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율로 Dec 06. 2021

개꿈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다

그렇게 마음도 몸도 지쳐가던 어느 날 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의 우리 집이 이층 집인데 내가 개 5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네 마리는 짧고 검은 털을 가진, 너무 건강하여 등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사냥개 도베르만이었고, 한 마리는 노란 금빛 털이 너무나 눈부신 골든리트리버였다. 


개들이 신이 나서 2층 집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사료를 맛있게 먹어 치웠다. 꿈속의 나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나의 어린 시절 꿈 중 하나가 동물 조련사였다. 나는 털이 있는 동물은 모두 좋아하는데 그중 개를 너무 사랑해서 개통령 강형욱 씨를 보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을 가졌다며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개꿈을 꾸긴 했는데 이 꿈은 너무 생생하고 독특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남편에게 신이 나서 꿈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태몽 같다고 했다. 나도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실 남편과 난 설리를 입양하면서 한 명 더 입양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곧 포기했다.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입양한 설리 한 명도 감당 못 하는데 무슨 입양. 그리고 남편은 셋째 아들을 출산한 뒤 정관수술을 했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몇 명인지 물으시더니 꼼꼼하게 수술할 테니 나중에 다른 소리 말라고 했다. 수술한 지 5년이 넘었는데 무슨 태몽...      

 

"언니, 나 암이거나 아니면 몸이 어디 안 좋은 것 같아. 너무 피곤하고 몸이 쳐지고 그래."    

“계속 그러면 꼭 병원에 가봐. 알겠지?” 


친한 언니와 대화를 나눈 그날 저녁, 왠지 아닐 것이 확실했지만, 혹시나 싶어 남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그럴 리가 없는데 유난 떤다며 귀찮아하며 임테기를 사 왔다. 결과는? 너무나 확실한 두 줄이었다. 믿기지 않아 다른 회사 임테기를 두 개나 더 사와 테스트를 했는데 모두 너무너무 선명한 두 줄이었다. 그날 밤, 남편과 나는 밤을 꼬박 지새우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


 다음날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임신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산부인과 선생님께서 심장 소리를 들려주셨다. 남편이 정관수술을 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사람의 몸이 너무 신기해서 인체 복원력에 의해 천 명 중 한 명, 혹은 그보다 더 희박한 퍼센티지로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나는 임신을 한 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다섯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고, 입양아인 우리 설리 아래 막냇동생이 생기면 출생 순서상 막내가 사랑을 독차지할 텐데, 그러면 설리가 더 마음 문을 닫고 상처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임신 기간을 보내고, 다음 해 5월 나는 출산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