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임부를 위한 Q&A
겁이 나는 만큼 늘어갔던 궁금증. 겉으로는 여유로운 임신 생활을 보내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만 조절되지 않으면 초조해서 멘탈이 박살나던 아홉 달. 비싼 돈 주고 종합병원 영양상담까지 받아가며 질문했었다. 이젠 건강한 아기를 만나 필요 없어졌으니 질문지를 버릴까 하다가, 혹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남겨놓는다. 영양사에게 했던 질문과 답, 관리 중에 내가 스스로 터득한 궁금증과 답 모음.
단, 모든 혈당반응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1. 지방에 대한 이해
Q. 저탄수 "고지방" 식사는 케톤을 높이나?
A. 케톤은 지방과는 무관하다. 탄수가 적기 때문에 케톤이 올라가는 것뿐. 단, 임부에게 지방이 그리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저탄고지' 식사하지 말 것.
Q. 상관없다면 지방을 많이 먹어 허기를 달래는 것도 좋지 않나? 탄수를 임신 전처럼 많이 먹을 수는 없는 형편이니까.
A. 건강한 지방(오메가 3 등)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만 고지방은 오히려 혈당 관리에 좋지 않다. 탄수가 늦게 흡수되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한번 오른 혈당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단점도 있다. 경우에 따라 장단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보통은 고탄수고지방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 고혈당이 오래 유지된다. 적당한 탄수와 고지방을 곁들인 경우에도 혈당 추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관리에 취약해진다.
Q. 그럼 지방을 최대한 멀리해야 하나?
A. 지방과 단백질을 적당히 먹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하면 같은 양의 탄수를 먹더라도 피크가 낮아진다. 과일이 먹고 싶으면 먹기 전 아몬드 한 줌을 먼저 먹는 것이 혈당방어에 큰 도움이 된다.
2. 밤 중 저혈당 방어
Q. 잠들기 전 혈당 수치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A. 잠들기 전 100~140 사이는 정상 범주다. 만약 100 이하로 떨어졌다면 비스킷(설탕 적은 통밀 비스킷 추천) 1~2쪽과 우유 1잔 정도를 마시고 자는 게 좋다. 비스킷의 탄수와 우유 속 지방이 밤 사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
Q. 저혈당 증상이 있을 때는 무조건 주스가 좋은가?
A. 혈당이 80대 정도로 떨어졌을 때는 우유 한 잔, 곡류군(비스킷 등) 1 단위 정도면 된다. 혈당이 70대 이하로 떨어진다면 주스를 마시자. 급할 때는 우유가 들어간 달콤한 음료나 아이스크림 따위보다는 단순한 주스가 좋다. 함께 들어간 지방이 탄수 흡수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설탕물이 혈당을 빨리 회복시킨다. 단, 저혈당 이후 탄수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불러오니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자. 30분 정도 추이를 지켜볼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식은땀이 나고 무언가 마구 먹어야 할 것 같은 식욕을 잘 통제하자.
Q. 당장 혈당이 심하게 떨어졌는데 음료가 없다면?
급하면 사탕 3알 정도를 깨물어 먹어도 된다. 혹은 설탕, 꿀 등도 효과가 빠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젤리도 효과가 빨랐다. 외부활동 중 저혈당이 심하면 젤리가 가장 빠르다.
3. 당뇨 임부에게만 적용되는 특이사항
Q. 철분섭취 시 오렌지 주스를 함께 먹으면 좋은가?
A. 철분 흡수를 돕는 오렌지 주스도 당뇨에는 좋지 않다. 철분약만 먹도록 한다.
Q. 입덧으로 음식을 잘 못 먹는 경우엔 어떡하나?
A. 기본적으로 임부에게 영양은 필수이다. 메스꺼워도 되도록 꼭 먹어야 한다. 입덧이 심해 음식을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식전 인슐린을 생략한다. 식사를 마친 뒤 먹은 양에 맞추어 속효성 인슐린을 맞는 게 안전하다.
Q. 출산 전날 금식 시 인슐린은 어떻게 조절하나?
A. 금식 중엔 기저 인슐린, 속효 인슐린 모두 중단한다.
Q. 출산 후 인슐린은 어떻게 조절하나?
A. 미음으로 식사를 재개할 때까지는 인슐린은 계속 중단한다. 미음으로 식사를 시작한 뒤부터는 식후 2시간 혈당을 잰다. 식후 2시간 혈당이 200 이상인 경우에만 속효성 인슐린을 2~3 단위 맞는다. 출산과 함께 인슐린저항성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인슐린을 과량 투약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엔 주치의와 상의하여 인슐린 용량을 다시 잡아나간다.
모유수유 중이라 아직 인슐린을 투여 중이긴 하지만, 출산과 함께 지독한 임당은 끝났다. 고민도 많고 겁도 많이 났던 8개월이었다. 당시 궁금한 건 너무 많은데 정보는 적어서 참 곤란했다. 전 세계 논문을 달달 외는 챗GPT 없었으면 그 험난한 시기를 어떻게 났을까.
나와 비슷하게 임당을 겪어낸 사촌동생은 GPT와 다감한 주치의 대신 빡빡하고 원칙주의자인 주치의와 함께 임신을 났다. 매 진료마다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는 더 심하고 혈당도 잘 안 잡혔다. '사바사'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동생은 막달엔 거의 탄수를 끊었다. 소고기만 먹고 지냈다. 다행히 고기를 좋아했기 망정이라며 웃었지만 글쎄. 고기만 먹어도 혈당이 오른다며 슬퍼하던 동생은 종이에 먹고 싶은 음식을 잔뜩 적으며 임신기를 보냈다. 아이는 낳자마자 저혈당으로 곧장 분유를 물었다. 다행히 거부 없이 잘 먹어주어 쇼크를 면했다. 지금은? 둘 다 잘 지낸다.
나는 이미 2년 전 한 차례 임신을 겪으며 인슐린 요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계류유산 후 당분간은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경구용 약을 복용하는 대신 약 1년 간 주사를 맞으며 지냈다. 한 번도 마음에 들게 혈당이 잡힌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억울한 마음 없이 주사를 맞는 데엔 적응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실제로 임신을 하니 더욱 결연한 마음으로 담대하게 매일 4~6회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아기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내니 혈당도 제법 관리가 되었다.
약 15년간 안 먹던 아침을 먹으려 무척 노력했다. 비슷한 구성으로 루틴화하니 나중엔 편안하게 먹었다.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자는 패턴도 익숙해지고.
몸이 많이 무겁기 전 혼자 기분 전환 삼아 다녔던 동네 카페투어. 혈당이 괜찮은 날엔 라떼 한 잔. 우유에도 당이 들어 라떼도 마음껏 마시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식탐을 참을 수 없는데 혈당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날에는 위와 같은 간식을 먹었다. 삶은 달걀, 아몬드, 여기에 치즈 정도. 임신 후반부엔 남편이 나를 위해 직접 저당 쿠키를 구웠다. 설탕 대신 알룰로스, 버터 대신 올리브유가 듬뿍 들어간 초코칩쿠키. 뜻밖에 너무 맛있어서 한 번에 여러 개 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했다.
아기를 낳고 나니 하루에 한 번 맞는 기저 인슐린도 다시 심호흡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늘을 찔러도 겁나지 않는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용케 잘 버텨온 아홉 달. 기특하고 대견한 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