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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인도 엄마가 되고 싶어서

비만임부의 -만삭-임부복

by 큐지혜

임신 3개월 정도에 작성했던 지난 임부복 글은 결과적으로 실용도가 떨어졌다. 임신초기, 배는 약간 나와서 조이는 게 싫고 아직 멋은 부리고 싶고(부릴 수 있고) 하던 때에 주로 입는 아이템 정도였달까. 인생에서 가장 많은 원피스를 입으며 임신부임에도 패션이 뭉개졌다는 생각을 덜 할 수 있었지만, 점점 손이 안 가게 되었다. 특히 만삭으로 치달을수록.


이유는 배가 불러올수록 외출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 몸이 무겁고 힘들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외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부러라도 외출해 기분을 관리하고, 짧게라도 예쁜 카페에 가 디카페인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던 호사는 끝났다.


임신 8개월 차 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약속을 잡았지만, 9개월에 접어들며 모든 것이 멈추었다. 몸이 너무 무겁고 뱃가죽이 아파 매일을 견디듯 났다. 직접 임신하기 전엔 전혀 모르던 고통이었는데, 아무래도 일반 체격 임부보다 배가 더 많이 늘어나야 했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하복부 팽창과 튼살 정도만 예상했던 내겐 충격적인 통증이었다.


갈비뼈 아래로 상복부 표피가 가렵고 당기고 저렸다. 통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건 기본. 7개월쯤부터 본격화된 통증은 9개월에 접어들며 절정을 맞았고 자다가도 뱃가죽이 아파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며 문지르길 반복했다. 옆으로 돌아누우면 배가 아래로 쏠리며 피부 통증이 더 심해져서, 웬만하면 정면을 보고 누웠다. 숨이 찬 것보다 그게 더 괴롭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위장장애는 적어 가능한 선택지였다. 그래도 9개월부터 만삭까진 옆으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배가 침대에 닿도록 좀 더 몸을 앞으로 쏠리게 눕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만삭이 될수록 "이젠 빨리 나왔으면."하고 바란다더니, 정말이었다. 매일매일 날짜만 세었다.


이쯤 되니 외출은 꼭 필요할 때만 나섰다. 임부에게 꼭 필요한 외출은 당연히 병원. 병원룩에는 투피스가 편하다. 복부로 초음파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간단히 상의만 걷어올려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원피스는 도리어 불편하다. 그래서 병원에 다닐 때 입을 생각으로 하의를 몇 개 구입했고 막달까지 열심히 입었다. 원피스랑 병행해 입을 요량으로 몇 개 구입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넉넉한 하의만 주야장천 입었다. 원피스는 정말 가끔 나름 기분 낼 때만 입게 되어 실용성이 떨어졌다.


본래 99 정도를 입던 내 평소 허리둘레는 88cm 정도. 맥시멈으로 배가 불렀을 때는 약 108c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일반 임부복은 입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검색에 검색을 거쳐 입을 수 있는 옷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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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옷만 찾아서 샀다. 상세페이지나 후기를 눈 빠져라 검증해 구입해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했다. 특히 맨 아래 치마템은 속바지가 붙어있는 치마바지였는데, 생각보다 좀 가격이 나가는 아이템이었지만 뽕 뽑을 정도로 많이 입어서 후회가 없다. 3월~10월까지 임신기간 중 대부분이 여름이었던 내게 최적의 여름 하의였다! 만삭으로 갈수록 배에 자국도 남고 고무줄이 완벽히 편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탁월.


그러다 10월이 되면서 급격히 추워져 별안간 겨울이 되고 말았는데... 임신 중 체온이 많이 올라 유난히 더위를 많이 난 나는 남들 다 가을 옷 꺼낼 때도 혼자 선풍기를 끼고 살았다. 선풍기 없인 잠을 못 잘 정도로 더위를 많이 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짧은 하의로는 도저히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이었다.


거의 외출이 없었으니 어떻게든 버티면 되겠지 싶어 바지 하나만 사기로 했다. 이미 출산일을 정해둔 마당에 임부복 쇼핑이라니 당치 않아서. 다만 출산하러 가는 디데이에 입을 도톰한 긴 바지는 하나 있어야겠다 싶었다. 암만 그래도 애 낳으러 가는 사람이 남들 다 패딩 입는 겨울에 반바지 차림인 건 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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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이용하는 임부몰의 임부바지였다. 사이즈는 S, M, L 중 라지로. 안 맞으면 반품할 요량으로 후딱 결정해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만족. 임부복이 따로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지금껏 내 몸엔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이즈가 큰 기성복을 찾아 헤맨 게 안타까울 정도로 편안했다. 특히 배가 조이는 것 하나 없이 넓고 편안해서 좋았다. 이래서 임부는 임부복을 입어야 하는 거구나.


키 169cm에 본래 80kg 정도 나가던 체중은 임신 이후 야금야금 늘어 막달 아기 낳기 직전엔 94kg까지 찍었다. 인생 처음 보는 몸무게라 충격이 컸지만 마음을 편히 먹으며 새 바지를 입었다. 다행히 바지는 허벅지가 약간 타이트해도 충분히 편안하게 맞았다. 막달에는 오로지 저 바지 하나만 입으며 단벌신사로 지냈다. 적당한 두께와 핏으로 아무 데나 휘뚜루마뚜루 좋았다. 무엇보다 편하게 맞아서 다른 건 거들떠도 볼 수 없었다.


출산한 이후에도 배가 단숨에 홀쭉해지는 건 아니라서 당분간은 저 바지만 입었다. 다만 배가 점점 들어가니까 이미 늘어난 허리 때문에 줄줄 흘러내렸다. 그런 것만 아니라면 핏이 괜찮아서 계속 입을까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그러니 결국 임부복과 사이즈 큰 일상복의 장단점이 모두 있는 것. 각자 사정에 맞게 굿초이스 하시라.


모쪼록 비만한 임부들에게도 희망찬 포스팅이었길 바란다. 임부복이라면 무릇 다양한 체형을 커버하는 게 미덕이니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용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안 맞으면 반품하면 되니까 앗쌀하게 한 번에 여러 개 시켜 입어보는 것도 좋겠다.


나의 사촌언니가 내게 남긴 깨달음이 하나 있는데 무언고 하니, "반품비 5~6천 원 피팅비 낸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잔뜩 시켜서 입어봐. 사이즈 애매한 건 두 개 다 시켜서 입어보고. 그리고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기고 반품하는 거야. 그러면 쇼핑에 실패가 없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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