 주제에 탄수가 꽤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의 영양성분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기를 위한 노력이니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가공식품의 경우엔 이렇게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게 당연한데, 영양성분 표기가 필수가 아닌 경우엔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하고 불편했던 건 바로 샌드위치. 대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이니 당연히 영양성분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제품들에도 맹점이 많았다.
(위)파리바게트 샌드위치 영양성분표, (아래)써브웨이 샌드위치 영양성분표이다. 각각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공식 영양성분표인데, 보다시피 당류만 표기되어 있다. 당류는 단순당만을 의미한다. 샌드위치니까 당연히 빵에 포함된 탄수화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쏙 빼고 임의로 표기한 영양성분표인 것이다. 속으면 안 된다. 아쉽게도 대략의 탄수를 가늠해서 먹고, 맞춰서 인슐린을 투약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인슐린 투약은 곧 몸에 직접적으로 호르몬을 주사하는 일이기 때문에 탄수의 양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성분표를 분석해 식품을 구입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나름의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는 마트에 가서 무조건 제품을 뒤집어 성분표를 본다. 자연히 원재료의 산지나 비율도 따져보게 되었다. 아기를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소중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